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소확행

우리들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기차길 근처 간이역의 모습을 담은 일러스트 이미지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나만의 행복은 무엇인가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건강보험> 독자들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김유정역에서 김유정을 만나다

며칠 전 휴일을 맞아 나 홀로 김유정역을 찾았다. 작은 간이역이나 오래된 폐역을 찾는 일은 나만의 소소한 행복 찾기 중 하나다. 경춘선의 종점 춘천역 바로 앞에 위치한 김유정역은 역이 지어질 당시 춘천시 신남면에 세워졌기 때문에 신남역이었다. 이듬해 신남면이 동내면과 통합되면서 그 이름은 사라졌지만, 역명은 그대로 남아 예전을 추억하게 만든다. 신남역은 옛 역사(驛舍)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여행자의 쉼터가 됐다.

역 안에는 난로와 주전자 그리고 열차 시간표처럼 향수 어린 소품들이 세월을 간직한 채 전시돼 있다. 승강장을 찾은 젊은 연인들은 열차와 역사, 철도 건널목 등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더 이상 열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 위에는 한때 뭇사람을 실어 나르던 무궁화호 열차가 자리를 지키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운행을 멈춘 열차는 소박한 북카페로 탈바꿈했다. 바쁜 일상을 벗어나 짧은 시간이나마 책 한 권의 여유를 즐겨보고 싶은 그런 곳이다. 신남역은 철도 최초로 인물명을 딴 역명인 김유정역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경춘선에 복선 전철이 다니게 되면서 바로 옆 새로 지은 역사가 기존의 역사를 대신하고 있다. 새로 지은 건물은 기와가 얹힌 한옥의 모습을 하고 있어 ‘김유정’이란 역 이름과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실레마을의 관문 역할을 하는 김유정역은 소설 속 세상으로 들어가는 장소로, 지명이 아닌 작가의 이름을 역명으로 쓰고 있는 것은 충분한 문학적·역사적 가치가 있어서가 아닐까.

실레마을은 주변에 있는 금병산이 병풍 모양으로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모양이 마치 떡시루를 닮아서 ‘실레’라는 이름을 얻었단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 속에서 주인공과 점순이가 수탉 싸움을 붙이고 감자를 나눠 먹던 장면은 바로 이곳을 배경으로 한다. 김유정이 남긴 30여 편의 단편소설 중 대표작인 <동백꽃>, <봄봄> 등 10여 편은 실레마을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그는 춘천의 아름다운 자연과 절망을 모르는 민초들의 삶 속에서 생명의 소중함과 겸허함을 배웠고, 이를 자신의 문학세계를 지지하는 토대로 삼았다. 김유정은 이제 가고 없지만, 고향 실레마을에는 지금도 그가 살아 있다. 문학 향기 짙은 여행은 그래도 낭만이 있는 기차여행이 제격이 아닐까. 봄이 오는 계절, 그곳에서 먼 길의 여정을 잠시 멈추고 고요를 벗 삼아 되도록 느린 시간을 즐기고 싶다.

김은경

군인 아저씨와 주고받는 행복한 문자

아침이 되면 출근 준비로 바쁘지만 한편으로는 즐겁고 행복한 마음이 든다. 멋진 하루가 되길 기원하며 짧은 문장을 작성한 후 전송 버튼을 누르는 순간 덕분이다. 떨어져 지내는 연인에게 보내는 문자도 매번 이렇듯 진지하고 사랑이 넘치지는 않으리라.

나의 아침 문자에 대한 답장은 군인인 아들이 일과를 마치는 시간쯤 도착한다. 절절한 내용 끝에 하트 뿅뿅을 추가한 답 문자 덕분에 정신없이 보낸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사라진다. 퇴근을 준비하면서 콧노래가 나오는 것도 문자 때문이다.

어릴 적 너무 예쁜 얼굴이라 겉모습만 보고 딸로 오해받곤 했던 나의 2세가 2021년 5월에 국가의 부름을 받고 대한민국의 멋진 남자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입대했다. 훈련소에 입소한 아들에게 힘이 되려고 거의 매일 이메일로 편지를 썼다. 편지 내용은 대부분 비슷했지만 편지를 쓸 때면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자대 배치 후에는 일과가 끝나면 휴대전화를 쓸 수 있어 간혹 통화도 하지만 대부분 문자로 안부를 전하고 있다. 나도 경험한 군 생활이지만 군 복무는 대부분의 아들을 효자로 만드는 것 같다. 자라면서도 말썽 한번 없었던 아들은 작년 연말 나의 생일에 용돈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군인 월급으로 저축까지 한다니 무척 대견했다. 아버지로서 너무나 기특한 일이고 자랑하고 싶다.

군인 아들과 문자를 주고 받는 부부의 모습을 담은 일러스트 이미지

착한 아들이 군 생활로 더욱 단단해져서 멋진 남자로 제대할 날을 기다리며, 부자 간의 행복한 문자는 제대하는 그날을 넘어 평생 동안 계속될 것이다.

권용원

여러분의 ‘소확행’은 어떤 것인가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을 줄여 소확행이라고 합니다. ‘우리들의 소확행’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나만의 행복이 무엇인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독자 여러분을 위한 지면입니다. 여러분의 작은 행복 이야기를 <건강보험>에 보내주세요.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모바일 상품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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