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자궁경부암은 하루 평균 10명 정도 진단받고 2~3명가량이 사망할 정도로 무서운 질환이며,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다는 점도 불안감을 높인다. 하지만 희소식도 있다. 자궁경부암은 유일하게 예방백신이 존재하는 암이며, 초기에 발견하면 대부분 치료 결과가 좋게 나타난다. 불안과 안심을 함께 안겨주는 자궁경부암은 과연 어떤 암일까?
자궁경부(子宮頸部)는 ‘자궁의 목 부분’이라는 의미로 자궁과 질을 연결하는 모양이 마치 목처럼 생겨서 이름 붙여졌다. 자궁경부암은 이러한 자궁경부에 생기는 여성 생식기 암이며, 암이 되기 이전인 전암단계를 상당 기간 거친 후 암으로 진행된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정상 조직과 암 조직의 중간 단계인 자궁경부 상피내이형성증을 거쳐, 상피 내에만 암세포가 생기는 자궁경부 상피내암으로 진행하며, 이때 치료하지 못하면 다시 침윤성 자궁경부암이 된다. 정상 상피세포에서 침윤성 자궁경부암으로 변하는 과정은 수년 또는 수십 년에 걸쳐 천천히 전개된다. 자궁경부암의 병기도 이에 따라 크게 1~4기로 나뉜다. 이전에는 상피내암을 0기 암이라 했으며, 현재는 1기부터 4기 암을 침윤성 자궁경부암이라 한다. 상피내암은 35~40세 정도에서 많이 발병하며, 침윤성 자궁경부암은 30세 이후부터 증가해 50대에 정점에 이른 후 급격히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
자궁경부암은 유일하게 ‘예방 가능한 암’으로 알려져 있는데, 다른 장기에 비해 자궁경부는 조직 채취가 용이해 발병 원인을 활발하게 연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핵심적인 위험인자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로 현재까지 확인된 종류만 100여 종이 넘는다. 이는 다시 암 발병과 관련해 고위험군 바이러스와 저위험군 바이러스로 나뉘며, 대부분은 저위험군 바이러스로 감염돼도 보통은 증상 없이 1~2년 이내에 자연 소멸된다. 그러나 일부 고위험군 바이러스(HPV Type 16, 18, 32, 33 등)는 감염이 장기화되거나 반복적으로 일어날 경우 자궁경부암 전 단계인 자궁경부 상피내이형성증을 유발하며 이 중 일부는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된다. 특히 HPV 16, 18은 자궁경부암 환자 70% 이상에서 발견되고 있다.
인유두종바이러스는 모든 형태의 성접촉을 통해 전파 가능하기에 성생활을 시작하면 대부분 한 번 이상 감염될 수 있을 만큼 흔하다. 또한 자궁경부암 외에도 여성에서는 외음부암과 질암을, 남성에서는 음경암을 일으킬 수 있으며, 남녀 모두에서 항문암, 두경부암, 구강암, 인후암 등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흡연 또한 자궁경부암 위험인자로 꼽힌다. 담배를 피우는 여성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에 비해 자궁경부암 위험이 1.5~2.3배 정도 높게 나타난다. 이 밖에도 조기에 시작된 성 경험, 다수의 성관계 상대자, 장기간 경구피임약 복용, 다수의 출산 횟수, 과일과 채소 섭취가 적은 식습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클라미디아(성병) 감염 등이 발병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으며 어느 정도 악화된 후에야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흔한 증상은 비정상적 질출혈로, 폐경 이후에 갑자기 출혈이 나타나거나 생리기간이 아닌데도 불규칙하게 출혈이 생기는 경우를 말한다. 출혈은 성관계 후, 심한 운동 후, 대변을 볼 때, 질세척 후에 많이 발생한다. 또한 생리량이 많아지거나 생리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비정상적 질출혈은 암세포들이 만들어낸 종괴(덩어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 분포가 많아지면서 발생한다. 암이 더 심해지면 암덩어리가 2차적으로 감염되거나 괴사하면서 악취를 동반한 질 분비물이 증가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이 상당히 진행되면 주변 장기로 침범하면서 골반통, 요통 등의 증상이 생기고 체중이 감소할 수 있다.
진단을 위해서는 의사의 내진과 함께 자궁경부세포검사, 질확대경검사, 조직검사, 원추절제술, 방광경 및 에스결장경검사, 경정맥 신우조영술(IVP), 전산화단층촬영검사(CT) 및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을 실시한다. 검사결과 자궁경부암이 진단되면 암의 병기와 크기, 환자의 연령, 전신상태, 향후 출산 희망 여부 등을 고려해 가장 적절한 치료방법을 결정한다. 치료 방법에는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와 항암약물치료의 병행이 있다.
자궁경부암 단계별 증상 및 증후
초기 | 중기 | 진행된 단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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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뇨 후 출혈 · 배뇨 곤란, 혈뇨 |
· 체중 감소 · 악취를 동반하는 혈성 분비물 · 심한 골반통, 요통 |
위험요인이 상당수 밝혀진 만큼 자궁경부암은 효과 높은 예방법이 존재한다. 우선 가장 주요한 위험요인 인유두종바이러스를 예방하는 자궁경부암 백신접종이 가능하다. 정확히 말하면 HPV 예방백신으로 HPV 16, 18형을 포함한 고위험군에 대한 항체를 형성해 암을 예방한다. 또한 백신은 자궁경부암 외에도 자궁경부, 항문, 생식기와 관련된 이형성 및 전암성 병변을 90%가량 예방할 수 있다. HPV 예방백신은 인유두종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전, 즉 성경험이 없는 청소년기에 접종해야 면역반응이 높아져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예방접종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만 13~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을 대상으로 HPV 예방백신 무료접종을 시행하고 있으니, 대상자들은 이 기간에 백신을 꼭 접종하도록 하자. 최적의 접종 시기를 놓친 20~30대 여성에게도 백신은 충분히 효과가 있으므로 늦었다 미루지 말고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몇 해 전에는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이 뜨거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tvN드라마 <청춘기록>에서 남자주인공 박보검(사혜준 역)이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접종하는 장면이 방영되자 각종 포털사이트와 SNS에서 자궁경부암이 상위 키워드에 오른 것이다. “남자는 자궁도 없는데 자궁경부암 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다”는 드라마 대사처럼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은 여성만 접종하는 것으로 많이들 알고 있다. 그러나 발병 원인에서 살펴보았듯 인유두종바이러스는 남성에서도 항문이나 생식기 질환을 유발하며, 남성이 상대 여성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질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은 남녀 모두 접종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백신접종과 함께 챙겨야 할 것이 건강검진이다. 백신은 고위험군인 HPV 16, 18형을 포함한 일부 유형에 대한 항체를 형성해 전체 자궁경부암의 70~90% 정도를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10~30%의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자궁경부암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궁경부암은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므로 암이 되기 전 단계인 전암성 병변을 일찍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또 하나의 예방법인 것이다. 이에 국민건강보험에서는 2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2년마다 한 번씩 자궁경부암 검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려면 백신접종과 함께 건강검진을 습관화하는 생활이 필요하다.
성 경험이 있다.
만 25세 미만이다.
성 파트너 수가 여러 명이다.
흡연을 한다.
피임약을 복용한다.
채소 및 과일 섭취량이 적다.
자궁경부암 가족력이 있다.
클라미디아균(성병균)에 감염된 적이 있다.
3번 이상의 임신(만기 임신) 경험이 있다.
* 체크 항목이 많을수록 감염 위험도가 높음
출처 대한부인종양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