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하면 ‘해운대’로 답하던 시절은 지났다. 멋진 풍경, 새로운 명소, 트렌디한 맛집이 자꾸자꾸 얼굴을 내미는 까닭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럼에도 옛것들이 부산의 대표주자로 굳건히 발을 딛고 있다는 사실. 이러한 신구의 절묘한 공존은 부산만의 매력을 더욱 짙게 만들어 준다. 그러니 자꾸 발길이 흐를 수밖에.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도시, 봄날의 부산으로 간다.
글 정은주 기자
부산은 부산만의 색채가 분명하다. 또렷하고, 강렬하며, 그럼에도 이질적이지 않은. 왠지 어중간하고 뜨뜻미지근한 건 어쩐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이 도시는 그래서 매력적이다. 풍경만 봐도 그렇다.
6.25 전쟁 당시 산비탈에 촘촘하게 형성된 마을이 도심 한가운데 살아있는가 하면, 첨단의 초고층 건물들이 이국적인 스카이라인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아무래도 오리지널 부산의 맛은 전자 쪽이다. 부산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영도 흰여울길이 대표적인데, 절벽 위에 위치해 있어 TIP좁은 골목을 꺾어 돌 때마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 풍경이 예술이다. 이곳은 198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변호인>, <범죄와의 전쟁>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 그만큼 옛 모습이 많이 남아있다는 의미다.
남포동도 부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각종 해·수산물이 펄떡이는 자갈치 시장, 아날로그적 감성이 숨 쉬는 보수동 헌책방 골목, 오밀조밀 상점들이 늘어선 국제시장과 깡통시장 모두 일대에 있어 발품 팔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깡통시장은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야시장이 열려 색다른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거대한 도시답게 곳곳이 볼거리지만 여전히 주목받는 곳은 역시 해운대와 광안리 일대다. 초고층 아파트와 이색적인 건물들, 요트가 정박해 있는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은 이곳이 한국이 맞나 싶을 정도다.
시원하게 뻗은 광안대교도 멋지다. 총 연장 7.42㎞의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해상 복층 교량. 게다가 무려 10만 가지 이상의 색으로 연출되는 경관조명 덕분에 언제 보아도 눈이 호강이다. 사실 이곳의 진짜 매력은 첨단의 건축물과 순수한 자연이 기가 막히게 공존한다는 데 있다.
교량 아래로 드넓은 바다가 펼쳐지고, 빌딩숲을 돌아가면 자연공원이 나타나는 식이다. 덕분에 바쁘게 움직이는 여행길에서도 마음에 여유를 들이는 게 가능하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조선호텔 뒤쪽의 이기대 산책도 추천할 만한데, 흙을 밟으며 숲과 바다 경관을 함께 눈에 담을 수 있어 이색적이다. 또 한 가지, 부산 바다와 도시 경치를 감상하고 싶다면 송도해수욕장의 해상케이블카를 타는 것도 방법이다. 바다를 가로질러 운행되는데다 최대 높이가 86m라 암남공원, 영도 등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맑은 날에는 대마도까지 보인다.
부산은 미식 여행지로도 유명하다. ‘부산’이라는 수식어를 단 온갖 먹을거리들이 즐비한 까닭이다. 그 중에서도 초봄에는 뭐니 뭐니 해도 기장 대변항에서 잡히는 멸치를 최고로 친다. 예전부터 맛과 영양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터. 우리나라 멸치 어획량의 60%를 차지하는 곳답게 오직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들이 입맛을 자극한다.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회다. 멸치를 회로 먹을 수 있다는 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대변항에서 잡히는 것들은 길이 10~15㎝의 왕멸치기 때문에 횟감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먹기 좋게 어슷어슷 썰어 채소와 함께 무쳐내는데, 살이 무척 연하고 지방질이 풍부해 몇 번 씹기도 전에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린다. 칼칼한 국물이 특징적인 멸치찌개, 씹을수록 고소함이 퍼지는 멸치 튀김과 구이도 별미라 일부러라도 찾아 즐길 만하다. 참고로 매년 4월에 열리는 기장 멸치축제 기간에 맞춰 방문하면 더욱 풍성한 맛과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기왕 기장까지 왔으니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에는 주변 명소에도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대변항부터 연화리까지 바닷가에는 젖병등대, 장승등대, 닭벼슬등대 등 이색 등대가 서있으며, 바다 위 절벽에 지어진 해동용궁사도 차로 약 10분 거리로 가깝다. 미식과 볼거리 모두가 만족스러운, 역시 부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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