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소확행

우리들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백발의 노인이 컴퓨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일러스트 이미지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나만의 행복은 무엇인가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건강보험> 독자들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할아버지의 컴퓨터 자격증

몇 달 전부터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곳에서 인상적인 손님을 만났다. 매일 오전 10시경에 PC방을 찾으시는 백발의 어르신이 주인공이다. 게임을 하고 있는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모니터에 얼굴을 가깝게 붙인 채 독수리 타법으로 키보드를 치는 어르신의 모습은 유난이 눈에 띄었다.

한 번은 눈이 나빠지니 모니터를 조금 멀리보시라고 말씀드리자 “잘 안 보여서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안타까운 마음에 화면 확대 기능을 알려드리자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셨다.

알고 보니 할아버지는 한 기관에서 실시하는 컴퓨터 관련 자격증 준비를 하기 위해 PC방을 찾으시는 것이었다. 기출문제를 출력한 프린터물을 보니 내가 몇 년 전에 딴 자격증과 비슷한 시험이라 이런저런 도움을 드릴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일하는 나에게 물어보는 것이 미안한지 최대한 자제하시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우리 할아버지 같은 친근한 마음이 들어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넸다.

“오전에는 한가하니 언제든 궁금한 게 생기면 편하게 물어보세요.”

할아버지는 필기는 붙었지만, 실기는 여러 번 떨어졌는데 어떻게 해야 합격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계셨다. 나는 알고 있는 선에서 열심히 설명해 드렸고, 관련 강의 동영상도 찾아서 보여드렸다.

그렇게 열심히 수험준비를 하시던 할아버지께서 시험이 끝나고 한 달 후 다시 PC방을 찾아오셨다. 손에 들려진 음료 세트와 얼굴에 선명한 밝은 미소에서 합격을 짐작했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들려준 대답은 예상 밖의 내용이었다.

“젊은이가 열심히 가르쳐줬는데 염치없이 또 떨어졌네. 그래서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다시 심기일전하여 모니터 앞에 앉은 할아버지의 모습에 만감이 교차했다. 저 연세에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하며 무언가에 몰입하는 모습이야말로 젊은 사람들에게 귀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모르는 것은 누구에게든 묻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불치하문의 격언도 떠올랐다. 할아버지가 빛나는 자격증을 들고 PC방에 찾아와 함께 기쁨을 나누실 수 있는 날이 오길 소망해 본다.

정경석

아이(Eye) 쇼핑

창가에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아내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거실 시계를 바라본다. 아홉시 반이다. 커피 잔을 다 비우도록 우린 말이 없다. 마주치는 눈빛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고 있다.

“오늘 또 그 집으로 갈까요?”

아내가 외출 준비를 했다. 아내를 따라 가까운 단골 우거지 해장국 집에 들려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아내의 얼굴에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몸이 허한 것이 아닌가 싶어 걱정이 된다. 한평생 찌든 살림에 아이들을 짝채워 보내느라 몸과 마음이 빈 조개껍데기가 된 것 같아 측은하다.

“여보, 당신 많이 늙었구려. 자식이 뭔지, 우리 집엔 당신과 나뿐이네. 언제 누가 먼저 떠날지 알아요? 하얀 머리 염색도하고 빨간 와이셔츠도 한번 입어 보고. 아까 우리 앞에 앉아 있었던 그 아저씨 당신 또래인데 빨간색이 참 잘 어울리던데요.”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일러스트 이미지

해마다 쇠잔해지는 남편이 짠한 모양이다.

아내는 백화점 쇼핑을 무척 좋아한다. 물론 아이 쇼핑이다. 걷기 운동도 할 겸 곧잘 나가잖다. 아내가 앞장을 서면 뒤를 따라간다. 아내는 온종일 백화점 매장을 돌아다닌다. 지하 슈퍼부터 일층, 이층, 삼층. 끝이 없다. 다리가 아프고 발바닥에 쥐가 나도 따라다닌다. 사고 싶은 것은 모두 만져보고 눈맞춤 해둔다. 하루 종일 다녀도 산 물건은 하나도 없다. 그래도 아내는 행복해 보인다. 언젠가는 그것들을 살 수 있을거라 꿈꾸는 것 같아 애처롭기만 하다.

“ 여보, 아까 그 자주색 점퍼 왜 싫다고 하셨어요? 좋기만 하던데, 한번 입어 보지 않고서.” 아내는 내 마음을 읽고도 남음이 있다. 내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하지만 한마디 불평도 없다. 마음이 아프다.

신들린 사람처럼 쏟아내는 아내의 쇼핑은 끝이 없다. 머리에 하얀 서리가 내린지 오래건만 아내는 부지런히 염색하고 몸을 가꾸고 고목에 꽃을 피워보겠다고 쇼핑을 즐기는 것 같다. 항상 나눔을 즐기는 아내는 바닥이 드러난 통장을 보고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그것이 그의 천성이라 신비롭다.

오늘도 백화점 물건 모두를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들에게 나눠 주겠다는 엄청난 꿈을 꾸며 행복해 한다. 나는 그런 아내가 좋다. 아내의 손을 살며시 잡아본다. 아내도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아 준다. 우리는 사춘기 소년 소녀처럼 얼굴을 붉히고 싱긋 웃고 만다.

정하득

여러분의 ‘소확행’은 어떤 것인가요?

여러분의 ‘소확행’은 어떤 것인가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을 줄여 소확행이라고 합니다. ‘우리들의 소확행’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나만의 행복이 무엇인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독자 여러분을 위한 지면입니다. 여러분의 작은 행복 이야기를 <건강보험>에 보내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모바일 상품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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