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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INESS OF SENIOR

#실버스타

전직 대법관의
이로운 영향력


배움은 평생이다. 나이가 들어도 익히고 기억해야 할 것들은 자꾸 생겨나기 마련. 좀 더 쉽고 재미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낯선 지식일지라도 그리 어려울 게 없다.
욕심을 조금 더 내자면 알고 있는 지식을 타인과 나누는 즐거움도 있을 테다. 생활과 밀접한 법률 상식을 전함으로써 법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대법관 출신 유튜브 크리에이터 박일환 씨처럼.

 정은주 기자 사진 유튜브 ‘차산선생 법률상식’

 전직 대법관이 알려주는 법률상식 채널

어떤 분야든 무수한 시간을 견디고 다듬었을 때, 비로소 고수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그렇게 쌓은 지식과 지혜는 ‘나’에서 ‘우리’에게로 확장될 때 더욱 큰 가치를 발하는 법. 박일환 씨가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유튜브 크리에이터 활동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사법시험을 통과, 일찍이 법조인이 된 그는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관해 서울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거쳐 2006년 대법관에 임명됐다. 퇴직을 한 지금은 로펌에서 고문변호사로 활동 중인데, 생활과 밀접한 법률지식이나 중요한 판례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시작한 게 유튜브 ‘차산선생 법률상식’ 채널이다. 변호사나 의사 같은 전문직의 개인 방송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장관급인 전직 대법관이 직접 방송을 하는 것은 그가 처음. 30년 넘게 판사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지금까지 상속제도, 반려견, 퇴직발령, 비밀녹음, 영장실질심사, 부동산 등기 등을 주제로 다루었다. 또한, 국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대법원 주요 판결에 대해 배경과 상세한 내용을 설명하기도 했다.

 구독자 눈높이에 맞춘 쉽고 친근한 설명

법에 관한 채널이라고 해서 딱딱하고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핵심만 골라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덕에 구독자 수도 개설 8개월 만에 2만 4,000명까지 늘었다.
박일환 씨의 이러한 유튜브 활동은 일종의 재능기부이자 자신을 위한 공부이기도 하다. 과거 자신이 판결을 내린 내용을 돌아보거나 사회가 바뀐 모습을 고찰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 그래서 유튜브를 시작할 때만 해도 ‘6개월만 해볼까?’ 싶던 생각이 ‘좀 더 길게 해보자!’로 바뀌었다. 구독자들의 반응은 역시 칭찬과 감사 일색이다. 절반 이상이 10~20대 젊은 층인데, 그는 얼굴도 모르는 이들에게 인사를 들을 때면 아직까지 신기하다고 말한다. 느지막이 시작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활동으로 새로운 즐거움을 맛보고 있는 셈. 한 번 만들어 올린 영상은 두고두고 볼 수 있는 데다 본인만의 콘텐츠만 있다면 누구나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저마다의 내공으로 다져진 시니어들에게 추천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방법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사실. 그 역시 편집과 자막 작업만 딸의 도움을 받고, 원고 작성과 촬영은 직접 한다.

 인생 2막에 즐거움을 더해준 크리에이터 활동

자유롭게 소통하는 유튜브 세상을 만난 게 그는 너무 반갑다. 친구들에게 ‘좋은 일 한다’는 덕담을 듣는 것도, 할아버지가 유튜브 크리에이터라서 좋다는 손녀의 반응도 즐겁다. 사실 ‘판사의 꽃’이라 불리는 자리지만 대법관 시절에는 쏟아지는 업무에 하루하루를 바쁘게만 보냈다. 사람을 만나는 게 꺼려지는 직업이다 보니 주변인들과 거리를 두고 살 수밖에 없었고, 결국에는 관계가 멀어진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판사 생활을 하느라 오랫동안 못 만난 오래된 지인들을 찾아 만나는 걸 버킷리스트로 정했을 정도. 유튜브 크리에이터 활동이 버킷리스트를 이룰 반가운 마중물이 될지도 모르겠다. 박일환 씨는 종종 생각한다. 인생의 1막을 순조롭게 마무리했듯 2막 역시 잘 보내야겠다고. 건강관리를 하면서 경제적으로는 독립된 삶을 살고, 여력이 닿는 대로 취미생활과 기부도 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인생이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