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소확행

우리들의 소확행입니다!

고양이 두마리가 웅크리고 자는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 이미지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나만의 행복은 무엇인가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건강보험> 독자들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예삐와의 인연

“여보, 고양이가 우리 집에 들어왔어요.”

아파트에서 20년을 살다가 단독 주택으로 이사를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얼룩무늬를 가진 예쁜 고양이가 집안으로 들어왔다. 생김새가 예뻐서 우리는 ‘예삐’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예삐는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 집 마당에 놀러 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따라 유난히 야옹야옹 소리를 내면서 집 안으로 들어와 구석을 찾아 돌아다녔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몸을 보니 배가 볼록 나와 있었다.

“혹시 출산을 하려고 그런 걸까? 지하 방을 예삐한테 빌려주면 어떨까?” 우리 식구들은 혹시 모를 출산 준비를 위해 지하 방에 자리를 마련해주고 예삐를 들어가게 해주었다. 다음 날 아침, 눈 뜨자마자 밤새 예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닌지 궁금해 지하 방으로 내려갔다. 문을 열고 “예삐야, 잘 잤니?” 하고 불렀는데 잘 잤다는 대답인 듯 “야옹야옹” 하면서 다가왔다. 그런데 세상에! 온몸이 피범벅이었다. 밤새 새끼를 낳은 것이다. 놀라는 소리에 온 가족이 지하로 내려왔다.

자세히 살펴보니 아주 작은 까만색 새끼 한 마리가 보였다. 너무 작아서 만지기조차 조심스러웠다. 우리는 작고 까만 아기 고양이에게 ‘검둥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로써 우리 집에 식구가 늘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검둥이도 건강하게 자라서 엄마 예삐를 따라 마당으로 곧잘 나오곤 한다. 너무 잘 자라 현관 앞에서 밥 달라고 시위도 하는 검둥이! 지나가는 사람들이 고양이와 함께하는 우리 집 풍경에서 행복이 느껴진다고 말하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지금은 동네 주민들이 간식을 들고 찾아와 예삐에게 주곤 한다. 많은 사람의 귀여움을 받으며 예쁘게 자라고 있는 예삐 모녀. 다만 예삐도 우리에게 고마운지 곤란한 선물을 자주 하는 것이 문제다. 어느 날은 쥐를 잡아와 소리를 지르게 하고, 어느 날은 참새, 어느 날은 매미나 잠자리를 잡아 오곤 한다. 우리를 생각해주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런 건 안 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편의점 간다고 하면 총총 따라오고 “예삐야” 부르면 “야옹” 대답도 곧잘 하는 예삐. 지금처럼 예삐 모녀와 오래오래 살고 싶다.

안선임

추억의 공중전화

깜빡하고 휴대전화 배터리 충전을 하지 못한 채 출근했더니 퇴근길에 방전이 돼 버렸다. 급한 일은 아니지만 연락할 곳이 있어서 고민하는 내 눈에 요즘은 보기 드문 무언가가 들어왔다.

“아직도 공중전화가 있구나!”

번화가 은행 앞에 설치된 공중전화 부스에 나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뭔가 잃어버린 추억 하나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어렸을 때만 해도 공중전화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었다. 그 시절 내게 공중전화는 다른 세계의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는 신비한 요술램프와도 같았다. 10원짜리 동전 몇 개를 투입구에 넣고, 다이얼 버튼을 꾹꾹 누른 후 떨리는 마음으로 수화기를 귀에 갖다 대면, 통화 신호음과 함께 내 가슴도 두근두근거렸다. 그리고 딸깍하며 동전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

“여보세요?”

“할머니? 할머니, 나야!”

“아이고 우리 강아지냐? 웬일이냐? 전화를 다하고. 밥은 먹었고?”

몇 분이 흘러 동전이 부족하다는 신호가 뜨면 전화가 끊어질세라 얼른 동전 몇 개를 더 넣으며, 혹시나 누군가 부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지 연신 뒤돌아보곤 했다. 공중전화에도 나름의 예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줄을 서서 기다릴 땐 통화하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게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서 기다리거나,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애써 모른 척하는 것. 또한 통화를 끝낸 사람은 투입한 금액이 남았을 경우 수화기를 공중전화 위에 올려놓은 채 자리를 떠나는 것. 단 몇 분 몇 초라도 다음 사람이 소중한 누군가와 더 많이 대화할 수 있길 배려하는 마음이라고 할까? 그러면 뒷사람 또한 눈웃음을 보내곤 했다.

오랜만에 공중전화 부스 안으로 들어가니 아늑하면서도 마치 잊고 있던 아지트를 발견한 기분이다. 동전을 넣고 집으로 전화를 해본다. 통화음은 계속 울렸지만, 모르는 전화는 일절 받지 않는 아내의 목소리는 역시 들을 수 없었다. 다만 나중에 귀가해서 공중전화 얘기를 하면 아내 역시 나만큼 기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이상진

옛날 공중전화기의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 이미지

여러분의 ‘소확행’은 어떤 것인가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을 줄여 소확행이라고 합니다. ‘우리들의 소확행’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나만의 행복이 무엇인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독자 여러분을 위한 지면입니다. 여러분의 작은 행복 이야기를 <건강보험>에 보내주세요.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모바일 상품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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