장기이식은 현대 의학의 꽃이라 불린다. 과학과 의학, 숙련된 의료진의 기술, 거의 모든 과와의 협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렵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될 수 있기에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이형순 교수를 만나봤다.
일산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지난 2001년 10월, 당시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 장기이식 의료기관으로 등록됐다. 2016년 5월 이형순 교수가 부임하며 장기이식 TF팀을 꾸렸고, 2017년 2월 장기이식센터로 정식 직제 승격했다. 이후 뇌사 추정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 등의 모든 여건을 갖추고, 뇌사 장기기증자 발생 시 한국장기기증원과의 상호 협력 아래 장기 기증과 구득, 수술까지의 절차를 한 번에 관리하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오고 있다. 소화기내과, 신장내과, 비뇨기과, 내분비내과, 진단검사의학과, 마취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심장내과, 안과,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등 원내 거의 모든 진료과와의 협업을 통해 장기이식 환자를 진료한다.
2016년 5월부터 현재까지 신장이식 77례, 간이식 10례, 안구이식 6례를 시행했다. 일산병원 장기이식센터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ABO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 교차반응 양성/고감작 수혜자 신장이식, B형 간염 양성 기증자 신장이식 등 그동안 이식이 어렵다고 여겨졌던 케이스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며 환자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존에는 혈액형이 같아야 신장이식이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수술 전 탈감작 요법을 시행하여 혈액형이 맞지 않는 기증자와 수혜자 사이에서도 신장이식을 시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교차반응 양성인 환자도 수술이 불가능했지만, 현재는 탈감작 치료를 통한 교차반응 음성을 유도해 신장이식을 가능하게 하는 치료법이 개발되었고요. 이러한 탈감작 치료는 현재 일산병원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생체 신장이식의 20~30%를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으로 시행하고 있고 일반 신장이식과 마찬가지로 우수한 치료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장기이식 수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특히 생체 간이식과 신장이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뇌사 장기이식을 받기위해 등록, 대기하는 환자들도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2022년 12월 기준으로 약 41,000명의 환자가 뇌사장기이식을 받기 위해 대기중이다. 이 중 신장이식 대기자는 약 31,000명, 간이식 대기자는 약 6,600명 정도이다.
대기자의 수가 늘면서 장기이식까지의 대기 기간 역시 점점 길어지고 있는 만큼 뇌사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국가적인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이를 위해 일산병원에서는 한국장기기증원과의 협약을 통해 장기기증 활성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며, 뇌사 장기기증 및 인체 조직기증 관련 질 관리를 통해 기증 활성화 및 장기이식 증진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뇌사 추정자 신고기준 간소화를 통해 신속하게 환자 상태를 평가하고 체계적인 보호자 면담을 진행해 뇌사장기기증에 대한 정보 제공의 기회와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국내 유일 보험자병원의 장기이식센터에서 장기이식을 진행하면서 특별한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이형순 교수.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긴밀한 협조로 장기이식 분야의 기준과 원칙을 마련하고 국내 장기이식의 표준을 제시하는 모델병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에는 신장이식 연간 30례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로봇을 이용한 신장이식 수술을 시작하고 면역학적 고위험군인 ABO 부적합 신장이식 및 교차반응 양성/고감작 수혜자 신장이식수술을 늘려갈 예정입니다. 또 올해부터 심장이식도 진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장기기증원과 함께 국내 뇌사 장기기증 활성화에 이바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