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지인이 저수지에서 잡은 민물새우 한 무리를 선물로 줬다. 맑은 냇가에서 잘 자라서인지 힘차게 펄떡이는 새우를 어떻게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린 사이 그릇에서 두 마리가 튀어나왔다. 유난히 생기 넘치는 두 마리 새우를 그릇에 담을 수 없어 수돗물을 받아둔 페트병으로 옮겼다. 그렇게 반려 새우와의 생활이 시작됐다.
두 마리 새우는 떡새우라 불리며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떡새우는 흰 가래떡처럼 질긴 생명력을 갖길 바라며 붙여준 이름이다. 화분 옆에 놔둔 두 마리는 잘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새우는 모습을 감추고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새우마저 움직임이 없는 게 아닌가. 죽은 건가 싶어 정리하려고 물을 빼니 처음 왔을 때처럼 크게 펄떡였다. 작은 새우를 잡아먹은 큰 새우를 다시 깨끗한 물통에 넣어 주고 공부하다 머리도 식힐 겸 새우 관찰에 들어갔다.
직사광선이 안 좋다 하여 거실 안쪽으로 옮겨주고 밤에는 형광등 불빛이 들어가니 종이로 가려주었다. 나뭇잎과 나뭇가지를 넣어주니 고개를 넘고 배영으로 헤엄을 쳤다. 한 달이 지난 아침에 보니 새우는 완전한 흰 새우가 됐다. 허물을 벗은 것이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측은한 생각이 들어 새우의 집을 옮겨주기로 했다. 수직에서 수평으로, 페트병의 크기도 넓혀줬다.
코로나19로 집콕이 된 부모님과 나는 재주 부리는 페트병 속 새우를 보며 일상 이야기를 나눈다. 냇가 청정수에서 놀다가 1일간 받아둔 수돗물에서 생활하게 된 우리 떡새우.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떡새우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오늘 주어진 일상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김연수
설레는 마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가족을 만나러 간다. 3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지낸 우리 가족의 일상에 최근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늘어나면서 명예퇴직을 선택했고, 두 딸은 취업의 고배를 마시며 아픔을 겪은 뒤 조금씩 단단해진 덕분에 사회 일원으로 거듭나 성장하는 중이다.
다만 직장이 있는 지역이 달라서 뿔뿔이 흩어지게 된 우리 가족은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작은 가족모임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날이 은근히 기다려지는 날이 됐다. 산책도 하고 추억의 음식도 먹고 사소한 수다도 떠는 소소하지만 정말로 행복한 하루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남편의 회갑생일이었는데 코로나19로 여행은 못 가지만 대신 집에서 생일상을 차려 파티를 했다. 두 딸이 잡채도 하고 전도 부쳤다. 비록 모양은 엉망이었지만 정성만은 가득해 우리 가족에게 색다른 행복을 주었다. 반대로 딸 생일날에는 음식을 해본 적 없는 남편이 돼지고기랑 햄을 잔뜩 넣은 아빠표 김치찌개를 만들어 딸을 기쁘게 했다. 소중한 추억이 마음에 저장되는 가족모임의 날은 그래서 즐겁다. 오늘도 나는 발걸음에 소소한 행복을 담아 가족을 만나러 간다.
최정애
여러분의 ‘소확행’은 어떤 것인가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을 줄여 소확행이라고 합니다. ‘우리들의 소확행’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나만의 행복이 무엇인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독자 여러분을 위한 지면입니다. 여러분의 작은 행복 이야기를 <건강보험>에 보내주세요.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모바일 상품권을 드립니다.
· 원고 분량 :
원고지 4매 이내(A4 반 장 이내, 10point 기준)
· 원고 마감 :
상시
· 응모 방법 :
우편 또는 이메일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 응모 주소 :
26464 강원도 원주시 건강로 32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소통실 정기간행물 담당자 앞 ※ 이름과 전화번호를 잊지 말고 적어 보내주세요. ※ 이름과 전화번호를 잊지 말고 적어 보내주세요.
· E-mail :
webzine@nhi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