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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만남
배우 이정현 이미지
죽는 날까지 찬란한
꽃잎처럼
배우 이정현

쥐면 사라질 듯한 작은 체구 때문일까.
스크린 속에서 이정현이 제 슬픔을 어쩌지 못하고 입을 벌린 채 철철 울면, 저 슬픔은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고통의 크기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마찬가지로 이정현이 분노하면, 그 분노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잔인한 복수극마저 세상이 두 쪽 나도 되갚아줘야 할 댓가로 설득되고야 말았다.
이정현은 그렇게 22년 전 영화계에 등장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대체 불가능한 ‘괴물 배우’로 군림하는 배우다.
차기작을 고르며 숨 고르기 하고 있는 그녀와의 인터뷰 중 “죽는 날까지 배우로 살고 싶다”는 말을 들은 것이 동시대 관객 모두에게 가장 희소식일 것이다.

근황

Q. 최근 국내외를 오가며 각종 인터뷰와 시상식 등에서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맞아요. 최근에는 차기작을 두루 보면서 잠시 쉬고 있고요. 서울어워드, 청룡영화제,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에 다녀왔어요.

천생 배우 이정현

Q. 이정현 씨는 영화로 데뷔하고 지금까지 거의 모든 필모그래피가 영화로 채워진 배우에요. 다양한 작품의 시나리오가 들어올 것 같은데, 작품을 고를 때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해요

일단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한 번에 읽어내려 가느냐, 쉬엄쉬엄 읽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아요. 한 번에 읽은 시나리오는 거의 다 출연한 것 같고요. 그만큼 글이 가장 중요해요. 시나리오에 빨려 들어가서 순식간에 읽을 수 있을 때, 저도 현장에서 그만큼 몰입할 수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감독님과의 대화도 너무 중요해요. 감독님이 생각한 캐릭터와 제가 분석한 캐릭터가 맞는지, 영화의 메시지는 무엇인지 사전에 대화를 엄청 많이 해요. 그렇게 해서 감독님과 마음이 맞으면 작품을 하게 돼요.

Q. 영화 작업을 할 때 가장 즐거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작품을 하면서 감독님과 서로 그 캐릭터에 대해서 연구하고 이야기하는 것, 그 과정 자체가 너무 행복해요. 아무리 힘든 역할도 그렇게 대화가 순조롭게 이루어지면 즐겁게 촬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어떤 캐릭터에 매료되는지도 궁금합니다.

대부분 강인한 캐릭터가 많이 들어오긴 해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도 그렇고, <명량>이나 <군함도>도 그렇고요. 이제는 조금 밝은 캐릭터를 찾고 있어요. 팬분들도 저의 다른 모습을 원하시기도 하고요. 예전에 유지태 씨와 나왔던 <스플릿>이라는 영화도 역할이 너무 평범하고 밝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언제 이렇게 평범한 역할을 해보지?’ 하면서 즐겁게 임했었어요.(웃음)

배우 이정현 이미지

예전엔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으로 스트레스를 풀었었는데요.
이제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는 것 같아요. 친한 동료들 만나서 가볍게 술을 마시거나 차 마시면서 수다 떨고, 그렇게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아요.

배우 이정현 이미지

Q. 드라마에서도 보고 싶은데 드라마는 일부러 피하시는 건가요?

일부러 피하는 건 아니고요. 사실 영화로 시작해서 그런지 영화 현장이 더 편하긴 해요. 드라마는 긴 호흡이니까 체력적으로 조금 더 힘들지만, 그런 반면에 대중들을 더 가깝게 만날 수 있으니까 드라마 대본도 열심히 검토중이에요.

Q. 배우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집중력 그리고 나를 버렸다가 재빨리 찾아올 수 있는 컨트롤 능력. 가끔 다른 배우님들 보면 캐릭터에 너무 빠져서 힘들어 하시기도 하는데요. 저 같은 경우는 연기하는 순간에는 그 캐릭터에 빠졌다가 “컷, 오케이” 하는 순간 바로 제 자신으로 돌아오거든요. 제가 배우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런 부분 때문인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너무 우울해져서 힘들거든요.

Q. 신들린 듯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캐릭터에 완전히 빠져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그러게요. 그냥 빠져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들도 되게 신기해하세요. 슛 들어가면 막 울다가도 컷 하면 바로 “꺄르륵” 웃고 다니니까.(웃음) 제가 좀 단순한 것 같아요. 단순해야 되는 것 같고요.

Q. 대중들에게는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거창한 수식보다 나이가 들고 할머니가 될 때까지 ‘배우 이정현’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냥 배우. 배우라는 타이틀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고 어렵고, 또 저한테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에 끝까지 유지하고 싶어요. 죽는 날까지.

배우 이정현 이미지
배우 이정현의 건강관리

Q. 건강을 위해 식단 관리도 하시는지요?

탄수화물을 거의 먹지 않아요. 원래도 말랐지만 얼마 전 촬영하면서 캐릭터 때문에 더 빼야 하는 일이 있었어요. 그때 체중을 36kg까지 감량했는데, 가장 도움이 된 것이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이었어요. 하루에 반 공기 정도만 밥을 먹고, 단백질과 채소, 과일 위주로 먹었죠. 신기한 건 그러면 급격히 체력이 떨어질 것 같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몸 속에 독소가 빠져서 그런지 너무 가뿐해지는 거에요. 예전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너무 피곤하고, 점심 먹고 나서도 축 쳐지곤 했는데 그런 게 없어졌어요. 아무래도 탄수화물을 줄여서 그런 것 같아요.

Q. 평소 즐기는 운동이 있나요?

제가 이렇게 보여도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자주 하는 운동으로는 필라테스와 발레를 하고 있어요. 필라테스는 15년 이상 된 것 같고, 발레를 시작한지는 3년 정도 됐어요. 발레는 스트레칭 위주로 하는데, 필라테스와 병행하니까 근육에 긴장감을 줘서 좋더라고요. 하루 1시간 이상, 적어도 이틀에 1~2시간 정도는 운동을 해요. 이제는 이틀을 넘기면 어깨도 뭉치고 몸이 더 아파요.

Q. 발레를 하신다니, 영화 <블랙스완>의 주인공 역도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너무 좋죠! 감사합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블랙스완>이거든요. 그런 배역을 만나면 좋겠네요.

Q. 그 정도면 취미가 운동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또 최근에 배워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테니스를 친지 2년이 넘었는데 실력이 안 늘어요. 이제는 테니스를 좀 잘하고 싶어요. 기회가 생긴다면 테니스를 배울 것 같아요.

Q.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면?

예전엔 집에서 영화를 몰아본다거나 책을 많이 읽거나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으로 스트레스를 풀었었는데요. 이제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는 것 같아요. 친한 동료들 만나서 같이 가볍게 술을 마시거나 차 마시면서 수다 떨고, 그렇게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아요.

Q. 결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혹시 결혼 생각이 없으신 건가요?

독신주의나 비혼주의는 아니에요. 사실 결혼은 3~4년 전부터 너무 하고 싶었어요. 언니가 위로 네 명인데 조카들이 두 명씩 있어요. 제가 조카바보예요. 아기들도 너무 좋아하고요. 결혼은 정말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꼭 하고 싶어요. 때가 되면 저도 하겠죠?

Q.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는 대중들이 많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주신다면?

조만간 차기작을 빨리 결정해서 좋은 소식 알려드리고, 내년에는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 많이 보여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글 : 백아름 기자
사진 : 최병준(Mage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