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사회로 향할수록 중요해진 노인 고혈압
과거에는 나이가 들수록 혈압이 올라가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노인의 혈압이 높은 것은 치료의 대상으로 삼지 않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65세 이상 노인도 연령에 상관없이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이라 정의하고, 노인 고혈압도 치료를 할 경우 사망률이나 합병증의 발생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2011년 보건복지부에서 보고한 우리나라 고혈압의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30.8%인데 반해 60대에는 55.4%, 70대에는 66.6%로 절반 이상의 노인 인구가 고혈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점차 고령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노인 고혈압은 의학적으로나 사회·경제적으로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해가고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이 점차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수축기 혈압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계속 상승하지만, 이완기 혈압은 증가세를 타다가 60대 이후부터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노인에서는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의 차이인 맥압(pulse pressure)이 증가하는데, 이것은 노인에서 동맥 순응도(arterial compliance)가 감소하고 동맥이 단단해지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이 때문에 노인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은 높고 이완기 혈압은 낮으며, 맥압이 높은 ‘수축기 고혈압’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노인의 신체적 특징으로 진단이 어려운 혈압
노인 고혈압을 진단할 때는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노인들의 혈관은 딱딱하고 석회화가 진행된 경우가 있어, 일반적인 혈압 측정 방법으로는 동맥혈관이 압박되지 않아 실제 혈압보다 수치가 훨씬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를 ‘가성 고혈압(pseudohypertension)’이라 하는데, 노인 고혈압 환자의 약 2%에 달한다. 따라서 고혈압을 적극적으로 치료함에도 혈압이 잘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혈압 저하에 따른 어지러움이나 무기력을 호소하는 경우 가성 고혈압을 의심할 수 있다. 또 동맥경화에 따른 혈관 협착이 있는 경우, 실제 혈압보다 낮게 측정되는 ‘가성 저혈압(pseudohypotension)’이 나타나기도 해 노인 환자의 혈압을 측정할 때는 양쪽 팔의 혈압을 비교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노인 환자들은 신체의 혈역학 변화에 따른 자율신경계의 반응이 둔하므로, 혈압의 변화가 심하고 ‘기립성 저혈압’이나 ‘식후 저혈압’이 잘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하루에도 여러 번 혈압을 측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자세 변화나 식사에 의한 변화 등을 측정해야 할 때도 있다. 또 병원에 오거나 진료실에서 혈압이 상승하는 ‘백의 고혈압(white coat syndrome)’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노인의 고혈압은 진료실에서 측정한 혈압과 환자의 증상뿐 아니라, 가정에서 측정한 혈압을 비롯해 말초장기의 혈압, 24시간 활동 혈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단해야 한다. 특히 기립성 저혈압이 발견되는 경우 혈압약의 선택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