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소확행

우리들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곤로의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 이미지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나만의 행복은 무엇인가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건강보험> 독자들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추억의 맛

출장 간 남편이 골동품 가게에서 곤로를 사왔다. 딱히 쓸 일이 없다며 구박했지만 어린 아이처럼 잔뜩 들뜬 남편 얼굴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나 역시 곤로는 오랜만이라 반가운 마음도 있었다.

“사장님이 관리를 잘해서 새 것이나 다름없다니까! 못 믿겠으면 한번 켜보자.”

1980년대 석유곤로의 등장은 그야말로 부엌에 변화를 몰고 온 혁신과도 같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가정에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거나 연탄불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고, 목욕물을 끓였다.

때문에 곤로가 가정마다 보급되면서 누구보다 반가워한 사람이 바로 우리네 어머니들이었다. 불이 필요할 때마다 땔감을 구하거나 연탄불을 갈아야 했던 고단한 하루를 어머니들은 어떻게 견뎠을까.

결혼 후 도시에서 신혼생활을 했던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최고의 자산은 큰언니가 선물한 석유곤로였다. 성냥불 하나를 켜서 심지에 불을 붙이고, 심지 길이에 따라 불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었다. 잘 불린 쌀을 담아 냄비 밥을 짓고, 또 다른 냄비에 된장과 채소, 두부가 보글보글 끓는 찌개를 준비했다. 찬바람이 부는 늦은 밤에는 퇴근한 남편을 위해 파 송송, 계란 탁 넣어 라면을 끓이고, 석쇠 위에 올린 고구마와 감자가 익어가는 걸 지켜보는 일들이 소소한 행복이었다. 비록 단칸방 도시생활이었지만 석유곤로 하나만 있으면 남부럽지 않았다고 할까.

그 당시엔 지금과 달리 동네마다 백등유를 파는 가게가 있어서 저마다 하얀 석유통을 들고 백등유를 사다 나르곤 했다. 이제 그런 가게들은 사라지고, 어느새 커다란 주유소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으니 세월이 꽤 흘렀음을 느낀다.

“배고프니까 밥부터 먹자고. 오늘은 석유곤로로 냄비 밥 해먹으면 어떨까?”

“곤로로 밥하면 냄비에 그을음 생겨서 설거지할 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추억이잖아. 설거지는 내가 할게.”

곤로 위 구수한 밥 냄새가 집 안 가득 채워진다. 지난날 어리바리 새댁이던 내 얼굴이 떠올라 자꾸만 웃음이 난다. 이런 게 추억의 맛이 아닐까.

차다연

소소한 행복을 공부하는 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멀게 느껴졌던 이 단어가 요즘은 가깝게 다가온다. 아침잠에서 깨면 가장 먼저 보고 싶고, 보러가게 되는 베란다 다육이들이 소확행의 주인공이다. 저렴한 가격에 들여온 이 생명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퇴근 후에는 걸음을 재촉해 집으로 가게 되고, 어떤 걸 해주면 더 잘 자랄 수 있을지 생각하는 일이 즐겁기만 하다.

튼튼하고 멋진 목대와 푸르고 어여쁜 베란다를 기대하면서 유튜브도 보고, 다육이와 관련한 공부도 하고 있다. 꼬집기, 잎꽃이, 적심 등 잘못된 방법으로 길렀을 때 다육이에게 나타날 수 있는 각종 부작용도 경험했다.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잘 자라주는 다육이들을 보면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혹자는 뭐가 그렇게 즐겁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런저런 실수와 오랜 기다림 끝에 보일 듯 말 듯 자라난 조그마한 우주를 발견하면 그렇게 기쁠 수 없다. 다육이들에게 자꾸 말도 걸게 된다.

“목말랐구나. 물 줄게. 넌 훅 자라서 미워졌구나. 미용해줄게. 힘이 없어? 그럼 영양제 먹자. 흙이 맘에 안 들어? 너무 습했구나. 분갈이해줄게.”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나의 일상이 신기할 정도다. 좋아하는 것을 위해 공부하는 내가 좋다. 코로나19와 황사로 창문도 안 열었던 이전과 달리 요즘은 다육이들이 바람과 햇살을 듬뿍 받도록 창도 활짝 열어둔다.

희망사항이 생겼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다육이를 보자마자 이름을 불러주고 싶다. 아직은 ‘이름이 뭘까? 너 혹시 아무개 아니니?’ 하고 있다. 다육이가 내 반려식물이듯 나도 다육이의 반려인이 되고 싶다. 그리고 가족과 친구, 이웃에게 나눔으로 또 다른 즐거움을 주고받고 싶다.

김정제

다육이의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 이미지

여러분의 ‘소확행’은 어떤 것인가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을 줄여 소확행이라고 합니다. ‘우리들의 소확행’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나만의 행복이 무엇인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독자 여러분을 위한 지면입니다. 여러분의 작은 행복 이야기를 <건강보험>에 보내주세요.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모바일 상품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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