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희
결혼 5년 차인 딸이 작년 9월 말에 아이를 낳았다. 나한테는 외손녀가 되는 셈이다. 남보다 한참 늦게 손주를 낳아 섭섭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생명체를 보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다. 처음 핏덩어리 같던 아기가 100일이 지난 지금은 의젓한 자태를 갖추고 조금씩 여자 모습을 찾아가면서 귀여움과 애교마저 느껴진다. 매일 아침저녁에 사위, 딸과 페이스톡으로 얼굴을 마주 대하는 기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외손녀의 얼굴은 보름달처럼 둥글고 피부는 연하고 부드러워 자꾸만 보고 싶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다. 서울에 있어 아직 대면은 못 했지만 코로나가 빨리 끝나면 직접 보고 맘껏 안아주고 싶은 행복감에 젖어 든다.
딸이 30대 후반에 임신해 어려움이 많았고 과연 잘 낳을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도 됐다. 낳기 일주일 전까지 딸은 직장에 다니며 잘 참고 견뎌 10개월 만에 손녀가 세상에 태어났다. ‘봄날이’라는 태명을 지어주기도 했는데 태어날 때 울음소리가 엄청나게 커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크고 건강한 울음으로 이 세상을 맞이했고, 머리가 새까매지며 살도 토실토실 올라 이제는 아빠와 엄마를 알아보며 교감도 하고 옹알이도 약간씩 한다. 팔과 발을 많이 흔들어대고 발로 이부자리도 차며 배가 고프면 주먹을 입에 넣어 빨거나 심하면 울음을 터트려서 분유를 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자신의 감정을 말로는 아직 표현 못 해도 행동으로는 어느 정도 나타내는 셈이다.
낮에는 돌봄 이모가 돌봐주는데 사람을 알아보면서 방긋방긋 웃기도 하고 혼잣말로 떠들어대는 게 신생아 티가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 우리가 돌봐줘야 하는데 거리가 멀고 사위와 딸이 저녁에는 아이를 꼭 보고 싶어 하니 이것도 어렵게 됐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외손주를 안아보고 싶지만 참았다가 직접 대면하는 날 맘껏 안아 주련다. 외손녀와의 대면을 기다리며 만나면 어떤 표정을 짓고 무슨 말을 해주며 무엇을 선물해줄지 고민한다. 새 식구로 갓 태어난 외손녀가 아무 탈 없이 건강하고 무럭무럭 잘 자라나기를 바란다. 머지않아 만날 수 있다는 행복감이 요즘 생활의 큰 활력소다.
이응춘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준 색동옷 입고
아부지가 십리길 소달구지를 끌고 사주신
검정 새 고무신을 신고
너무 좋아 폴짝폴짝 마당에서 뛰놀았던
설날이 온다.
설날이 오면
흰 떡국 먹는 즐거움과
세뱃돈을 받는 즐거움으로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 설날이 오기를
밤새도록 기다려왔던 그날
설날이 온다.
설날이 오면
돈을 벌기 위해 정든 고향들을 떠났던
삼촌과 형 누나 이웃들이 찾아오니
보고 싶은 그리움으로 기다려왔던
그날 설날이 온다.
내가 자란 정든 고향은
항상 넉넉한 품으로
고향 떠난 우리들을 마치 새끼처럼
고이 안아 길러주고 반겨주었던
돌 담벽과 싸리 울타리가 있었던
정다운 고향.
설날이 지나가면 정월 대보름이
어김없이 찾아오고
보름날에는 오곡밥에
들깨기름과 소금을 무쳐 둥글게 만들어주신
엄마표 해우밥을 먹으면서
이웃 동네 아이들과 깡통에 불을 넣고
불놀이 불싸움을 했던 그 시절이 그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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