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트래블

피어나는 꽃무리의 간지러운 속삭임

광양

사방에 꽃이 핀 광양 이미지

전남 순천과 경남 하동 사이, 광양이 있다. 광양만에서 남해 쪽을 바라보면 오른쪽으로는 여수시가 왼쪽으로는 남해군이 손을 뻗어 포옹하듯 광양을 감싸고 있다. 빛과 볕이 쏟아지는 광양(光陽)은 이른 봄부터 온갖 꽃들이 지천에서 피어난다. 그래서 봄이 오면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말을 느끼러 광양으로 간다.

글. 이지연 사진. 광양시청

매화가 사람을 홀린다

10만 그루에 달하는 매화나무가 절경을 이루는 광양매화마을 이미지 10만 그루에 달하는 매화나무가 절경을 이루는 광양 매화마을

광양의 풍경은 다채롭다. 위로는 백운산이, 앞으로는 광양만과 남해가, 도시 곁으로는 섬진강이 흐른다. 산과 강, 바다를 모두 접하고 있어 계절마다 다채로운 빛을 띤다. 내리쬐는 햇살의 감촉이 따사로워질 무렵 여지없이 남쪽에서는 반가운 꽃소식이 전해진다. 빛과 볕의 고장 광양도 뒤지지 않는다. 광양 매화마을에 매화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사람들의 발길이 하나둘 광양으로 모여든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전국 각지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꽃 구경 온 단체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촉촉한 땅 위에 환하게 피어난 매화꽃 무리 속에 있으면 천상에 있는 듯 정신이 혼미해진다.

다압면 도사리에 위치한 광양 매화마을은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하동읍과 마주본다. 이른 봄이면 마을 주변 밭과 산 능선이 새하얀 매화로 뒤덮이는데 10만 그루에 달하는 매화나무가 햇살의 간지럼을 참지 못하고 꽃망울을 동시다발적으로 터트리기 때문이다. 매화꽃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섬진강도 겨울의 한기를 떨쳐버리고 햇살에 반짝이며 흘러간다. 땅에 뿌리내린 나무가 피운 매화꽃과 한없이 자유롭게 흘러가는 섬진강이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람의 도움으로 멀리멀리 날아간 몇몇의 꽃잎들이 섬진강 위에 안착하면서 두 자연의 만남은 성사된다. 이 모든 것은 자연이 주관하는 일. 인간은 그저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움을 마음껏 예찬할 뿐이다.

매실판매장, 매화전시관 등을 갖추고 2015년 개관한 ‘광양매화문화관’에 들러 매화마을의 역사까지 읽고 나면 여행이 더욱 충만해진다.

오늘, 고백할래요?

광양에서 이맘때 볼 수 있는 꽃은 또 있다. ‘당신만을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을 가진 동백꽃이다. 백운산의 지맥인 백계산 남쪽에 위치한 옥룡사지는 선각국사 도선이 35년간(864~898) 머물면서 제자를 양성하고 입적한 곳이다. 옥룡사를 세울 때 땅의 기운이 약해 이를 보완하고자 동백나무숲을 조성했다는 유래가 전해진다. 절터만 남기고 사라진 옥룡사지 주변에 동백나무 1만여 그루가 넓은 군락을 형성하며 천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수령 100년 이상, 높이 6~10m 크기의 동백나무는 2월부터 3월까지 붉은 꽃을 피운다. 옥룡사지 동백나무숲은 남부지방 사찰 숲의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 데다 경관이나 학술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 제489호’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반질거리는 진초록의 잎과 대비되는 붉은 동백꽃은 도드라지면서도 수수하고 소박하다. 동백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다. 옥룡사지 동백나무숲을 걸을 때는 꼭 수행해야 할 미션이 있다. 동백꽃의 꽃말을 빌려 그간 못다 한 사랑 고백을 넌지시 해보는 것이다. 삶은 지나고 보면 너무 쏜살같이 흘러간다. 그러니 사랑의 말은 다음이 아닌 오늘, 지금 하는 것이 맞다.

옥룡사지 동백나무 숲 이미지 옥룡사지 동백나무숲

동백꽃이 하트모양으로 놓여진 이미지 옥룡사지 동백나무숲의 동백꽃

광양에서만 볼 수 있다는 특별한 꽃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에서 자라는 벚굴, 광양불고기, 섬진강 재첩으로 만든 요리 등 광양의 산과 강, 바다가 내어주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들을 마음껏 즐기는 것도 광양 여행의 즐거움이다. 배를 든든히 채운 후 광양에서만 볼 수 있는 조금 색다른 꽃을 만나러 구봉산(473m) 정상, 구봉산 전망대로 향한다. 조선 시대 봉수대가 있던 산을 봉화산이라 불렀는데, 구봉산은 옛(구) 봉화산이라는 의미다. 정상 부근 주차장에서 5분 정도 걸으면 전망대에 도착한다. 이때부터 눈앞에 환상적인 광경이 펼쳐진다. 광양시 전역과 포스코 광양제철소, 여수국가산업단지, 광양항, 이순신대교는 물론 여수, 순천, 하동, 남해 등 광양만권이 한눈에 담긴다. 뒤로는 백운산과 지리산 등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사방이 뻥 뚫려 있어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구봉산 전망대는 세계 유일의 ‘디지털 봉수대’다. 전망대는 광양을 상징하는 빛, 제철소의 철, 꽃(매화)을 소재로 형상화했다. 봉수대의 12개 꽃잎은 12지간과 광양시의 12개 읍, 면, 동을 상징한다. 밤이면 디지털 봉수대에 은은하게 조명이 켜져 더욱 신비롭고 낭만적이다. 일출과 일몰 명소로도 손꼽히는 구봉산 전망대에는 홍보관과 카페 등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다.

세계 유일의 디지털 봉수대가 있는 구봉산 전망대 이미지 세계 유일의 디지털 봉수대가 있는 구봉산 전망대

걷고 보고 느끼며 광양 한 바퀴

이순신대교 이미지

이순신대교

광양시 금호동과 여수시 묘도를 연결하는 왕복 4차로의 해상교량이다. 총 연장 2,260m, 주탑 사이의 거리가 1,545m로 국내 최장, 세계 4위 규모다. 이순신 장군의 탄신 해를 기념하기 위해 주탑 간격을 1,545m로 설계했다.

배일도 섬정원 이미지

배알도 섬정원

망덕산을 향해 절을 하는 형상이라는 배알도는 광양 유일의 무인도다. 섬을 중심에 두고 망덕포구 쪽 ‘별 헤는 다리’와 수변공원 쪽 ‘해맞이 다리’가 양쪽에서 섬을 잇고 있다. 섬진강과 남해가 한눈에 보이는 최적의 일출·일몰 명소로 손꼽힌다.

백운산자연휴양림 이미지

백운산자연휴양림

해발 1,222m 백운산 자락에 위치한다. 잘 보존된 원시림과 삼나무, 편백 등 인공림이 조화롭다. 아름다운 수목이 융단처럼 펼쳐져 있고 산림욕장, 야생화단지, 오토캠핑장, 종합숙박동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조성돼 있다.

유당공원 이미지

유당공원

1528년(중종 23) 광양 현감 박세후에 의해 만들어진 공원으로 이팝나무, 팽나무와 함께 수양버들이 많아 ‘유당(버들못)’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수백 년 수령의 고목과 연못이 어우러진 조경미가 돋보인다.

해오름육교 이미지

해오름육교

광양해비치로의 관문에 아름답게 가로 놓인 해오름육교는 광양만의 물결이 힘차게 도약하는 형상이다. 밤에 아름다운 조명으로 더욱 빛난다. 신화 속 별자리를 수놓은 전망대, 휴게공간 등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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