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출근하는 것’이 성실함의 징표이자 미덕이라 여겼던 때가 있다. 드라마 <최강 배달꾼>의 단아 역시 생계를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일을 하다 결국 쓰러지고 만다. 근로자의 건강을 위해 ‘아프면 쉴 권리’를 정당히 누릴 수 있는 세상을 위한 첫걸음, ‘상병수당 시범사업’에 대해 알아보자.
드라마 <최강 배달꾼>은 ‘팔팔수타’라는 중국집에서 배달꾼으로 일하는 최강수(고경표)와 이단아(채수빈)가 일과 사랑 모두에서 성공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집안의 빚을 갚기 위해 대학 합격증을 찢어버리고 서울로 상경한 단아는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과 마주한다. 단아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택한 것은 이 나라를 떠나 이민을 가는 것. 그때부터 단아는 돈 버는 것 외에는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는 악바리가 된다.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단아의 하루는 ‘일, 일, 일’로 채워진다.
척박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돌볼 여력이 없는 것은 당연지사. 일을 쉬면 돈을 벌 수 없으니 당장 생계가 어려워지고 현실로부터 탈출도 멀어지니, 단아에게 ‘아프면 쉰다’는 선택지는 없다. 몸이 안 좋아도 계속해서 참고 일하다가 결국 쓰러지고 마는 단아. 드라마 속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에는 현실에도 아파도 참고 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취업자의 35%가 1년 내 일하기 어려울 정도의 질병과 부상을 경험했다고 밝힌 바 있고, 아픈 근로자의 30%는 직장 분위기와 소득 상실 우려 등으로 제때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드라마의 결말은 통쾌한 해피엔딩이다. 강수는 골목 상권을 흔드는 프랜차이즈 음식점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단아는 돈이 아닌 꿈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딘다.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아파도 일을 해야 했던 단아의 현실’은 함께 고민해봐야 할 화두다. 그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상병수당이다. 상병수당은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 없는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일을 못 할 경우,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의 일정 부분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업무와 관련 없는 부상이나 질병에 대해서는 별다른 법적 제도가 없었다. 많은 근로자가 ‘아프면 쉴 수 있는 정당한 권리’를 누리기 힘들었던 이유다.
실제로 많은 나라가 근로자의 건강권을 위해 상병수당 제도를 운영 중이다. 1883년 독일에서 상병수당 제도가 사회보험급여로 처음 도입됐고,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이 사회보험 방식으로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상병수당 제도 도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져 지난 2020년 7월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고, 올해 7월 4일 서울 종로구, 경기 부천시, 충남 천안시, 경북 포항시, 경남 창원시, 전남 순천시 등 6개 지역에서 1단계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지원대상은 시범사업 지역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민 중 만 15세 이상부터 만 65세 미만의 취업자이며, 상병수당 지원금액은 2022년 최저임금의 60%인 하루 43,960원으로 책정됐다. 상병수당 신청방법은 근로자가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에서 상병수당 진단서를 받아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나 관할 지사에 제출하면 공단은 수급요건을 확인하고 급여 지급 일수를 확정·통보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3년간 3단계에 걸친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를 점검한 후 오는 2025년 전국적으로 상병수당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국민의 보편적 건강보장을 달성하고 업무 외 질병, 부상 발생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경우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전해주는 상병수당. 생계 때문에 아파도 일을 해야 했던 단아와 같은 근로자들에게 아프면 쉴 수 있는 정당한 권리를 찾아주는 반가운 소식이다.
<최강 배달꾼>은 짜장면 배달부인 주인공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흙수저의 사랑과 성공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