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트래블

야경에 물든 천년 고도 경주

녹음방초(綠陰芳草), 초록이 짙어진 나무가 우거지고 풀에서는 향기가 난다는 뜻으로, 여름을 가리키는 말이다. 경주의 여름이 딱 그렇다.
신라 천년의 고대 유적지 사이로 짙은 녹음과 함께 여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그래서일까, 경주의 여름 바람은 조금 더 싱그럽다.

강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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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경주문화관광 경주시 관광자원 영상 이미지

경주 제1 야경으로 꼽히는 동궁과 월지 야경
천년의 불심, 남산

한여름에 웬 트레킹인가 싶겠지만, 경주의 여름은 남산에서 시작된다. 이른 새벽부터 뜨거운 한낮, 노을이 붉게 물드는 해 질 무렵까지 경주다운 풍경이 바위마다, 골짜기마다 시시각각 펼쳐진다. 송골송골 땀이 맺혀도 포기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이랄까. 신라 왕궁인 월성 남쪽에 남북으로 약 8km, 동서로 약 4km 뻗은 남산은 옛 신라인이 신성시하던 산이다. 금오봉과 고위봉 두 봉우리를 중심으로 뻗은 수십 개의 골짜기와 능선 구석구석에 신라와 통일신라로 이어지는 천년의 불교미술이 망라되어 있다. 산의 서쪽 면을 서남산, 동쪽 면을 동남산이라 부른다. 서남산은 거친 바위가 많아 경사가 가파르지만 탁 트인 위치에 마애불과 탑·절터가 많고, 동남산은 소나무가 우거진 깊은 골짜기 곳곳에 절터와 탑·불상이 숨어 있다. 등반 코스가 제각각 달라 찾을 때마다 새로움을 느낄 수 있어 매력적이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촬영한 남산 삼릉숲의 신비로운 새벽 풍경
경주 남산 늠비봉 5층 석탑
감포에서 시작하는 푸른 바다

경주에 바다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러 있다. 신라의 천년 유적지 한편에는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지난해 개항 100주년을 맞은 경주 최대 항구 감포로 가보자. 고깃배가 쉴 새 없이 드나들고, 활어 위판장에서는 매일매일 신선한 생선이 경매로 오간다. 감포에 가면 절로 활력이 충전되는 느낌이다. 유서 깊은 항구답게 볼거리도 많고, 항구 주변에는 감포의 명물 참가자미회를 파는 횟집이 즐비하다. 특히 감포항 북쪽 언덕 끝, 감은사지 3층 석탑을 본떠 만든 송대말 등대 앞바다는 바다색이 예쁘기로 유명하다. 구조물이 자연스럽게 파도를 막아 스노클링하기 좋은 스폿으로 손꼽힌다. 이 밖에도 문무대왕릉이나 양남 주상절리, 전촌항 인근 인생샷 명소 전촌 용굴(사룡굴, 단용굴)도 경주의 핫 플레이스다.

경주 주상절리군 전경, 물멍 하기 좋은 곳이다.
낮보다 아름다운 경주의 밤

여름 경주의 백미는 야경 투어다. 특히 시내권의 야경 명소와 카페,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는 도보 여행 코스를 추천한다. 황리단길 루프톱 카페에서 시작해 대릉원, 첨성대, 계림, 월정교, 동궁과 월지, 중앙시장 야시장으로 마무리되는 이 코스는 경주역사유적지구 반경 2km 내에 여행지가 모여 있어 스케줄에 맞게 동선을 짜기 좋다. 그중 자타 공인 경주 제1의 야경 명소 동궁과 월지는 꼭 방문하자. 조선 시대 안압지라 부르던 곳으로 신라 조경 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대릉원 포토 존’으로 불리는 목련나무와 위풍당당 빛나는 첨성대, 천년 숲 계림의 신비로움 그리고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품은 월정교까지 저마다 독특한 야경을 뽐낸다. 늦은 오후에 시작해야 모든 코스를 알차게 즐길 수 있으니 미리 체크해두자.

전국 10대 연꽃 명소 중 하나인 동궁과 월지 연꽃 단지 전경. 이맘때면 연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품은 월정교, 시내 야경 코스 중 하나다.
아이들과 교과서 들고 찾아가는
경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여행지

불국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다. 불국토의 이상을 재현하고자 한 신라인의 기교와 건축 미학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국보 제20호 다보탑과 국보 제21호 석가탑이 대웅전 앞을 지키고 있다.
주소 경주시 진현동 산15

석굴암
불국사와 함께 지난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우리나라 최초로 등재되었다. 웅장한 규모지만 한없이 자애롭고 온화한 표정의 본존불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주소 경주시 불국로 873-243

경주역사유적지구
지난 2000년 ‘경주역사유적지구’라는 이름으로 경주 시가지, 남산을 아우르는 영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시내권 유적인 월성지구, 황룡사지구, 대릉원지구와 보문관광단지 인근의 산성(명활산성)지구, 시가지 남쪽의 남산지구 등 5개 지구로 이루어져 있다. 이 5개 지구는 첨성대, 동궁과 월지, 대릉원 등 신라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수많은 문화유적을 품고 있다.

양동마을
안동의 하회마을과 함께 손꼽히는 한국의 역사마을로 지난 2010년 8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의 자손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으로, 조선 시대 반가의 전통 가옥 구조를 보여주는 고가가 많다.
주소 경주시 강동면 양동마을길 134

옥산서원
2019년 7월, 전국 9곳의 서원이 ‘한국의 서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옥산서원도 그중 한 곳이다. 구한말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훼철되지 않은 47곳의 서원 중 하나다.
주소 경주시 안강읍 옥산서원길 2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