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건이강이

서태평양 지역에 대한 건강보장 지원책,

그 청사진을 그리기 위한 만남

前 WHO WPRO 사무처장 신영수 박사

출동 건이강이 인터뷰의 주인공 前 WHO WPRO 사무처장 신영수 박사 이미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약 5개월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아주 유의미한 대담의 시간을 가졌다. WHO 협력센터로서 주도적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 위하여 前 WHO WPRO 사무처장 신영수 박사와 총 7회에 걸친 인터뷰를 진행, WHO WPRO(Western Pacific Regional Office,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 회원국에 대한 실질적인 건강보장 지원방안들을 심도 있게 모색했기 때문이다. 공단의 글로벌협력실과 질의로 이어진 대담 현장의 핵심 내용을 지면으로 옮겨봤다.

글. 이소영 사진. 김경록

Q.

지난 10년간(2009~2019) WHO WPRO 사무처장직을 수행하신 박사님의 다양한 현지경험들과 노하우를 통해 공단이 WHO 협력센터로서 서태평양지역 국가들에 어떠한 지원을 펼쳐야 할는지 그 실질적 방안을 찾고자 모셨습니다.

공단이 그동안 베트남 정부의 건강보험 정책수립지원, 네팔의료보험 제도구축 지원사업, 가나의 지역가입자 확대 지원, 페루·콜롬비아에 건강보험 지식전수사업까지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국가 등 전 세계에 걸쳐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에 많이 놀라웠습니다. 투철한 사명감과 강한 의지로 사업을 추진해 온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효율적이고도 실질적인 건강보장지원책을 위해서는 우선 돕고자 하는 개발도상국들의 여러 상황 즉 사회, 경제, 문화, 정치제도 등을 하나의 지표로 삼아서 아이템을 설정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현지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효과적인 지원책이 나오기가 어려울 테니까요.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Q.

박사님께서는 WHO WPRO 사무처장으로 재임하면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회원국 주민들의 보건 향상을 위해 애쓰셨습니다. 지난 인터뷰에서 개발도상국에서 적은 예산을 들여서 건강수준을 높일 수 있는 것을 일차의료의 강화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일차의료 도입에 있어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까요? 국가별 사례도 듣고 싶습니다.

일차의료 도입도 다른 여타 정책과 마찬가지로 지도자의 의지가 관건입니다. 국가연대, 경제력, 국민 수용력 등의 국가적 상황을 두루 살펴서 추진하려 하는 의지 말입니다. WHO WPRO 사무처장 재임 시절 겪었던 바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라오스의 경우 수력발전 수입으로 경제적 여력이 있었을 때 의료제도 관련 의견들을 전달하니 인력 증원은 물론 주지사들 협조까지 얻을 수가 있었어요.

반면 파푸아뉴기니는 일차의료 도입을 하는 데 있어 시간이 꽤 소요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천연가스, 구리 등 자원이 풍부해 경제발전 전망은 밝지만,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로망이 발달하지 않은 중앙고지대에 거주하고 있어 내부 부족 간에도, 외부 세계와도 교류가 쉽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보편적인 판단으로 접근하면 어려울 겁니다.

사모아는 원래 좋은 일차의료 체계를 가진 국가였습니다. 하지만 보건의료 인력의 유출과 인프라 유지에 드는 비용이 상당해 의료제도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일차의료 체계가 상당히 와해되기도 한 사례입니다.

Q.

최근 코로나19 대응을 하면서 공공병원 확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40년 전, 의료보험이 막 출범한 1981년도에 시·도립병원을 현대화하는 사업이 있었습니다. 당시 병원연구소에서 전체 43여 개의 시·도립병원 중 스물 몇 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현장은 대학 시절 무의촌 봉사를 떠오르게 할 만큼 충격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병원 배식이 어려워 가족들이 밥을 가져다줘야 하는 상황이었고, 가족이 없던 환자들은 식사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었죠. 시·도에 있는 국립대학병원과 시·도립병원을 자매병원으로 묶어서 공사화를 하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전국 시·도립병원의 공사화’를 제안했습니다. 당시 국무총리실에서 채택되어 거의 추진 전 단계까지 갔었는데, 결과적으로 아쉽게 무산되었습니다. 지금 30여 년간 서울대학병원 수탁 운영을 통해 합리적 서비스를 제공하며 공공의료의 새 모델로 손꼽히고 있는 보라매 병원을 보시면 아실 겁니다. 시·도의 국립대학병원과 시·도립병원을 묶으면 무한한 힘이 되는 것을 말이죠. 그 당시 이 안건이 추진이 되었다면 현재 공공병원의 모습이 달라졌을지 궁금하네요.

Q.

우리 공단은 지난 2020년 12월 WHO 협력센터로 지정되었습니다. 덕분에 세계보건에 이바지하신 박사님을 모시고 대담을 진행할 기회를 얻어 영광이었습니다. 글로벌협력실 직원들과 공단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WHO 협력센터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공단이 글로벌협력실을 필두로 다양한 국제적 지원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압니다. 타국을 돕는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죠. 앞에서도 여러 차례 말씀드렸듯이 중요한 것은 일회성이 아닌 실질적인 지원책입니다. 많은 개발도상국이 우리나라의 의료제도를 배우고자 합니다만, 우리나라는 불과 70년여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성공사례가 다른 나라에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입니다. 한국이 경험한 것은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인 경우이죠. 때문에 다른 나라를 도울 때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성찰이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입니다.

공단의 글로벌협력실과 신영수 박사가 대담을 나누고 있는 이미지 공단은 WHO 협력센터로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前 WHO WPRO 사무처장인 신영수 박사와 지속적인 대담을 이어왔다.

Q.

이번 대담을 통해 우리나라 경험을 타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는 협력국의 입장에서 해결책을 찾도록 치밀한 준비를 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공단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전반적인 방향에 대해 조언해 주신다면?

공단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핵심 역할을 하는 관리기구입니다. 재정조달 기능에서 지불까지 우리나라 의료보장제도의 큰 틀을 관장하고 있죠. 그 결과 전 국민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의료보험시스템이 확립되었고요. 하지만 전국민 의료보장 달성이 그 끝은 아닙니다. 앞으로도 국민들의 기대에 맞게끔 적정한 비용으로 최상의 진료를 해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계속 모색하고 발전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의료보건 시스템이 완성된 전 세계 선진국의 대통령·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의료보장제도가 정치 아젠다의 핵심 과제로 손꼽히고 있는 것을 보면 국민건강보험 개혁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지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19의 장기화와 함께 10년 내에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될 것을 대비하여 의료비 안정화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고령화로 인해 앞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증가할 전망인데, 이에 맞춰 지금부터 비효율적인 낭비를 줄이고, 대상자 중심의 의료 관리 서비스를 제공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일선에서 국민의 건강을 수호하고 있는 공단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정부 및 관계부처가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해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책무를 잘 감당해가기를 바랍니다.

WHO 협력센터로 지정된 공단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신영수 박사가 일어서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이미지

신영수 박사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 글로벌협력실 직원들 이미지

국제협력 업무의 지경을 넓혀가는 글로벌협력실!

공단은 WHO 협력센터로 지정됨에 따라, 신영수 박사님과 같이 세계보건을 위해서 이바지하신 귀한 분을 모시고 대담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박사님과의 면담을 통해서 앞으로 글로벌협력실은 협력국과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상호간의 보건시스템을 강화 발전시키는 협력의 기회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2022년부터 타깃 국가를 선정하여 심도 있는 분석을 수행하는 동시에, 협력의 기회를 모색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한국의 우수한 제도 운영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한국의 보건 시스템 발전 경험과 관련된 생생한 기록을 남기는 작업을 진행해나갈 계획입니다.

지금 보는 페이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