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상철 교수
요즘처럼 추운 계절에 더 잘 발생하는 기관지염은 증상만으로는 다른 질환과 구분하기 어렵다. 급성기관지염은 저절로 낫지만 기침, 가래 등 기관지염 증상이 수개월 이상 지속될 때는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기관지염이 만성기관지염,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등과는 어떻게 다른지 알아봤다.
날씨가 차고 건조한 환경에서는 일반 감기 바이러스나 독감을 유발하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의 활동이 활발해질 뿐만 아니라, 외부 바이러스의 유입을 저지하는 기관지 점막의 역할이 약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집니다. 이에 단순 감기뿐만 아니라 기관지염, 폐렴 발생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기관지염은 기관지 점막세포에 발생하는 염증을 가리키며, 증상의 지속 정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합니다. 급성기관지염은 보통 감기나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데, 기침, 가래, 전신 쇠약, 호흡 불편감, 미열, 오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일반적으로 1~2주 전후로 증상이 호전됩니다. 반면 만성기관지염은 흡연, 먼지나 유해 가스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때 발생하며, 기관지염 증상이 최소 3개월 이상 지속되고, 반복적인 증상 악화가 최소 2년 연속 발생할 때 진단할 수 있습니다.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은 공통적으로 만성기관지염과 기도 폐쇄가 동반해 기침, 가래, 호흡곤란을 호소합니다. 하지만 알레르기가 주요 원인인 천식은 특정 계절적, 환경적인 노출에 따라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흡연, 분진 등의 유해 물질에 장기간 노출된 적 있는 환자에게서 지속적인 호흡기계 증상이 발생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두 질환을 명확히 구분하려면 동반 증상에 대한 자세한 문진과 폐기능 검사, 알레르기 검사 등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흡연자, 면역력의 저하가 동반될 수 있는 고령자나 영·유아, 먼지, 직물, 화학 연기 등과 같은 유해 물질 노출이 있는 직업군, 반복적으로 심한 속쓰림을 동반하는 위식도역류를 앓는 사람에게서 기관지염이 더 잘 발생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일반적으로 감기는 콧물, 코막힘, 기침, 인후통 등의 상기도 증상이 주를 이루고, 기관지염은 기침, 가래, 호흡 불편감 등의 하기도 증상이 주를 이룹니다. 하지만 감기와 기관지염이 동반될 수도 있고,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상·하기도 증상이 모두 발생할 수 있으므로, 단순히 증상만으로는 이들을 뚜렷이 구별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일 기침, 가래, 호흡 불편감, 발열이 새로 발생했다면 코로나 19 여부 확인을 위해 신속항원검사나 PCR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기관지염은 단순 흉부 X선 검사로는 이상소견이 관찰되지 않아 반드시 필요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발열이나 호흡곤란이 있다면 폐렴 동반 여부를 감별해야 하므로 흉부 X선 검사와 같은 영상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급성기관지염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수 주 이내에 호전됩니다. 기침, 가래 증상이 심한 경우 증상을 조절하는 약제를 복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기관지염은 대부분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일시적인 상·하기도 증상이 발현하므로 일반적으로 항생제는 복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세균 감염이 확인될 경우 만성기관지염 환자 또는 동반 질환이 많은 고령 환자에게는 일부 유익한 효과를 보이므로 의사와 상담하여 처방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기관지염은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 같은 기도 질환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관지 안에 염증 세포가 계속 침윤한다면 비가역적 기도 개형(airway remodeling)과 소기도 폐쇄(small airway obstruction)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이와 관련한 적절한 진단 검사의 시행과 치료가 이뤄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