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암과 달리 간암은 고위험군에서 발생률이 높고 진행 속도가 빠르며 치료 결과가 나쁜 사례가 많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간암은 위험요인이 잘 알려져 있어 일상에서 이를 적절히 관리하면 예방이 가능하며,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할 경우 긍정적인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간을 가리켜 ‘우직하고 미련한 장기’라고 표현한다. 수많은 역할을 묵묵하게 수행하지만, 반면 병이 생겼을 때 증상이 거의 없다가 병세가 악화된 후 진단되는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질환 중 하나가 바로 간암이다. 간암은 간세포가 다양하고 지속적인 자극으로 인해 고유 기능을 상실하고 암세포로 바뀌어 계속 자기 증식을 하고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특징을 지니는 악성 종양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 기준 1만 5,605명의 간암 환자가 진단돼 전체 암 발생 순위 중 7위로 조사됐다. 발생 순위만 보면 다른 암에 비해 경각심이 낮아질 수 있지만, 주목할 점은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다. 간암 사망률은 전체 암 중 폐암에 이어 2위로 나타났으며, 특히 40~50대 남성에서는 암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간암은 이처럼 치료 예후가 좋지 않고 생명에 치명적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인 40~50대 남성에게 위협적인 만큼 평소 간암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
간암은 갑작스럽게 나타나지 않는다. 급성 간염으로 시작해 만성 간염, 간경변증(간경화)으로 진행되다 간암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때문에 다른 암과 달리 간암의 발병 원인은 많이 알려져 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B형 간염이다. 대한간암학회 자료에 따르면 간암 환자의 약 72%가 B형 간염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인구의 3~4% 정도가 B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로 대부분 바이러스를 지닌 어머니에게서 출생 시 수직 감염된다. B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 중 절반 이상에서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진행되며, 간경변증 환자의 1~5%에서 간암이 나타나는 것이다.
전체 간암 환자의 12%는 C형 간염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C형 간염의 경우 전체 인구의 약 1%가 감염자로 추정되며, 이중 55~85%가 만성 간염으로 진행돼 간경변증과 간암 위험이 높아진다.
이외에도 여러 원인으로 인한 간경변증, 알코올성 간질환, 비만이나 당뇨와 관련된 지방성 간질환, 자가면역 간질환 등이 간암의 위험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위험요인에 노출된다고 모두 암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위험요인들이 오랜 기간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그것이 축적돼야 암으로 이어진다.
간암은 초기뿐 아니라 병이 상당히 악화돼도 증상이 거의 없거나 미약하다. 게다가 만성 간염, 간경변증과 같은 간질환을 진단받은 사람에게서 간암이 주로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이 느껴져도 기존 간질환 증상과 혼동하는 경우도 많다. 간암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말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다만 일부 환자에서는 무기력감, 피로감, 오른쪽 윗배의 불쾌감, 울렁거림, 구토, 체중 감소, 식욕 부진 등이 느껴질 수 있다. 암이 악화되면 우측 갈비뼈 아래로 간이 크게 만져지거나 황달, 고열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증상은 없지만 발병 원인이 알려진 만큼 간암 고위험군에 해당하면 주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간암 고위험군에서 건강검진을 통해 간암을 진단받은 환자의 절반 이상은 간암 초기인 1기에 암을 발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건강검진을 받지 않다가 간암을 발견한 환자는 절반 이상이 간암 3기에 암을 발견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검진과 함께 각각의 위험요인에 대한 예방도 필요하다. 우선 B형 간염은 예방접종을 통해 항체를 형성해야 한다. C형 간염은 아직 예방접종이 개발되지 않았다. 따라서 개인 간 B형·C형 간염바이러스 전염을 예방하고, 만성 간염 환자는 적절한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밖에도 과도한 음주를 삼가고 비만, 당뇨와 같은 대사질환을 적절히 조절해야 간암을 예방할 수 있다.
간암을 진단하려면 환자의 병력, 진찰소견 및 여러 검사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검사 방법은 간기능검사, B형· C형 간염 표식자검사, 복부초음파검사, 복부컴퓨터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간 혈관조영술, 간 조직검사, 혈중 AFP(α-fetoprotein) 등이 있다.
치료에 있어서도 고려할 사항이 많다. 간암은 대부분 간염, 간경변증 등의 기저질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문의가 암의 진행 정도와 남아있는 간 기능 등을 전반적으로 평가해 가장 적합한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간 기능이나 전신 상태가 많이 나쁘지 않을 경우에는 간암 자체에 대한 치료를 진행하며 간절제술, 간이식, 고주파열치료술, 에탄올주입술 등을 시행할 수 있다. 반면 암이 많이 진행된 경우, 간 기능이 나쁜 경우, 심각한 전신 질환이 동반된 경우, 고령 등으로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간암 자체에 대한 치료보다 통증이나 합병증에 대한 치료를 주로 실시한다.
최근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의학 소재 중 하나가 간이식으로 사람들의 관심도 자연스레 높아지고 있다. 간이식은 암을 발생시킨 병든 간 자체를 바꾸는 것이기에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으로 손꼽힌다. 간이식에는 뇌사자의 간 전체를 떼어내 이식하는 사체 간이식과 건강한 정상인의 간 일부분을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이 있다. 간이식에 성공하면 5년 생존율은 75%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간이식에 앞서 수술 가능한 조건과 합병증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간이식은 종양이 1개만 있으면서 5cm 이하일 때, 또는 종양이 3개 이하(각각 3cm 이하)이면서 암이 혈관을 침범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 않았을 때 수술이 가능하다. 아울러 공여자(간의 일부분 또는 전체를 주는 사람)의 안전도 중요한데, 공여자에게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극히 드물지만 중증 합병증으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는 사례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공여자는 자발적인 기증 의사가 있고,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하며, 간암 환자에게 충분하게 이식할 수 있을 정도의 간 크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수혜자의 경우 수술 후 합병증과 이식 장기에 대한 거부반응을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합병증으로는 수술부위 감염 또는 출혈, 위장관 출혈, 무기폐 혹은 폐렴, 담즙 누출, 복수, 패혈증, 간부전증 등이 있다. 아울러 간이식 후 환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며, 간암이 재발할 경우 예후가 좋지 못한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최근에는 간절제술, 간이식과 같은 수술적 치료의 검사기술과 수술기법, 수술 후 환자관리 방법 등이 크게 발전해 수술 여건과 결과가 좋아지고 있다. 따라서 간암 치료는 담당 전문의와 논의한 후 가장 적합한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다음 사항 중 3개 이상 해당되면 간 건강이 좋지 않거나 간염 초기 상태일 수 있으므로 서둘러 병원에 방문하길 권장한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극심한 피로나 권태감이 느껴진다.
갑자기 술이 약해지고, 술 깨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우측 상복부가 답답하거나 불쾌감이 있다.
여성의 경우 생리 불순이 나타나고, 남성의 경우 성 기능 장애나 여성형 유방증이 생긴다.
배에 복수가 차고 붓거나 또는 가스가 차거나 방귀가 자주 나온다.
몸에 경련이 일어난다.
피부가 가렵다.
대변이 흰색이고, 소변 색이 진한 갈색을 띤다.
손톱이 하얗게 변하고, 세로 줄무늬가 생겼다.
손바닥, 팔, 가슴 등에 붉은 반점이 나타난다.
출처 대한간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