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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ON 글로벌

덴마크의 커뮤니티 케어는
무엇이 다를까?
  

2026년이 되면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이 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노인의 수가 증가하면서 노인 돌봄에 대한 불안은 대다수 국민이 당면한 문제가 될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불안을 해소하고자 지난해 11월,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 계획(커뮤니티 케어)’를 발표했다. 정책의 핵심은 돌봄이 필요한 국민이 살던 곳에서 본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책은 발표됐지만 아직 우리에게 ‘커뮤니티 케어’라는 개념은 굉장히 생소하다. 그래서 ‘복지’하면 떠오르는 덴마크를 방문해 눈으로 직접 ‘커뮤니티 케어’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실 임종록 주임

  • 노인복지주택,
    어울려 살 수 있어 좋다

    덴마크 프레데릭스베르 시에 위치한 노인복지주택(Betania Hjemmet)에서는 모토타일을 통해 재활 활동을 하고 있는 노인들을 볼 수 있었다. 덴마크공과대학(DTU) 플레이웨어센터(Center Of Playware)에서 개발한 모토타일은 불이 들어오는 타일형태의 전자식 재활운동보조도구이다. 모토타일은 간단하지만 인지와 신체능력을 향상시키기에는 충분했고 노인들은 놀이를 하는 것처럼 즐거워했다.
    여기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었던 트로벨 할아버지는 아내가 돌아가신 뒤부터 노인들이 모여 사는 공동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평소에 할아버지는 8평 남짓의 원룸 공간에서 혼자 생활하는데 한 층에 15명, 총 60명의 노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노인복지주택 생활의 장점으로 ‘다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것’을 꼽았다. 이곳의 공동생활 공간에서는 함께 모여 파티를 하고, 수영, 공놀이, 춤 등 다양한 놀이와 치매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받는다. 덴마크 정부는 1988년부터 요양원 신규 건설을 금지하고 ‘주거와 케어의 융통적인 조합’을 위해 다양한 고령자 주택을 구축했다. 고령자 주택은 24시간 요양이 제공되는 요양형 주택(프라이에보리)과 상주직원 없이 24시간 케어를 받으며 생활하는 자립형 주택(엘더보리)으로 나뉜다. 고령자 주택은 노인이 살던 곳에서 가능한 오랫동안 살 수 있는 ‘Aging in place’ 원칙에 의해 운영되고 있어 노인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에 유리하다.

  • 지역사회 치매환자의
    신체적·사회적 기능 회복 돕는다,
    오덴세치매센터

    “흘러나오는 노래의 작곡가가 누구인지 한번 맞춰보세요” 오덴세치매센터(Dementia Centre in the municipality of Odense)에서 실제로 치매환자들이 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터치스크린 속 프로그램에는 작곡가 맞추기를 포함한 다양한 인지향상 프로그램이 있었다. 덴마크 정부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개발 및 구매하는데 적극적으로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치매센터는 트레이닝 프로그램과 ICT 프로그램(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 정보통신)을 통해 지역사회 내에서 치매 환자의 신체적, 사회적 기능을 회복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환자가 센터에 오면 일단 1시간 30분 정도 자전거 기구를 타며 기초적 운동을 하고, 이후 45분 동안 터치스크린을 통해 ‘똑같은 카드 찾기’, ‘퍼즐 맞추기’ 등의 간단한 인지향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보통 총 4개월 동안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프로그램 종료 후 50% 이상의 환자가 인지능력이 향상되었다.
    또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ICT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현재는 ReACT란 핸드폰 어플을 제작 중인데, 캘린더를 통해 치매환자가 자신의 일정을 만들어 나가 환자의 기억 회복을 돕는데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센터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시대에 맞는 복지 사회를 구축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 붐비지 않는 상급종합병원
    ‘코펜하겐 대학병원’

    할머니를 모시고 가야했던 우리나라의 상급종합병원은 늘 붐볐다. 주차 자리가 없어 주차장을 계속 돌아야 했고 할머니가 진료받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했다. 그런데 코펜하겐 대학병원(Rigshospitalet)은 이상하리만큼 한가했다. 실제로 코펜하겐 대학병원 병상가동률은 88%로 우리나라 상급종합병원 병상가동률인 102.1%(2016년 기준)에 비해 현저히 낮다. 불필요한 입원을 줄이고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의 치료율을 높이는 것이 병원의 주요 목표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병원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혁신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2015년부터 일부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자신의 가정에서 항암화학요법(chemotherapy) 치료를 일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도 그 중 하나이다. 가정에서 항암치료를 받는데 필요한 건 ‘작은 가방’ 하나이다. 가방에는 정맥 치료 약물과 도구가 있는 아이브이백(IV–BAG)과 함께 환자의 정맥에 약물이 들어가기 위한 시간과 양을 조절하는 주입 펌프가 들어있다. 가방을 환자가 집으로 가져가 착용해 투여하는 식인데, 디지털 솔루션을 통해 투여과정을 확인 할 수 있고 환자가 임의로 약물 양을 조작하는 것을 방지 할 수 있다. 프로젝트는 환자와 병원 모두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왔다. 환자는 병원에 통원·입원 할 필요 없이 본인이 살던 곳에서 더 편안하게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병원은 시행 첫해에만 입원일이 약 750일 감소하여 운영 효율성이 증가하였다.

  • 복지는 최첨단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덴마크 출장으로 주거, 돌봄(요양), 의료 각 분야의 특성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공간들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살던 곳에서 가능한 오랫동안 살 수 있는 ‘Aging in place’라는 큰 목적을 바탕으로 따로, 그리고 함께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덴마크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특징은 보건의료·복지 곳곳에 다양한 기술이 결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노인공동주택 내에는 모토타일이, 치매센터에는 치매환자를 위한 앱이, 마지막으로 코펜하겐 병원에서는 항암치료를 위한 작은 가방에서 복지 기술(Welfare technology)을 확인할 수 있다. 덴마크 정부는 2007년부터 기본적으로 본인이 살던 곳에서 자립생활을 최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복지기술의 활용을 국가방침으로 발표했다. 흔히 우리나라를 ‘ICT 강국’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위에 언급한 복지 기술은 그다지 대단해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이 덴마크를 방문했던 교수님의 말씀대로 복지 분야에는 최첨단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려는 인문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지가 중요하다.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