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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for Health

식탁의 인문학
명태에서
먹태까지
그 슬프고도
찬란한 이름
명태
그림. 팡세나
명천의 태씨가 낚은 물고기

조선시대 함경도 명천의 바닷가에 살던 태씨 성을 가진 어부가 있었다. 어느 날 처음 보는 신기한 물고기를 낚아 함경도 감사에게 바쳤다. 이를 맛본 감사가 그 이름을 물었는데 아는 이가 없었고 다만 명천에 사는 태씨 성을 가진 어부가 잡은 물고기라고만 답을 했다. 이에 감사는 지명 ‘명천(明川)’과 성씨 ‘태(太)’를 엮어 ‘명태(明太)’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후 맛좋은 이 물고기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이것을 말린 것을 ‘북어(北魚)’라 불렀다.
명태에 대한 이야기는 늘 이렇게 시작된다. 이름의 유래에 대한 궁금증은 누구나 가지기 마련인데 한자를 빌어서 하는 설명이 늘 그렇듯이 이 유래담도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 한류성 어종이니 한반도의 북쪽 바다에서 많이 살기는 하지만 조선의 어부 태씨가 처음 잡았을 리는 없다. 이름을 지으면서 지명과 성에서 글자를 딴 뒤 다시 결합시켰다고 보는 것도 유사한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이 이야기대로라면 ‘명태’는 ‘명천에 사사는 태씨’이지 물고기를 가리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여남은 개

그런데 이 물고기의 수많은 이름들을 생각해 보면 고개가 갸웃해지기도 한다. 워낙 많이 잡히는데다 다양하게 가공이 되다 보니 여러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생물이면 ‘생태’, 얼리면 ‘동태’, 얼리면서 말린 것은 ‘황태’라고 한다. 낚시로 잡은 것은 ‘낚시태’, 그물로 잡은 것은 ‘그물태’ 또는 ‘망태’라고 한다. 꾸덕꾸덕 말린 것은 ‘코다리’라고 하고, 바싹 말린 것은 ‘북어’라고 하며, 어린 새끼를 말린 것은 ‘노가리’라고 한다. 이밖에 ‘황태’와 관련이 있는 ‘애태, 왜태, 깡태, 백태, 공태, 봉태, 낙태’ 등 갖가지 이름이 지어진다. 건조가 잘못돼 ‘황태’가 되지 못하고 거무스름하게 마른 것은 ‘먹태’란 이름이 붙어 맥줏집 안주로 사랑을 받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이름이 붙는다는 것은 명태가 아주 많이 잡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 누구나 알게 된 물고기라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또한 가공법도 아주 다양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런데 ‘코다리’와 ‘노가리’, 그리고 ‘북어’를 제외하면 모두 ‘태’자를 돌림자로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돌림자처럼 쓰이는 ‘태’가 명천의 어부의 성에서 유래한 것은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억측일 뿐이다. ‘태’가 성씨에서 기원한 것이라면 앞에 붙여서 이름을 지어야 할 것이다.

바다 속의 하찮은 물고기일지 모르지만 조선시대의 태씨와 그 이웃들이 우리들에게 까지 남겨 준 물고기다.
그것을 ‘양태’로나마 후손들에게 남겨줄 수 있어서 다행이기도 하다.

서글픈 이름 ‘금태’

명태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우리의 대표적인 물고기이지만 맛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그저 하얀 속살의 담백한 맛을 가진 물고기 중의 하나일 뿐이다. 바닷물고기 치고는 기생충이 많은 편이어서 회로는 먹을 수 없어 일본에서는 어묵의 재료가 되는 정도다. 그러나 우리의 명태 사랑은 각별하다. 생물을 못 먹는 사람들을 위해 얼려서 전국적으로 유통시키고 그것도 안 될 것 같으면 말려서 황태나 북어를 만든다. 알, 아가미, 창자는 따로 모아 젓갈을 만드니 버릴 것 하나 없는 물고기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것을 넣고 끓이면 우러나는 시원한 국물 맛을 사랑한다. 국물을 즐기지 않는 다른 나라 사람들은 모를 맛이다. 이렇게 흔한, 그래서 이름도 많은 명태에 새로운 이름 ‘금태’가 붙게 됐다. 너무 귀해져서 금값이 되다 보니 붙여진 이름이다. 해수의 온도가 높아지니 한류성 어종인 명태가 북쪽으로 옮겨 가 잘 잡히지 않는다. 그나마 남아 있던 것마저 ‘노가리’ 상태에서 마구 잡다 보니 우리의 연근해에서는 잡히지 않아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그러데 ‘피시 앤 칩스(Fish and Chips)’로 대표되는 영국 요리의 ‘피시’ 재료는 본래 대구였는데 대구가 씨가 말라 명태로 대신하게 되면서 그 값도 점차 오르고 있다. 이제는 값이 싸서 누구나 먹을 수 있는 물고기가 아니다.

‘양태’의 탄생

2015년 1월 강원도의 어부 하나가 살아 있는 명태 암컷을 잡는데 성공했다. 이 명태는 곧바로 국립수산과학원으로 옮겨져 알을 채취하고 인공수정을 시켜 양식화하는데 성공했다. 2018년이 되면 양식 명태를 먹을 수 있을 거라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살아 있는 명태 암컷을 낚은 어부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강원도 고성에 사는 고씨라면 ‘고고’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태’자 돌림이 있으니 양식장에서 나오는 명태는 ‘양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고고’면 어떻고 ‘양태’면 어떠랴. 우리 땅에서 나온 명태로 시원한 탕이나 매콤한 조림을 만들 수 있게 된다면 감사한 일이다.
황태가 되지 못한 것들에 ‘먹태, 깡태, 백태’ 등의 이름이 붙여진 것은 이것마저도 버리기보다는 어떻게든 알뜰히 먹었다는 방증이다. 자칫 버려질수도 있는 먹태가 안주로 개발돼 황금빛 맥주와 나란히 놓이게 된 것은 알뜰함의 결실이다. 크지도 못한 명태 새끼를 잡아 말린 노가리보다는 몇 배나 나은 안주이기도 하다. 바다 속의 하찮은 물고기일지 모르지만 조선시대의 태씨와 그 이웃들이 우리들에게 까지 남겨 준 물고기다. 그것을 ‘양태’로나마 후손들에게 남겨줄 수 있어서 다행이기도 하다. 시원한 국물 맛의 동태탕은 여전히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의 음식으로 남아 있는 것이 좋겠다.

담백하고
시원한
황태두부전골
황태두부전골 이미지
RECIPE
재료(4인분 기준)
황태포 1마리(몸통만 사용, 100g), 두부 작은팩 1모(찌개용, 180g), 익힌 무 150g, 대파(흰 부분) 20cm, 청양고추 1개, 들기름 1큰술, 국간장 1/2큰술, 소금 2/3작은술, 황태국물 5컵(1ℓ)
황태포 양념 : 다진 마늘 1/2큰술, 청주 1큰술, 국간장 1/2큰술, 들기름 1큰술
만드는 법
  1. ① 잘라둔 황태포 몸통은 흐르는 물에 가볍게 적신 후 반으로 접어 물기를 꼭 짠다.
  2. ② 황태포는 사방 3cm 크기로 썬 후 황태포 양념 재료와 함께 볼에 넣고 버무려 10분간 둔다.
  3. ③ 두부는 모양대로 1cm 두께로 썰고, 대파와 청양고추는 어슷 썬다.
  4. ④ 달군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②를 넣어 중약 불에서 3분간 볶는다.
  5. ⑤ 황태국물을 만들고 건져두었던 무와 두부, 대파, 청양고추를 전골 냄비에 돌려 담고, 황태포를 가운데에 담은 후 황태국물을 붓는다.
  6. ⑤ 센 불에서 바글바글 끓어오르면 국간장과 소금을 넣고 중약 불로 줄인 후 10분간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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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성우(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