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지난 2년 동안 피서는 꿈도 못 꿨지만, 여름이 오면 시골에서 자란 어린 시절이 문뜩문뜩 생각난다. 1960년대 보릿고개 시절에는 삼시세끼 밥 먹는 집이 흔치 않았고 주로 고구마나 감자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 그런 와중에도 여름밤이면 우리 집엔 낭만이 내려앉았다. 우리 가족은 저녁식사 후엔 어김없이 마당에 멍석을 깔고 앉아 오손도손 정겨운 얘기를 나눴다. 가끔은 멍석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며 밤하늘의 별이 얼마나 많은지, 저 많은 별 중 내 별은 어디에 있는지,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 별은 어디에 있는지 어머니와 오빠, 남동생, 언니들과 헤아려 보기도 했다.
그때 아버지는 빈 병에 기름을 넣은 후 심지에 불을 붙여 마당 가운데 놓곤 했는데, 그러면 불 주변으로 모기가 잔뜩 모여들었다. 재미난 건 풀섶 여기저기서 볼썽사납게 생긴 두꺼비들도 어슬렁어슬렁 나타나 마치 합창이라도 하듯 널름널름 모기들을 먹어 치우는 것이 아닌가. “오늘 밤에는 두꺼비들이 모기를 다 잡아먹어서 모기에 물리는 일 없이 편히 잘 수 있을 거야.” 아버지 말씀처럼 그런 밤에는 모기 걱정 없이 단잠을 잘 수 있었다.
올여름도 유난스러운 찜통더위와 높은 습도 때문에 숨 막히는 여름을 나고 있다. 그나마 집집마다 에어컨과 선풍기가 있고 팥빙수와 수박 등 먹거리도 넘치며 각종 벌레퇴치제 덕분에 모기에 물릴 일도 적어졌다. 하지만 옛 시절이 나는 그립다. 고즈넉한 여름밤 마당에 모깃불을 피워놓고 가족이 모여 함께 등물하고 밤참을 나눠 먹으며 별을 헤아리는 풍경이 소소하지만 행복한 피서로 내 기억에 남아있다.
최원겸
요새는 손글씨를 쓸 일이 많지 않다. 예전에는 회사에서도 일일이 수기로 거래명세표를 작성하고 결재도 수기로 작성해 올렸지만, 지금은 서류 대부분을 컴퓨터로 작성하고 결재도 전자결재로 이뤄지니 손글씨 쓸 일은 그야말로 손에 꼽을 정도다. 생각해보니 대학 졸업 후 손글씨를 쓴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나는 평소 책을 읽다 좋은 구절이나 마음에 닿는 문구가 있으면 휴대전화 메모장에 기록해두곤 했는데, 하루는 전에 선물 받았던 다이어리가 생각났다. 그래서 책 구절을 다이어리에 옮겨 적기 시작했는데, 하나둘 써온 것이 제법 쌓여 올해 다이어리 두 권을 채워가고 있다.
손글씨로 시작한 또 하나의 즐거움은 회사에서 이어지고 있다. 우리 사무실에는 두 개의 화이트보드가 있는데, 하나는 주간계획을 적는 데 사용하고 다른 하나는 거의 사용하지 않아 내버려 두고 있었다. 어느 날부터 나는 다이어리에 적어놓은 문구를 화이트보드에 매일 똑같이 적기 시작했는데 신기하게도 그 이후 사무실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업무회의를 제외하고 직원들이 마주할 일이 거의 없었으며, 마주쳐도 간단한 인사만 나눌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화이트보드에 써놓은 글귀 덕분에 직원들 사이에 대화가 늘었고, 대화가 많아지다 보니 미처 알지 못했던 서로의 장점도 발견하게 됐다.
처음엔 나만 적던 글귀도 이제는 직원들이 돌아가며 적고 있다. 내 차례가 되면 어떤 글을 공유할까 설레기도 하고, 동료가 적어놓은 파이팅 넘치는 글에 힘을 얻기도 한다. 세상에, 출근이 기다려지는 날이 오다니! 소소하게 적어 내려간 손글씨가 나에게는 진정한 소확행이 아닐 수 없다.
여러분의 ‘소확행’은 어떤 것인가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을 줄여 소확행이라고 합니다. ‘우리들의 소확행’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나만의 행복이 무엇인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독자 여러분을 위한 지면입니다. 여러분의 작은 행복 이야기를 <건강보험>에 보내주세요.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모바일 상품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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