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체험 수기

국가건강검진의 중요성

그 생생한 목소리를 듣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가건강검진으로 질병을 조기에 발견·치료한 사례를 발굴해 건강검진의 필요성과 우수성을 알리고자 건강검진 체험수기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5월 한 달간 공모를 진행한 ‘제15회 건강검진 체험수기 공모전’에는 총 94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이에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쳐 최우수상 1편, 우수상 5편, 장려상 13편을 선정했다. 이중 최우수상 1편, 우수상 1편의 내용을 요약해 국민들이 직접 체험하고 느낀 국가건강검진에 대한 생각을 살펴본다.

암을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 ‘건강검진’

최우수상 임채연

2018년 받았어야 할 건강검진을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다 은퇴 후인 2019년 받았다. 그리고 얼마 후 받은 검진결과에는 ‘만성위축성위염’이라는 소견과 함께 ‘크기 변화를 관찰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마음은 무거웠지만 일상생활에 큰 무리가 없었기에 별일 아닐 거라며 넘겼다. 그로부터 1년 후 서울에 사는 딸들 얼굴도 볼 겸 큰딸과 함께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결과는 충격이었다. 위암이 의심되니 상급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는 것이었다. 2차 검진과 조직검사 후 위암 2기(B) 진단을 받고 입원 이틀 만에 수술을 받았다. 위 전체를 제거하는 복강경수술이었다.

건강검진을 꼬박꼬박 받았어야 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재활을 위해 링거 줄 4~5개를 연결한 거치대를 붙잡고 병동 복도를 빙빙 돌며 한없이 울었다. 장기간 입원 후 어렵게 퇴원했으나 곧 장폐색과 배액관 입구 염증으로 재입원하며 치료를 이어나갔다. 퇴행적인 예후에 절망과 우울감이 몰려왔다. 그리고 이어진 항암치료, 경구 항암제를 4주 복용 2주 휴약하는 주기를 8회 반복했다. 심한 식욕부진과 피부발진, 설사, 구내염, 수족 증후군, 피로감 등 각종 부작용이 뒤따랐다. 항암치료 중에도 정기적인 검사와 진료가 계속됐다. 그리고 마침내 8주기 항암치료가 끝나고 담당의사와 마주했다.

“검사 결과 모든 수치가 정상범위입니다. 항암치료는 종료됐고 정기검진 결과 특별한 소견이 없는 한 여기에 오실 일은 없겠네요. 1년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가끔 주변 지인들의 갑작스러운 비보를 듣고 장례식에 조문을 가는 일이 있다. 유족들은 문상객을 붙들고 고인은 평소 병원 문턱을 모르고 생활할 정도로 건강했다고 황망해 하며 슬픔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암은 악화하기 전까지 증세가 잘 나타나지 않으니 나처럼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면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는 1999년 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을 시작으로 2003년 간암, 2004년 대장암 검진은 물론 2019년부터 54~74세는 2년 주기로 폐암도 검진받을 수 있는 국가건강검진 체계가 마련돼 있다. 또한 건강보험 급여도 90%가 지원되는 세계적으로 선진화된 의료환경인만큼 우리 모두 검진 권고 주기에 맞춰 건강검진에 임해 생로병사 시름을 한결 덜어낸 건강한 삶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의료진에게 검사를 받는 환자의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 이미지

내가 아픈 것보다 더한 아픔

우수상 이예솔

2013년 21살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됐다. 겨울에 태어난 예쁘고 하얀 내 딸에게 이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첫 영유아 검진 때였다. 머리둘레 90%라는 수치를 받은 것이다. 의사 선생님은 다른 문제는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부모로서 걱정을 놓을 수 없어 맘카페에 글을 올리고 자문을 얻었는데 차차 성장하며 작아진다는 댓글에 마음을 놓았다. 그러나 몇 번의 영유아 검진을 거치며 머리둘레 98%라는 수치까지 기록하니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머리둘레 외에 인지발달이나 다른 소견은 모두 정상범위라는 이야기에 안심하려던 찰나 아이의 이곳저곳을 봐주시던 의사 선생님이 아이 귓속 고막 안쪽에 진주종*이 있는 것 같다며 큰 병원에 가볼 것을 권했다.

이후 여러 검사를 받고 수술 날짜를 잡을 때까지 엄마로서 아이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해 그런 질병이 생긴 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이 밀려왔다. 수술 후 의사 선생님이 제거한 진주종을 보여주며 수술이 잘 끝났다고 설명해주신 뒤에야 안심이 됐다. 수술 후 아이는 빠르게 회복해 완치 판정을 받았고 이후 평소와 같이 일상생활을 보냈다. 그러나 아프다는 아이와 함께 방문한 소아과에서 진주종 재발을 의심할 만한 소견을 받았다. 첫 수술 후 2년만이었다. 바로 이전에 수술받았던 병원에 검진을 예약하고 진주종 판정을 받은 후 수술 날짜를 잡았다. 5살 아이의 작은 몸에 입혀진 환자복, 아무것도 모른 채 병원 침대에서 생글생글 웃는 아이를 보며 부족한 엄마를 만나 두 번이나 수술을 받게 하는 것 같은 죄책감에 괴로웠다.

첫 번째 수술 때 이미 고막을 한 번 제거하고 다시 덮었던지라, 두 번째 수술은 고막과 진주종을 같이 제거하고 연골을 얇게 깎아 고막 대신 막을 씌우는 수술까지 더해져 더욱더 걱정됐다. 두 번째 수술도 다행히 잘 끝났고 고맙게도 아이는 빠르게 회복했다.

현재 초등학교 3학년인 딸 귀에는 수술 상처가 남아있지만 일상생활에는 문제없다. 자칫하면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 영유아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해 치료받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제는 커서 영유아 검진을 받지 못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 건강검진도 있고, 더 커서는 지역 혹은 직장인으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기에 든든하다.
*피부 상피 조직이 중이강과 유양동 내로 침입해 각질을 축적하면서 주위의 뼈나 연부 조직을 파괴하며 진행하는 병

아이와 함께 의료진의 문진을 받는 환자의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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