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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식계의 대가 이연복 셰프“진심을 담은 요리로 건강과 행복을 전하고 싶어요”

역경을 딛고 일어선 성공 스토리는 남다른 감동을 준다. ‘중식계의 끝판왕’이란 수식어가 붙는 이연복 셰프가 그렇다.
그는 냄새를 맡지 못하는 치명적 결함을 지녔음에도 중식의 일인자로 우뚝 섰다. “후각을 잃었기에 오히려 절실하게 연구하고 고민했다”고 고백하는 이연복 셰프를 만났다.

강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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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하얀

이연복 셰프가 운영하는 주방에서 그는 ‘사부’로 불린다. 중식당에서는 셰프라는 말보다 ‘사부’라는 호칭이 더 친근한데, 이연복 셰프는 그 말의 무게를 매일 되새긴다.

“사부는 선생님이라는 뜻도 있잖아요. 요리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드는 과정을 누군가 보고 배운다고 생각하면 더 정성을 들이게 되죠.”

이연복 셰프는 스물두 살에 주한 대만대사관 최연소 주방장으로 발탁될 정도로 일찍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다. 유명인의 냉장고 식재료를 이용해 요리 대결을 펼치는 TV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도 세프들의 기피 대상 1호로 꼽힐 정도였다. 40여 년의 요리 내공으로 모든 상대를 제압하기 때문이다. 그가 요리하는 날은 “중식도에 봉인된 요리 신(神)이 날뛴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스킬과 빠른 손놀림을 구경할 수 있다. 마늘을 단숨에 내리쳐 으깨고 자로 잰 듯 완벽한 채썰기를 보고 있으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그는 스타 셰프로 유명해진 뒤에도 여전히 주방에서 웍을 돌리며 요리를 한다. ‘웃으며 들어온 손님이 웃으면서 나가는 가게’를 만드는 것이 그의 소명이기 때문이다.

‘이연복이 만들면 다르다’는 불변의 공식

이연복 셰프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라는 감사 인사를 들을 때 요리사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중식 대가에게 맛의 비결을 물으니 “비법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레시피가 비법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두 가지 팁은 있겠지만, 결정적이진 않거든요. 요리는 재료가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신선한 재료가 중요해요. 신선한 재료를 구하려면 셰프가 그만큼 부지런을 떨어야 하고요. 누구나 비법은 알고 있지만, 너무 게을러 실천하지 못하는 것뿐이죠.”

코로나19 사태 이후 맛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졌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맛집은 원래 지저분한 법’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은 건강과 위생을 중요시하는 만큼 깨끗한 식당이 맛집의 기본이죠.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어도 이런 인식은 계속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연복이 만들면 다르다’는 불변의 공식은 이처럼 흔들리지 않는 기본에서 나온다. 신선한 재료와 부지런한 셰프의 조합에 위생까지 더해지니 ‘이연복 불패’의 신화가 현재진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불과 기름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이연복 셰프는 자타 공인 ‘주방의 신’이다.
후각을 잃고 진짜 셰프로 다시 태어나다

이연복 셰프는 오후 3시에 첫 끼니를 먹는다. 배가 부르면 간 볼 때 혀가 무뎌지기 때문에 늘 공복 상태에서 음식을 만든다. 예민한 미각을 유지하기 위해 담배도 끊고 과음도 하지 않는다.

“가정에서 요리할 때도 배고프면 더 맛있게, 더 빨리 만들잖아요.(웃음) 같은 원리예요. 공복 상태에서는 입맛이 예민해지기에 더 정확하게 간을 볼 수 있죠.”

이연복 셰프는 스물여섯 살 때 축농증(부비동염) 수술을 받은 이후 냄새를 맡지 못한다. 주한 대만대사관 주방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업무차 본국으로 들어가던 대사가 “대만에서 수술을 받아보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해 수술을 받았는데, 그때 부작용으로 후각을 잃은 것이다. 그 후 사과와 양파 맛도 구분하지 못하면서 요리사로서 절망적 상황에 맞닥뜨렸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열세 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자장면 배달부터 시작한 인생이라 주방을 떠난 삶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배운 게 이것밖에 없어 다른 선택지가 없었어요. 돌이켜보니 후각을 잃은 뒤 더 절실하게 연구하고 고민하면서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메리카노 대신 캔 커피를 즐기는 것도 후각 때문이다.

“아메리카노는 향으로 마시는 건데, 저 같은 사람한테는 그냥 한약이에요.(웃음) 그리고 음식을 만들다 냄새 때문에 질린다고 하는데, 저는 냄새를 못 맡으니 그런 건 없어서 좋아요. 하하.”
위기 속에서도 ‘긍정’을 찾는 대가의 여유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중식계의 대가, 셰프테이너가 되다

이연복 셰프는 여러 방송 매체를 통해 얼굴을 알린 ‘셰프테이너’다. 그가 방송을 하는 이유도 요리 때문이다.

“처음에는 중식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중화요리가 생각보다 간단하고 조미료 없이도 충분히 맛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죠. 중식 요리사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중식 요리사의 길에 들어서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고요.”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만드는 것도 방송의 매력 중 하나다.

“15분 만에 요리를 완성해야 하는 <냉장고를 부탁해>는 요리사에게 신선한 도전이었어요. 유명인의 냉장고 속 재료로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는 것이 재미있었고, 푸드 트럭을 타고 현지인 입맛을 저격하는 <현지에서 먹힐까> 역시 초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죠.”

이연복 셰프는 “요리에는 정점이 없다”고 단언한다. 배워도 끝이 없는 것이 요리고, 내공 깊은 고수는 어디든 존재하기 때문에 4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수련하는 마음으로 주방에 들어선다.

모두가 활짝 웃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꿈꾸다

외식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영업시간 제한에 5인 이상 집합 금지 정책으로 소상공인의 타격이 컸다. 하지만 올해는 전 국민적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탈출을 조심스럽게 꿈꿔본다.

“저도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했는데, 접종을 하고 나니 이제 조금 안심이 됩니다.”

이연복 셰프는 코로나19의 어려움에도 K-방역의 위대함을 보여준 의료진과 국민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했다. 길고 어두운 동굴을 지나 새로운 빛을 찾은 것은 모두 함께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대한민국은 위기에 강한 나라입니다. 위대한 사람들이 있기에 코로나19라는 어려움도 극복하리라 믿습니다.” 이연복 셰프의 바람처럼 반가운 얼굴을 마주할 내일을 기원해본다. 마스크를 벗고 모두가 활짝 웃는 그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