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이의 생명을 살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은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둔 가족이라면 모두 한결 같다. 하지만 감당하기 벅찬 치료비용 앞에서 그 간절함은 무기력해지고 만다. 환자와 가족들의 간절한 마음을 알기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적정한 판단과정을 거쳐 환자에게 꼭 필요한 신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2022년 여름에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빅마우스>는 승률 10% 생계형 변호사 박창호(이종석)가 우연히 맡게 된 살인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희대의 천재 사기꾼 ‘빅마우스(Big Mouse)’가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억울하게 시작된 감옥살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거대한 음모로 얼룩진 특권층의 민낯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진짜 빅마우스의 정체를 밝히는 데 집중했던 시청자의 관심이 그 뒤에 감춰진 거대한 권력의 음모로 옮겨간 것은 박창호의 아내 고미호(임윤아)가 남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사건에 뛰어들면서부터다. 거대 권력이 운영하는 구천대학병원에서 신약 개발을 위해 교도소 수감자를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해왔던 것을 알게 되고, 미호는 이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급성 백혈병에 걸린다.
아내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는 창호지만, 미호의 백혈병은 이미 손쓸 수 없이 진행된 상황. 실제로 많은 보호자가 환자 본인만큼 힘든 시간을 보낸다. 백혈병은 발병 후 진행 양상과 암세포 변화가 발생한 곳에 따라 크게 급성골수성백혈병, 급성림프모구백혈병, 만성골수성백혈병, 만성림프모구백혈병으로 분류한다. 치료법도 백혈병 종류, 진행경과, 환자상태 등에 따라 각기 달라진다. 그만큼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부 백혈병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CAR-T 치료제 ‘킴리아’가 개발됐을 때 백혈병 환자와 가족들이 희망의 빛을 본 이유도 이 때문이다.
CAR-T 치료제 킴리아는 2차 이상 재발 또는 불응성 B세포 급성 림프성 백혈병 환자 10명 중 8명(25세 이하 소아 및 젊은 성인환자)에 치료 효과를 보이는 신약이다. 또한 재발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의 경우 1회 치료로 10명 중 5명(성인 환자)이 약에 반응을 보이며 3명은 치료 효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CAR-T 치료는 환자 혈액에서 얻은 면역세포가 암을 잘 인식할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을 거친 뒤 배양해 다시 환자 몸속에 집어넣는 맞춤형 치료다. 면역세포가 암세포만 정확히 표적하면서도 체내 정상세포 손상을 최소화해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개인 맞춤형 치료제이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불가능해 초고가 제조비용이 필요하다는 것. 그 치료비용이 한화로 수억 원에 달한다. 신약 개발이라는 희망이 희망고문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2017년 미국 식품 의약국(FDA) 허가 후 세계 30여 개국에서 사용되고 있고, 일본에서도 이미 급여화를 진행해 환자 치료에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킴리아의 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이어졌고, 마침내 건강보험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2022년 4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3억 6,000만 원에 달하는 1회 투약비용이 본인부담상한제를 적용 최대 598만 원으로 책정돼 많은 환자와 가족에게 희망을 전했다.
미호는 신약 개발의 비리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급성 백혈병에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