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 확대 우수사례

건강보험 보장성확대 체험 수기 공모전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
나의 이야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 의료비 부담 경감을 위한 보장성 강화 정책의 내용을 알리고, 국민의 이해를 돕고자 ‘건강보험 보장성확대 체험수기 공모전’을 개최했다.
이번공모전은 의료비 경감정책으로 가계에 도움이 된 사연이나 긍정적 체험이 담긴 공모작 중총 16편의 수상작을 선정하였으며 그 중 최우수상 수상작을 소개한다.

최우수상-다시 만난 5월, 푸르른 시간

이수경(세종특별자치시)

혜택 재난적의료비, 본인부담상한제

딱 한 달 동안의 행복

2020년 4월 엄마는 당신 생애에서 가장 환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사람 구경하며 내 집에서 살다 죽는 것’이 평생 소원이던 엄마가 빈집투성이던 시골 동네를 떠나 청주 시내 아파트로 이사를 했기 때문이다. 76년 인생의 짠 내가 고스란히 배인 엄마의 쌈짓돈에 내가 대출한 돈을 더해 마련한 집이다. 빠듯한 형편에 이사를 결심한 건 엄마의 건강이 악화되며 병원 갈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투병한 아버지를 간병하며 지칠 대로 지친 탓인지,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꾹꾹 눌러온 아픔이 연이어 터지듯 아픈 곳이 속출했다. 어지럼증은 갈수록 심해졌다. 신경과 약을 먹어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시골에서 하루에 세 번 다니는 버스를 타고 홀로 병원을 오가는 건 무리라는 생각에 결단을 내렸다. 엄마 소원대로 사람 북적북적한 오래된 동네에 작은 아파트를 계약하고 수리하는 동안 엄마는 하루도 빠짐없이 첫차를 타고 공사 중인 집에 다녀왔다.
그 후 맞이한 4월 10일의 이사. 너무 설레서 잠조차 오지 않는다던 첫날밤 엄마는 수줍게 말씀하셨다.
“살다 보니 내게 이런 날이 온다야. 너무 행복해 어쩐지 불안 허다.”

막혀버린 심장 혈관, 입·퇴원의 반복

늘 괴롭히던 어지럼증이 전조 증상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붓던 다리도, 엄습하던 피로감도… 새집으로 이사하고 한 달만인 5월 12일 밤 결국 엄마는 ○○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셨다.
심장 혈관이 꽉 막혀 시술을 받고 2주 만에 퇴원했지만 3일 만에 다시 응급실을 찾았다. 만성신부전이라는 날벼락 같은 결과에 눈앞이 깜깜했다. 한 달 반 정도 입원하는 동안 엄마는 완전히 딴사람이 됐다. 신경이 예민해지고 무엇보다 무척 고통스러워하셨다. 심부전과 신부전이 함께 진행된 상황이 되자 서울 큰 병원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서울 병원에 입원한 지 한 달 반 만에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이 집에서 조금만 더 살면 좋겠는데” 하고 바라셨지만 2주가 못 되어 다시 ○○ 병원 응급실을 찾게 됐다. 이제 더이상 좋아지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 강제로 심장을 뛰게 하는 약을 언제까지 쓸 수는 없었다. 그리고 결국 심장과 신장 둘 다 완전히 망가지는 때가 올 것이다. 한마디로 병원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셈. 최후의 방법은 인공 심장 수술이지만 고령에 쇠약할 대로 쇠약해진 엄마가 큰 수술을 견딜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비용도 문제였다.
인공 심장 기기 값만 1억 원이 넘는다니 엄두도 내지 못할 금액이었다.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이대로 3개월을 버티기 힘들다는 선고가 내려졌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살리고 봐야 했다. 죽기 살기로 어떻게든 해보자고 마음먹고 다시 서울로 향했다.

정말이에요? 의료 복지 만세!

수술하기로 마음을 굳혔지만 수술비 걱정이 앞섰다. 그때 병원 복지팀에서 수술비가 2000만 원이라는 말을 들었다.
정부가 지원 비율을 늘려 환자 본인부담금이 10% 정도로 줄었다는 것이다.
“정, 정말이에요? 2억 원이 아니라 2000만 원요? 우리나라 만세네요.”
엄마의 생명을 연장할 기회를 준 국가가 고마웠다. 수술을 마치고 11월 드디어 퇴원을 했다. 계절이 푸른 5월에서 모든 것이 앙상한 11월이 된 6개월의 시간, 반년 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병원비를 걱정하는 엄마를 안심시켰지만, 그동안 들인 병원비와 앞으로 닥칠 상황까지 녹록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생사의 고비를 넘긴 사람을 앞에 두고 돈 걱정이라니, 속상했다. 게다가 10년 넘게 운영 중이던 식당마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으며 카드 대금 낼 생각에 입술이 말랐다. 그러던 중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좋은 소식이 날아왔다. 재난적의료비 지원으로 생각지도 못한 큰금액을 받게 된 것이다. 본인부담상한제 혜택도 받게 되어 그야말로 바싹 마른 목구멍에 시원한 물 한 사발 들이켜는 느낌이었다. 힘든 여건에 절망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틸 용기와 도움을 주는 나라에 살고 있어 참 다행이다.
“엄마, 우리나라 진짜 좋은 나라야.”

*공모전 당선작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