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전망대가 있는 강원도 최북단 고성은 동해안을 따라 부산까지 이어지는 7번 국도의 시작점이다. 2023년 계묘년 새해, 거친 바다 위로 웅장하게 떠오르는 일출을 보며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과 희망을 가슴에 품기 좋은 그곳 고성으로 떠나본다.
속초, 인제와 접한 고성은 세로로 긴 형상이다. 동쪽으로는 봉포, 아야진, 송지호, 화진포 같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크고 작은 해수욕장들이 사람의 발길을 모으고, 내륙으로는 설악산 울산바위를 조망할 수 있는 미시령 옛길과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현실과 마주할 수 있는 DMZ박물관, 통일전망대처럼 안보 관련 관광지들이 자리한다.
서울시청에서 출발해 군의 허리부분에 위치한 고성군청까지는 승용차로 3시간가량 소요된다. 2004년 착공해 구간별로 개통을 이어오며 2017년 전 구간 개통을 마친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생긴 덕분이다. 일직선에 가까운 형태로 양양분기점(JC)까지 당도해 속초를 지나 7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고성에 닿는다.
넓은 도로가 생기면서 고성은 ‘마음 먹고 가야하는 곳’에서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 됐다. 특히 여름이면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동해안의 여느 관광지와 달리 한적한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고성을 찾는 관광객도 점차 늘고 있다. 거기에 ‘나만 알고 싶은 여행지’라는 입소문도 한몫했다.
고성에는 해안 따라 스무 개에 가까운 해수욕장이 자리한다. 여름 해변이 더위를 식히는 용도라면 겨울 해변은 차가운 시원함을 즐기려는 자들의 성지로 변모한다. 고성 남단에 위치한 봉포해수욕장은 천진해수욕장과 길게 이어진다. 고운 모래와 바다 위를 밝히는 색색의 등대, 에메랄드색 물빛에 마음이 뻥 뚫린 뒤에는 얼얼하게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이 잠자고 있던 온몸의 세포들을 깨운다. 잔잔한 고요도 좋지만, 적당한 긴장감을 주는 자연의 역동이 평소와 다른 감정을 이끌어내는 자극제가 된다는 걸 고성 바다를 보며 다시금 깨닫는다.
이름도 예쁜 아야진해변은 600m 길이의 백사장과 넓게 펼쳐진 갯바위가 각각 지분을 5대5 정도 차지하고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제주도 광치기해변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도 든다. 바위섬인 죽도가 손에 잡힐 듯 놓여 있는 송지호해수욕장 부근에는 호수 둘레가 4km에 달하는 천연 석호(潟湖) 송지호가 있다. 고니, 청둥오리, 기러기 등 겨울 철새들이 쉬어 가는 송지호의 또 다른 명소는 관망타워. 타워에 올라 빙 둘러 걸으며 호수를 조망하는 것도 좋겠다.
다양한 특색을 가진 해변 중에서도 1월이면 붉게 떠오르는 새해 첫 일출을 보겠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 있으니 바로 공현진항이다. 방파제와 나란히 연결된 수뭇개바위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진한 먹향을 머금은 수묵화 속에서 유일하게 붉디붉은 색채를 띠며 웅장하게 떠오르는 느낌이라 그 감동도 배가 된다. 동해 일출은 어디에서 봐도 아름답지만 화진포해변, 봉수대해변, 거진항 등 대한민국 국토 최북단 고성에서 맞는 일출은 가슴을 더욱 뜨겁게 달군다.
역사안보·생태관광지인 화진포로 향한다. 죽정리에 위치한 석호 화진포는 해당화가 만발한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호수 둘레가 무려 16km에 달한다. 송지호, 경포호 등 동해안 112km에 걸쳐 분포한 18개 석호 중 최대 규모로 비무장지대(DMZ)와 가까운 지리적 여건 때문에 생물종 다양성이 가장 풍부하고 원형이 잘 보존된 것이 특징이다. 화진포호, 화진포해변 등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경관 덕분인지 이승만 초대대통령 별장, 이기붕 부통령 별장을 비롯해 ‘화진포의 성’으로 불리는 김일성 별장까지 자리하고 있다. 통합티켓을 발권하면 3개 별장을 비롯해 화진포생태박물관까지 두루 둘러볼 수 있다.
고성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금강산과 바다의 금강이라 불리는 해금강을 볼 수 있는 통일전망대다.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가 있는 통일안보공원에서 신고서 작성, 신분증 제출, 안보영상 시청을 마치면 군에서 허가하는 관광용 차량출입증이 발부된다. 민간인 통제구역이라 출입이 허용된 차량으로만 이동 가능하기에 필수 절차다.
최북단 명파마을과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를 지나 2009년 개관한 DMZ박물관에 먼저 들른다. 독일 분단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 2개가 ‘미래의 희망’인 듯 서 있다. DMZ박물관은 전쟁 발발 전후 모습과 휴전협정으로 탄생한 군사분계선의 역사적 의미, DMZ의 생태환경 등을 잘 보여주고 있기에 꼭 들를 것을 추천한다.
고성 통일전망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5분여쯤 오르면 해발 70m 고지에 위치한 통일전망타워가 모습을 드러낸다. 야외전망대에 서면 북한 땅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해 오히려 비현실적인 기분이다. 금강산의 마지막 봉우리인 구선봉과 현종암, 복선암, 부처바위 등이 점점이 떠 있는 해금강이 한눈에 보인다. 지금은 오갈 수 없지만 2004년 12월 개통한 금강산 관광 육로길과 금강산 철로길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강원도 고성에서 길이 막혀 더는 오를 수 없는 분단의 현실을 직시하며 ‘평화통일’이라는 희망을 가슴에 품어본다.
공현진항 일출 (07:00)
1999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됐다. 수뭇개바위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장관이다. 겨울철에는 보통 7:40분경 해가 뜨니 일출시간을 확인하자.
송지호관망타워 (11:00)
지상 4층 규모의 관망타워로 2007년 개관했다. 관망타워를 통해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어 훌륭한 자연생태학습관이다.
화진포생태박물관 (14:00)
동해안 최대 규모 자연 호수인 화진포호의 생태계를 학습·관찰할 수 있다. 모형동물, 조류, 해수어 등을 볼 수 있는 지역생태관, 생태체험관, 기후환경관 등을 갖췄다.
DMZ박물관 (10:00)
2009년 민간인출입통제선 안에 개관했다. 6·25전쟁 당시 사용된 전단을 비롯해 군사편지, DMZ에서 발견된 토기류를 비롯해 실물 철책선, 대북심리 방송시설, 베를린 장벽 등을 볼 수 있다.
6·25전쟁체험전시관 (13:00)
통일전망대 주차장 곁에 위치해 있다. 6·25전쟁의 참상과 당시 상황을 사진, 영상, 유물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다. 동절기에는 오후 3시 30분까지 운영한다.
고성통일전망타워 (15:00)
해발 70m 고지의 야외전망대에 서면 금강산 구선봉, 해금강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이곳에 서면 분단국가의 현실이 비로소 피부에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