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B

본문영역

컨텐츠 영역

Good for Health

세계유산 답사기
천년고도의
엄정한 기품
석굴암·불국사

경주에 간다는 것은 두 팔 벌려 거대한 역사를 끌어안는 행위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보고, 듣고, 숨 쉬는 모든 것에 신라의 흔적이 깃들어 있기에. 그래서 흥미롭다. 곱씹고 또 곱씹어도 새롭기만 하다. 천년고도의 역사를 모두 품기에 두어 번의 여행이 충분할리 없을 터.
천년고도의 상징적 공간인 불국사와 석굴암을 만나러 다시 경주 땅을 밟았다.

불국사 석가탑
신라 역사의 드라마틱한 흔적

흥미로운 이 도시가 더 좋아질 여지는 분명히 있다. 경주의 매력을 이미 실컷 경험한 사람일지라도.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것들을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어서 하는 얘기만은 아니다. 섬세한 신라 예술의 정수는 세월과 함께 지금 이 순간에도 농익고 있으니까. 그러니 ‘경주는 너무 익숙하다’고 섣불리 말해서는 곤란하다. 할 얘기가 너무 많은 불국사와 석굴암에 대한 것이라면 더더욱.
먼저 신라의 이상향이었던 불국토를 현세에 드러내고자 건립한 불국사로 간다. 녹음이 짙어질 대로 짙어진 토함산 중턱,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황홀한 불국사가 있다. 산비탈을 평지로 환원하기 위해 그 옛날 조상들은 자연석 기단 위에 엄청난 석축을 쌓았을 터. 천상의 세계로 오르는 벽을 상징하는 석축, 그곳에서 드러난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의 조화는 지금 보아도 감탄이 터져 나올 만큼 아름답다.
단단하기로 소문난 화강암을 깎아 만든 돌계단의 곡선이며 섬세한 연꽃 조각도 마찬가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선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과 중첩되어 자꾸만 시선을 잡아끈다.

불국사 법고 금동비로자나불좌상
미적 감각의 정수가 한 곳에

불국사는 국내 단일 사찰 중 가장 많은 국보와 보물을 간직한 곳이다. 다보탑, 석가탑, 연화교·칠보교, 청운교·백운교, 금동아미타여래좌상 등 국보가 7점, 대웅전, 삼장보살도, 사리탑, 가구식 석축 등 보물이 전부 6점이다.
지붕만 없을 뿐, 불국사 전체가 박물관이라 해도 될 정도. 그러니 이미 본 석탑이고 불상일지라도 새로운 시선으로 음미하는 것이 불국사의 진가를 발견하는 진짜 방법이다. 청운교·백운교를 지나 자하문을 통과하면 불국사의 중심 격인 대웅전 영역이다. 그 앞마당에 좌우로 나란히 서있는 석가탑과 다보탑만 해도 찬찬히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점이 여럿이다. 둘 다 우리나라의 불교문화와 석조미술의 정수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모습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 석가탑이 단아함과 정밀함이 강조되었다면 다보탑은 화려함에서 한 발 앞선다.
축조 방식도 석가탑이 전형적인 통일신라시대의 석탑 양식인 반면 다보탑은 기술력이 총 동원된 독특한 양식을 띄고 있다. 참고로 다보탑 기단에는 돌사자상이 있는데, 원래 네 마리였던 것이 일제 강점기 때 도난을 당해 지금은 한 마리만 남아 있다.

불국사 종각 불국사 반야연지
토함산 중턱 또 하나의 유산

불국사와 석굴암에 대한 기록은 삼국유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재상 김대성이 현세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를, 전생의 부모를 위해 석굴암을 세웠다’는 내용. 신라 이상향의 흔적이 여실한 불국사를 나서, 다음은 상징성이 집적된 석굴암을 만날 차례다. 불국사에서 석굴암까지는 차로 10분 남짓의 가까운 거리. 토함산 허리를 구불구불 지나면 또 하나의 감동이 기다리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한 인공석굴인 석굴암은 건축·수리·기하·종교·예술의 집약체이자 신라 전성기의 걸작으로 평가되는 문화유산이다. 백색 화강암을 일일이 깎아 바닥에서부터 쌓아 올린 형태인데, 12자(尺)를 기본 척도로 비례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본존불의 경우 대좌와 불상의 높이가 1대 2, 본실은 불교에서 중요시 여기는 8의 수치를 적용해 지어졌다. 또한 돔 형식의 천정은 108번뇌를 상징하는 108개의 돌로 이루어졌으니 석굴암이 얼마나 치밀하고 정확한 계산에 의해 축조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각형을 띠는 전실과 원형의 본실 구조에서 각각 땅과 하늘을 뜻하는 동양 사상이 표현된 점도 흥미롭다.

석굴암 석굴 본존불 다보탑
알수록 놀라운 천 년 전 기술력

정교한 석굴 안에 고요하게 앉아 있는 석가여래상은 석굴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물빛처럼 말간 얼굴에 온화한 눈썹과 가늘게 뜬 눈, 생동감이 느껴지는 입술은 마치 깨달음의 환희를 표현하는 듯, 오른손 역시 부처가 자신의 깨달음을 증명할 때 취했던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 동작이다. 또한 본존상의 시선을 따라가면 신라 통일의 영주인 문무대왕의 해중릉과 맞닿아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거대한 석굴을 굳이 토함산 중턱에 축조한 것과 분명 연관이 있을 터. 그만큼 상징성을 중요시 했다는 뜻이다.
미스터리 할 만큼 놀라운 과학기술은 두말 할 것도 없다. 1,200여 년 전 지어진 석굴암은 본존불 아래에 물길을 두는 등의 방법으로 습기를 완벽하게 해결했다는 사실. 하지만 일제가 해체와 복원 공사를 하면서 제습 기능이 망가졌고, 현대 과학기술로도 본래대로의 복원은 아직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유리벽 너머로 볼 수밖에 없지만 언젠가 천 년 전 그대로의 모습과 마주할 수도 있는 일.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어 꽃피운 아름다움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게 되는 순간이다.

함께 즐길 거리
여름철에
더 제격인
주변 여행지
경주월드
1 경주월드

놀이시설인 어뮤즈먼트와 워터파크인 캘리포니아비치로 구분할 수 있다. 어뮤즈먼트에는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는 물론 보문관광단지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관람차 등이 있으며, 다양한 공연 및 이벤트도 함께 진행된다. 캘리포니아비치 역시 파도 풀을 비롯해 수영장과 놀이시설 등이 다채로워 온가족의 여름 휴가지로 추천할 만한 곳. 자세한 시설과 일정 확인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위치: 경북 경주시 보문로 544
문의: 054-745-7711

신라역사과학관
2 신라역사과학관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과학 관련 자료와 복원 전시물들을 전시하고 있는 공간. 첨성대 안의 모습과 당시 사용 방법을 비롯해 석굴암 모형, 물시계의 원리, 세종대왕 시대의 과학문화재, 각종 유물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설명글과 함께 모형을 함께 두어 누구든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 불국사, 석굴암과 가까워 함께 둘러보기 좋다.
위치: 경북 경주시 하동공예촌길 33
문의: 054-745-4998

기림사
3 기림사

해방 전까지 불국사를 말사를 거느렸을 만큼 큰 절로 경주 함월산에 자리하고 있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데, 일주문에서 본당까지 짙은 나무그늘이 드리워져 있어 한여름에도 걷기에 부담이 없다. 경내의 보리수나무는 수령이 500년 이상 된 것. 다섯 가지의 맛을 내는 물도 유명하다. 입구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매월당 김시습의 사당을 볼 수 있으며, 걸어서 15분 거리에는 용연폭포도 있다.
위치: 경북 경주시 양북면 기림로 437-17
문의: 054-744-2292

토함산 자연휴양림
4 토함산 자연휴양림

숲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토함산 동쪽 기슭에 자리한 휴양시설로 다양한 침엽수와 활엽수가 자생하고 있어 사시사철 언제라도 푸른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청정한 지역인 만큼 군락을 이룬 식물 생태계가 풍성함은 물론 다람쥐와 딱따구리 같은 동물들도 만날 수 있는 곳. 자연휴양림 내에 텐트 설치가 가능한 야영장을 비롯해 숲속의 집, 등산로, 삼림욕장, 도서관, 전망대 등도 갖추어져 있다.
위치: 경북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 산599-1
문의: 054-750-8700

경주 양남 주상절리
5 경주 양남 주상절리

동남권의 유일한 주상절리이자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길이가 약 1.5㎞에 달한다. 대부분의 주상절리가 수직 기둥형인 것과 달리 경주 양남의 경우 수평·수직·경사·방사형은 물론 흔치 않은 부채꼴로도 발달했다는 점이 특징. 신생대 화산활동과 동해의 형성과정을 추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크다. 주상절리 바로 옆에는 4층 높이의 전망대도 있어, 동해와 주상절 리가 어우러진 절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위치: 경북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

한국의 세계유산
  • 9월) 해인사 장경판전
  • 10월) 남한산성
  • 11월) 백제역사유적지구
  • 12월) 수원화성
  • 1월) 종묘
  • 2월) 조선왕릉
  • 3월) 하회마을
  • 4월) 경주역사지구
  • 5월) 강화 고인돌 유적
  • 6월) 창덕궁
  • 7월) 석굴암과 불국사
  • 8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글 : 정은주 기자
사진제공 : 문화재청, 경주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