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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장기요양 개혁

네덜란드는 고령 인구 증가, 장기요양 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기존 장기요양보험인 특별의료비보장제도(AWBZ)를 건강보험법(ZVW), 장기요양보험법(WLZ), 사회지원법(WMO), 청소년법(Jeugdwet)으로 개편하는 ‘WMO 2015’ 개혁을 실시하였다. 이 개혁의 핵심 내용은 기존의 노인 돌봄 체계를 지역사회 중심 체계로 전환해 지역정부가 지역 거주 노인의 요양 및 복지서비스 필요도를 평가하고 이를 근거로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노인을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네덜란드에서 100년 전부터 있었던 ‘가정간호’를 부활시킴으로써 노인이 거주지 지역에서 간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윤경 연구위원(국제사회보장리뷰 2018 가을호)

  • 네덜란드
    장기요양 개혁의 배경

    2015년 개혁 이후 네덜란드 노인은 지역에서 통합적으로 제공되는 요양, 간호, 사회서비스 등을 자택(또는 지역사회 노인주택)에서 이용하며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네덜란드의 이와 같은 개혁은 효율적인 서비스 전달을 위해 노인 돌봄 체계를 지역사회 중심 체계로 개편하고, 의료–요양–사회서비스 간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하며, 가족, 이웃 등 비공식 인력을 적극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노인돌봄 체계 개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네덜란드는 독일 등과 같이 인구 고령화가 일찍 시작된 국가로 1970년에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0.1%였고, 2010년에는 15.4%로 증가했다. 네덜란드는 타 고령화 국가와 비교할 때 무엇보다 장기요양 지출의 비율이 높았다. GDP 대비 장기요양 지출이 2005년 기준 2.0%로 독일의 2배였으며 2013년 2.7%까지 증가하였다. 그러나 개혁이 시작된 이후 2016년에는 2.3%로 감소하였다. 네덜란드가 자국의 장기요양제도를 개혁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이처럼 장기요양 지출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네덜란드는 1968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장기요양보험인 특별의료비보장제도(AWBZ: National health insurance for exceptional medical expenses)를 도입하였다. 장애인이나 중증질환자를 위한 요양보험인 AWBZ가 수 년간 확장되면서 가사지원서비스 등을 포함해 수많은 종류의 서비스가 추가되고, 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준도 느슨하게 되면서 자택 거주가 가능한 수많은 사람들이 상주 요양시설에 살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따라 장기요양서비스 관련 지출이 계속 증가하게 된 것이다. 이는 네덜란드가 2015년 ‘WMO 2015’ 개혁을 실시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 개혁의 초점은 기존 장기요양보험 체계를 ‘지역서비스’와 ‘중증 대상자 중심 사회보험’으로 구분하여 노인 돌봄을 지역 중심 체계로 전환함으로써 ‘노인의 지역 거주(AIP: Aging in place)’를 강화하고 노인돌봄 비용을 절감하고자 한 것이다.

  • 2015년 장기요양 개혁

    네덜란드에서 ‘WMO 2015’로 불리는 2015년 개혁의 핵심은 장기요양의 경우, 수혜자의 자립 능력 여부, 기존의 네트워크를 통한 수혜 가능 여부를 조사하는 엄격한 인정조사가 도입됐다는 것이다. 또한 엄격해진 기준으로 인해 기존에는 요양시설 입소가 가능했던 소위 ‘가벼운 돌봄’ 대상의 요양시설 입소가 이제는 불가하게 되었다.
    이는 중증 이상의 수혜자를 대상으로 한 재정 축소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비교적 경증 대상자에 대한 사회 지원 서비스를 축소함으로써 재정을 절감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과거 중앙 정부의 AWBZ에서 실시하던 서비스의 상당 부분을 지역사회로 전환하려는 노력이다.
    즉,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돌봄 체계로의 대대적인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2015년 개혁의 내용 중 하나는 지원이 필요한 노인을 발굴하기 위해 은퇴 시민들을 자원봉사자로 활용하여 노인가정방문을 실시하는 것이다. 또한 장기요양보험과 건강보험, 사회복지 세 영역 간 역할은 노인이라는 대상을 중심으로 조정되었으며,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에게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는 방안으로 지역방문간호사 제도가 도입되었다. 정보통신기술(ICT) 등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노인용 주택을 확대 및 개조하는 등의 서비스 지원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 장기요양 개혁 이후
    지역 중심의 돌봄 현황

    네덜란드의 2015년 돌봄 개혁은 노인들이 시설에 가지 않고 가능하면 오랫동안 자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을 중심으로 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강화되었다. 요양이 필요한 노인 중 매우 심각한 보호를 필요로 하여 계속적으로 지켜봐야 하는 경우는 시설요양이 필요한 것으로 보아 장기요양보험법(WLZ)에서 보호하고, 그 이외의 노인은 건강보험과 지역복지 영역에서 보호한다. 지역사회의 치매 노인 돌봄을 위해서는 치매 주간보호, 치매 가족에 대한 정보 제공·교육, 초기 치매의 경우 매주 모임 진행, 알츠하이머 카페 운영, 방문요양(간호)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치매 노인 케어매니저를 통한 상담과 교육 등이 이루어진다. 2015년 개혁으로 인한 가장 큰 변화로는 노인 보호에 대한 인식 변화를 들 수 있다. 이 개혁은 노인의 자립생활을 강조하는데, 노인 스스로 자립적으로 선택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정보와 선택권을 제공하고, 주변 사람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며, 법적으로 자녀에게 보호를 강요하지는 않지만 가족과 자녀들이 격려를 받으며 노인을 돌볼 수 있도록 지지하고, 과거 재정 지원에 그쳤던 가족 돌봄(mautal zorger)에 대해 이제는 활동 계획, 정서적 지원, 치매교육 등의 서비스로 가족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차원에서 접근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지방정부별 내용이 상이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현금지원을 하기도 한다.

  • 개혁 통해 국민 인식도 변화

    지역 중심의 의료, 요양, 사회서비스에 대한 2015년의 개혁을 통해 국민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국민들도 노후에 최대한 지역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요양시설은 삶의 말기에 이용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또한 노후에 최대한 자립적으로 지역에서 거주하기 위해서는 노인 스스로 자립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지자체에서는 집 안 개조(집 안 엘리베이터 설치, 노인 보조의자 사용, 문 넓히기 등)와 가족에 대한 지원을 하며, 특히 치매 가족에 대해서는 치매에 대한 교육·정보 제공, 정책적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한다. 지역에서의 가사 지원은 개인이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하되, 소득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1시간에 22유로(한화 약 2만 9천 원)이다. 지자체에 서비스의 양, 비용 등에 대한 획일화된 기준은 없으며 개인에 따라 개별화되어 있다. 따라서 일주일에 방문하는 시간, 빈도가 노인에 따라 매우 상이하다. 네덜란드 지역에서의 노인 보호는 제공 주체의 우선순위를 지칭하는 ‘노인 보호 피라미드’를 제시한다. 공식적 서비스가 제공되기 전에 가족, 친척, 자원봉사, 지역 등의 도움으로 보호를 하고, 이후 전문가, 사회팀(지자체 전문 직원)에 의한 보호를 제공한다. 즉, 노인 보호제공 인력을 단계적으로 구분하고, 가능한 한 비공식적 자원을 통해 욕구 충족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점차적으로 공식적 서비스로 나아가는 형태이다.

  • 지역간호사 제도의 부활

    2015년 개혁의 또 다른 내용 중 하나는 지역간호사 제도의 부활이다. 지역간호사 제도는 100년전부터 있었으나, 2015년부터 ‘지역간호사’라는 명칭을 회복하고 활성화되었다. 지역에서 노인, 장애인 등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가정방문을 통해 간호서비스를 제공한다. 간호사는 간호업무 외에 요양업무도 할 수 있으며, 실제로 서비스를 제공할 때 간호와 함께 요양업무도 수행한다. 간호사 이외에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사가 있으나, 이들의 업무는 요양에 국한되어 있다. 방문요양간호는 노인 방문의 경우 필요에 따라 하루에 1회~수회 진행되며, 대부분 1회에 10분 정도 방문하고 최대 35분으로 배치된다.
    1명의 노인에게는 평균 3명 정도의 간호사 또는 요양보호사가 방문한다. 지역간호사는 태블릿PC를 활용하여 케어 프로그램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할 때마다 서비스 내용, 노인의 상태 등을 기록한다. 서비스 제공 기록을 전산화하여 직원 간에 서비스 대상 노인의 상태, 이전에 제공된 서비스 내용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 ‘커뮤니티 케어’ 추진 기대

    우리나라에서도 고령화율이 급속히 증가하고, 그로 인한 장기요양 및 의료·사회서비스 비용이 증가하며, 제도 간 역할 정립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만큼 네덜란드의 장기요양 개혁은 다음과 같은 함의를 갖고 있다.
    첫째, 지역을 기반으로 한 장기요양, 노인 돌봄 체계로의 전환은 노인의 돌봄을 시설을 통한 보호보다는 본인의 거주 공간, 커뮤니티에서 보호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Aging In Place’의 관점을 실천하는 방안일 것이다. 이는 최근 한국의 노인 돌봄에서 요양시설, 요양병원 이용이 다소 무분별하게 증가하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노인의 삶의 질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초래될 것임을 예측하게 한다. 그러나 최근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네덜란드와 같이 나이가 들어도 지역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지역 단위의 서비스 제공을 위한 욕구사정과 서비스 계획, 제공 등의 사례관리 체계화가 이루어졌다. 과거 장기요양에서 이루어지던 재가보호를 지역사회 역할로 전환하면서, 지방정부(시)에 의한 욕구조사와 서비스 계획, 제공 과정이 강화되었다. 이는 노인의 다양한 욕구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며, 이를 지방정부에서 수행함으로써 공공서비스로서 안정적 제공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또한 우리나라에서 현재 설계되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에서의 체계적인 사례관리, 공공의 역할의 중요성에 대한 함의를 제공한다.
    셋째, 가족 자원과 지역사회의 비공식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네덜란드는 과거 현금 급여를 통해 가족에 의한 보호를 유인했으나, 제도 개편 이후 가족과 이웃 등 비공식적 인력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은퇴 이후의 인력 등 비공식적 체계를 활용해 국가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다양한 주체 간 공동 역할 분담을 기대하게 하였다. 이에 대해 현재 우리나라는 가족의 비공식적 역할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비공식적 자원이 축소되지 않도록 하면서 공공서비스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넷째, 노인이 지역사회에서 계속 거주하기 위해 필요한 장기요양–의료가 연계하여 이루어지며 제도 간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네덜란드는 장기요양 개혁에서 장기요양과 의료 개혁이 함께 이루어졌음을 볼 수 있다. 즉, 제도를 중심으로 한 개편이 아니라 노인이 지역사회에서 편리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노인을 중심으로 한 돌봄 체계’로 전환되었으며, 이러한 점에서 장기요양과 의료의 연계는 당연한 결과로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노인이 지역에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생활 지원 물품과 서비스가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다. 신체·정신 기능이 약해진 노인의 지역사회 거주 저해 요인 중 하나는 생활 지원물품이나 서비스가 원활히 제공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노인의 자립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장보기, 식사, 청소, 외출, 병원 동행을 비롯해 은행업무, 그 외의 생활에 필요한 소소한 생활 지원에 대한 물품과 서비스 제공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