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상식 노트

소아 만성 복통 자꾸 배 아프다는 우리 아이, 어떡하죠?

아이가 시도 때도 없이 배가 아프다고 한다. 엄마가 보기엔 심하게 아파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자꾸 아프다고 하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즉각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급성 복통과 달리 특별한 원인도 없다는 아이들의 만성 복통,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강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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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 및 감수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아만성복통클리닉 유지형 소아청소년과 교수

흔한 질병, 꾀병으로 넘길 일 아냐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에게 ‘배가 아프다’는 말을 자주 들을 것이다. 과식으로 배가 부르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어 하는 일상적인 표현일 때도 있고, 설사나 장염 등 탈이 났을 수도 있다. 그만큼 배가 아프다는 말을 일상적으로 듣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또 배가 아프다고 해도 심하게 아파 보이지 않고, 통증이 없는 평상시에는 잘 지내므로 꾀병으로 치부하기도 쉽다. 그러나 2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배아 아프다고 호소한다면 소아 만성 복통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열 명 중 한 명이 겪을 정도로 흔한 질병이기 때문이다.

2개월 이상 복통 지속되면 검사 필요해

소아 만성 복통이란 4~16세 소아·청소년에게 2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나타나 정상적인 활동에 지장을 주는 복통으로 기질성 복통과 기능성 복통으로 나뉜다. 약물이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기질성 복통은 10% 내외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기능성 복통이다. 소위 ‘기능적 위장관 장애’인 경우가 많고, 스트레스 등에 따른 정서적 원인과도 관계가 깊다. 하지만 소화궤양, 헬리코박터 위염, 식도염, 충수돌기염, 크론병 등 위장관질환이나 요로감염증, 신장질환 등이 원인인 경우도 있어 약물이나 외과적 치료가 필요한 기질성 복통인지 전문의에게 검진받는 것이 중요하다. 오른쪽 윗배가 아프다면 간이나 담낭, 오른쪽 아랫배가 아프다면 맹장 즉 충수돌기염, 또 반복적 복통이 나타나고 토하면서 노란 물이 올라온다면 어딘가 막혀 있는 위급 상황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배가 아파 잠 깬다면 바로 병원으로

배가 아프다는 아이의 말만 듣고 부모가 기질성 복통인지 기능성 복통인지 판단할 순 없다. 그러나 ● 복통으로 잠에서 깰 때 ● 오른쪽 상복부 또는 오른쪽 하복부의 지속적인 통증 ● 등이나 옆구리 쪽으로 전달되는 통증 ● 복통이 있으면서 담즙이 섞인 구토를 하거나 음식을 잘 먹지 못할 때 ● 만성적인 심한 설사나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올 때 ● 만성복통을 보이면서 성장 부진과 체중 감소가 동반될 때 ● 염증성 장질환(크론병, 궤양성 대장염)의 가족력이 있을 때는 즉시 내원해야 한다. 앞서 말한 일곱 가지 경고 증상과 징후가 없고, 신체검사상 정상 소견을 보이며 혈변 등의 증상이 없으면 만성복통으로 진단한다. 아이가 통증을 호소할 때 만성복통이 의심된다면, 부모는 불안해하거나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긍정적인 자세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정서적 원인을 살펴보면서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만성복통 진단을 받은 아이를 위한 FODMAP 식단표
* 자주 배가 아픈 아이들은 FODMAP을 많이 함유한 음식을 피해야 한다.
표. 만성복통 진단을 받은 아이를 위한 FODMAP 식단표 - 종류, FODMAP 고함량 음식 X, FODMAP 저함량 음식 O
종류 FODMAP 고함량 음식 X FODMAP 저함량 음식 O
채소류 생마늘, 생양파, 양배추,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 죽순, 당근, 감자, 고구마, 토마토, 호박, 완두콩, 청경채, 셀러리, 생강, 상추, 피망, 근대, 시금치, 순무
과일류 사과, 배, 복숭아, 농축 과일 주스, 과일 통조림, 액상 과당(사이다·콜라) 바나나, 포도, 블루베리, 키위, 라즈베리, 레몬, 오렌지, 딸기, 귤
유제품류 우유, 치즈, 아이스크림 유당 제거 우유
곡류 잡곡, 보리, 호밀, 대부분의 콩류 글루텐 프리 제품, 쌀, 오트밀, 귀리, 기장, 차전자피, 퀴노아, 타피오카
양념 및 조미료 커피, 차류, 탄산음료, 각종 ‘ol’로 끝나는 인공감미료(자일리톨·소르비톨) 올리브 오일, 소금, 설탕, 대체감미료(메이플 시럽·당밀),
허브(로즈메리·오레가노·파슬리·타임·바질)
* 포드맵(FODMAP)이란 장에 잘 흡수되지 않는 발효당(Fermentable), 올리고당(Oligosaccharides), 이당류(Disaccharides), 단당류(Monosaccharides), 당알코올(And Polyols)의 약자를 딴 용어로 과민성대장증후군을 가진 아이들은 이를 피해야 한다.
“배가 아프다는 표현 잘 못하는 4세 이전 아이들, 즉시 병원 가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아만성복통클리닉 유지형 소아청소년과 교수
소아 만성 복통의 90%를 차지하는 기능성 복통의 경우, 특별한 원인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소아 만성 복통은 크게 기질적 복통과 기능성 복통으로 나뉘는데, 기질적 복통은 원인이 분명해 수술이나 투약으로 해결할 수 있다. 기능성 복통은 뭔가 몸에 좋지 않은 물질이 들어와 자극하거나 음식을 잘 못 먹어 장을 자극해 통증을 느끼는 일종의 면역반응이다. 그걸 해결해달라는 신호인 셈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괜찮다고 느끼는 정상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해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것을 통증 역치가 낮다고 하는데, 조그만 자극에도 그것을 나쁜 신호라고 잘못 인식하는 거다.

복통은 사실 심리적 요인도 많이 작용하는 증상이다. 그래서 꾀병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진찰해보면, 기능성 복통인지 기질적 복통인지 대략 판단할 수 있다. 배는 아프다고 하지만 아이가 잘 먹고, 잘 싸고, 잘 논다면 심리적인 경우다. 하지만 전문의의 진단 과정 없이 심리적인 것으로 단정하면 안 된다. 몸에 이상이 없는지 체크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다음에 심리적인 것을 찾아본다.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아프다고 하는지 살피는 거다. 뇌와 장은 신경으로 연결돼 있어 스트레스 상황에서 장운동이 불규칙해져 통증을 더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태일 때 소아만성복통클리닉을 방문하면 좋을까?

만 4세에서 16세 사이의 소아·청소년에게 2개월 이상 복통이 지속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다. 배가 아파서 학교를 빠진다든지, 학교에 가도 보건실에 가야 하는 경우가 잦으면 문제가 된다. 하지만 매일 배가 아프다고 하면서도 잘 먹고, 잘 놀고, 변을 잘 본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이들의 복통은 크게 걱정해서도 안 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도 안 될 것 같다.

복통으로 잠이 깰 정도거나 기질적 복통, 즉 충수돌기염이 의심되는 오른쪽 하복부 통증이나 간이나 담낭 질환이 의심되는 오른쪽 상복부 질환 등 즉시 병원에 가야 하는 몇 가지 경고 증상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4세 이전의 아이들이 배가 아프다고 하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배가 아파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어디가 아픈지 정확하게 짚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아 만성 복통과 관련해 부모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렇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잘 먹고, 잘 놀면서도 배가 아프다고 하면 무엇이 아이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는지 잘 살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