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우진이 명실상부 ‘믿고 보는 배우’로 올라섰다. 2015년 영화 <내부자들> 이후 드라마 <도깨비> <38사기동대> 영화 <보안관> <남한산성> <강철비> <1987> 등 수많은 작품에 얼굴을 내밀었고, 급기야는 <국가부도의 날>부터 타이틀롤로 올라섰다. 특히 류준열, 유지태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한 영화 <돈>은 개봉 4일만에 ‘100만 고지’를 넘으며 주연으로서 가치를 입증했다. 짧은 시간, 스타 반열에 오른 셈이다. 배우 조우진을 만나 ‘돈’에 대한 솔직한 생각부터 유명인으로서 영향력, 아빠로서 느끼는 변화 등에 대해 들어봤다.
글 이다원 기자 사진 쇼박스
아직 ‘주연’이란 단어엔 소화제가 필요해요. 그런 평가를 듣는 건 보람된 일이지만, 개인적으론 소화가 잘 안 되거든요. 여기에 초심이 흔들리면 안 된다는 생각도 들어요. 칭찬에 잠식되거나 쓸려가버리면 결국 사라지고 마니까요. 저에게만큼은 더 엄격해져야 할 것 같아요.
<돈>을 찍으면서 ‘돈’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을 것 같아요. 조우진 씨가 생각하는 ‘돈’은 무엇인가요?글쎄요. 살면 살수록 돈은 더 어려워지는 존재예요. 그동안 돈을 너무 모르고 살아서 정의를 내릴 순 없지만, 영화를 촬영하면서 느낀 건 시간이 갈 수록 ‘돈’이 ‘독’이 된다는 거죠. 또 하나, 어릴 때 들었던 어른들의 말씀도 생각났어요. 돈보다 사람이 먼저고, 돈보다 사람이 더 어렵다는 걸요.
그래도 영화 <내부자들> 이후 경제적으로는 조금 나아지셨을 것 같아요.하하. 그렇긴 하죠. 돈을 이끄는 정도는 아니지만 덜 쫓기는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지금도 돈이 무서워요. 어떻게 써야 의미있는 소비인지 고민도 하게 되고요. 예전에 선배들이 ‘박사위에 밥사 있다’고 말한 뜻도 어렴풋이 알게 되는 것 같아요. 함께 어울리며 같이 밥 먹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에 조금이나마 환원할 수 있다면 어떨까. 기부나 봉사를 실천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나눔의 가치를 생각하게 됐어요. 지난해부터 조금씩 실천하고 있는데, 전에 몰랐던 행복감이 찾아오더라고요. 더 잘 벌고 싶어졌고, 제대로 쓰고 싶어졌어요.
만약 영화처럼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제안이 온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솔직히 심하게 고민은 할 것 같아요. 하지만 결론은 분명하겠죠. ‘인간’ 조우진은 그 거금을 감당할 순 없다는 거예요. 만약에 집어 삼키더라도 길지 않은 시간, 결국 뱉어낼 거고요. 분에 넘치는 결과물을 접했을 땐 ‘나와 맞지 않다’는 독을 느끼거든요.
“초심에서 벗어나지 않은
선에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조건 해내야 하는 게
배우로서 제 사명감이에요.
또한 제 안의 여러 모습을
설득력 있게 꺼낼 수 있도록
노력도 해야겠죠.”
맥락이 다르긴 하지만, <내부자들> 이후 3~4년 동안 적지 않은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면서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 기대감에 대한 부담이 적진 않거든요. 물론 그걸 감당해야 하는 게 배우라는 직업의 숙명이지만요.
갑자기 돈이 왕창 생긴다면 어떻게 쓰고 싶으세요?가족의 평화를 위해 쓰고, 나눔을 실천할 거예요. 가정에 평화가 와야 저도 일을 편하게 할 수 있고, 그래야 더 좋은 연기로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럼 더 많이 나눌 수도 있겠죠? 선순환되면 좋겠네요.
그런 표현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전 놀라워요. ‘어쩜 그렇게 얼굴이 다 다르냐’란 말을 들을 수 있도록 기회를 얻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고요. 하지만 그런 칭찬에 너무 매달리면 매너리즘에 빠질 것 같아, 크게 흔들리지 않고 가는 게 제 또 다른 목표기도 해요.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조우진 표 멜로물’도 기대됩니다.초심에서 벗어나지 않은 선에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조건 해내야 하는 게 배우로서 제 사명감이에요. 또한 제 안의 여러 모습을 설득력 있게 꺼낼 수 있도록 노력도 해야겠죠.
초심이란 말을 자주 하십니다. 뒤돌아봤을 때 자신에게는 어떤 평가를 하실런지요?최근 평가를 봤을 땐 그리 크게 흔들리진 않았다고 봐요. 하하. 이걸 제 자신감의 원천으로 삼으려고요. 앞으로도 저에 대해 더 엄격해져야 인간으로서 제 욕망도 조절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을 얻으셨죠? 아빠로서 변화가 생긴 게 있나요?아이를 바라보면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졌어요. 또 ‘어떤 사람이 좋은 어른일까’란 고민도 자주 하게 됐어요. 이 직업을 통해 가치를 창출해내는 선배들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때 더 자극이 돼요. ‘아이 아빠’라서 그런 게 더 잘 보이나봐요. 저도 잘못된 것에 대해 목소리 낼 수 있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또 이렇게 말만 하는 게 아니라 몸소 보여주는 아빠가 되어야겠죠?
“정유정 작가가 쓴 <종의 기원>이란 책을 추천합니다. 발간된 지는 조금 됐지만, 인상 깊게 읽어서 꼭 추천하고 싶었어요. 정유정 작가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기도 하고요. 여러분도 <종의 기원>으로 읽는 즐거움을 맛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