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소확행

우리들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아장아장 걷는 아이와 이를 웃으며 지켜보는 엄마와 할머니의 모습이 담긴 일러스트 이미지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나만의 행복은 무엇인가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건강보험> 독자들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아침마다 찾아오는 손님

“사짜아~사짜아(살짝살짝).”

안개가 자욱한 아침, 우리 집 데크 쪽에서 벌써 사람 발소리가 들려온다. 작년에 태어난 손자가 제 엄마의 손을 잡고 아침 인사를 오는 소리이다. 넘어질까 봐 계단을 살짝살짝 밟으며 둘이 합창을 하며 오는 소리가 어찌나 정겨운지 모른다. 제 엄마한테 안겨 벨을 한 번 누르는 손자를 현관에 나가 뜨겁게 포옹하며 인사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그다음 일정은 어린이집 가기인데, 이 아기 손님은 가끔 나의 차를 애용한다. 제 엄마와 아빠가 맞벌이를 해 때로 시간이 안 맞기 때문이다. 어쩌다 내 차가 아닌 다른 차에 태우려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아직 말이 서투르니 몸으로 강하게 저항을 하고 울음보를 터뜨린다. 고사리손으로는 내 차를 가리키며 ‘저거~저거’라고 외쳐댄다. 출근길에 지나가던 이웃들도 차를 세우고 우리들의 작은 소동이 재밌는지 인사 대신 웃으며 지켜본다. 결국 녀석은 내 차를 타고 제 엄마를 경호원 삼아서 등원을 하곤 한다.

저녁에 하원을 하면 또 한 번 소동이 벌어진다. 가까이에 있는 저희 집으로 안가고 굳이 ‘하삐(할아버지)’를 외치곤 우리 집으로 와서 집안을 발칵 뒤집어놓는다. 장난감이며 책을 있는 대로 다 꺼내놓고 놀자고 한다. 행여 배고플까 간식을 주면 그 여린 손으로 과일을 집어서 내 입에 넣어준다.

처음 태어났을 땐 코로나19로 인해 한 달이 지날 때까지 사진과 영상으로만 손자를 만났다. 손자는 점차 자라면서 우리 부부에게 많은 웃음과 눈물을 안겨주었다. 해맑은 미소를 지을 때면 함께 행복했고, 감기에 걸려 힘들어할 때면 다 나을 때까지 내 마음도 덩달아 아팠다. 어떤 날은 1센티도 안 되는 머리인데 예쁜 고무줄로 동여매고 올 때도 있다. 같은 반 친구가 머리를 묶고 오는 날은 저도 꼭 묶어달라고 해서 선생님이 아기의 소원을 들어준 것이다. 신나는 음악을 틀어주면 우리 가족은 다 춤을 추어야 한다. 본인이 율동을 하면서도 가족들을 살피며 손끝으로 빨리 춤추라고 지적을 한다. 이래서 우리는 아침마다 찾아오는 아기 손님을 대환영한다. 웃음을 주고,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그 어떤 조건도 없이 밝은 미소를 선물해주고 있는 고마운 신의 선물이다. 이 땅의 모든 아기들이 밝게 잘 자라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희재(1396)

옥수수 차를 끓이는 날들

까만 하늘이 금방이라도 눈을 쏟을 것 같다. 눈이 아니라면 이 겨울에 비가 오려나…. 겨울이 깊어가고 먼 산들에 덮인 하얀 눈은 내년 봄이나 되어야 제 할 도리를 마친 듯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오늘 석유 난로를 켰다. 사무실의 냉난방을 책임져주던 기기가 고장으로 생을 다했기 때문이다. 지은 지 15년이 넘어선 건물이다 보니 이곳저곳 탈이 나기 시작했다. 딱 맞춰 난방을 시작할 무렵에 고장이 나니 참 난감할 따름이었다. 사람 사는 게 뭐든 탈이 나야 대안을 마련하게 되는가 보다.

우리는 버튼으로 편하게 쓰던 때가 언제였나 싶게 석유를 넣어 작동하는 열풍기와 난로를 설치했다. 규모가 제법 넓은 사무실은 한쪽 면에 제법 큰 난로를 놓아 냉기를 몰아내고 있지만, 반대편은 열기가 오지 않아 작은 석유 난로를 가운데에 두었다. 석유 난로의 장점이라면 가까이 따뜻한 열기를 내뿜기도 하지만 더욱더 유용한 것은 난로 위에 주전자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석유 난로 위에 주전자가 올려져있고 그 옆으로 따뜻한 차자 담긴 찻잔이 그려진 일러스트 이미지

첫날, 주전자에 옥수수 차를 끓였다. 구수한 냄새가 온 사무실을 맴돌고, 석유 냄새마저 고소함으로 뒤덮어져 하루 종일 옥수수 향에 취하는 아주 달콤한 하루가 되었다. 오는 손님들에게 구수한 차를 한 잔씩 대접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오랜만에 보는 난로에 반가움을 드러내는 분들도 있어 화젯거리가 되니 사람 사이 온기가 저절로 피어나는 듯했다.

어느 날은 옥수수 차를 한잔 드신 고객이 주전자에 넣으면 좋을 것 같다고 비트를 말려서 덖은 것을 주고 가셨다. 그날은 옥수수에 비트를 넣어 구수함에 발그스름한 색감을 더해 아주 예쁜 차가 되었다. 또 어느 날은 계피 말린 것을 가져온 직원이 있어 한쪽 넣었더니 하루 내 계피 향이 어찌나 좋은지….

난로를 보고 있자니 어릴 적 학교에서 교실 한가운데에 피던 난로가 생각나기도 하고, 그 난로 위에 얹어 먹던 도시락까지 이것저것 추억이 샘솟는다. 생각지 못했던 추억을 소환한 난로, 난방기 설치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소소한 행복감이 있어 견딜만한 날들이다.

금향남(8528)

여러분의 ‘소확행’은 어떤 것인가요?

여러분의 ‘소확행’은 어떤 것인가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을 줄여 소확행이라고 합니다. ‘우리들의 소확행’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나만의 행복이 무엇인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독자 여러분을 위한 지면입니다. 여러분의 작은 행복 이야기를 <건강보험>에 보내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모바일 상품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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