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트래블
천천히 익어가는 짙은 풍경 순창
자주 가고 싶은 곳이고,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다. 온화한 자연은 찾아오는 이들을 언제나 따뜻하게 품는다.
늘과 땅, 물과 바람, 툇마루 끝까지 깊숙이 들어온 환한 볕이 익히는 것이 비단 장만은 아닐 것이다. 모든 것이 천천히 익어가는 순창을 만나보자.
6월의 순창 하면 단연 향가 유원지다. 향가 유원지는 순창군 풍산면 대가리 향가마을에 있는 자연 발생 유원지로 섬진강의 중간 지점, 강물이 산자락을 휘감아 도는 곳에 있다. 현지인들은 향가리를 행가리라고 부른다. 섬진강의 강물을 향기로운 물이라 하고 근처 옥출산을 아름다운 산이라는 의미의 가산(佳山)이라 하여 향가(香佳)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맑은 강물이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을 따라 나지막한 산이 이어지고 강변에는 약 2km에 걸쳐 넓은 백사장이 펼쳐지며, 기암과 노송을 비롯한 갖가지 수목이 어우러져 있다. 강폭은 약 100m다. 향가 유원지는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특히 가을철에는 씨알이 굵은 돌붕어가 많이 잡힌다고. 이곳에는 캠핑장을 비롯해 각종 위락 시설이 들어서 있어 주말의 여가를 즐기기에 적당하다.
사진은 강천산 병풍폭포 모습
순창에서 강천사로 가는 순창군 팔덕면 구룡리 지방도 792호선 도로 3.1km 구간의 메타세쿼이아길. 여름 드라이브의 진수를 선사하는 곳이다. 길옆에 일렬로 도열한 메타세쿼이아 아름드리나무가 진초록 잎으로 하늘을 뒤덮고 있어 따가운 여름 햇볕이 작열해도 이 길로 들어서면 서늘해질 정도다. 차에서 잠깐 내려 걸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울창한 메타세쿼이아길을 지나다 보면 여름 여행의 묘미를 만끽하게 된다. 메타세쿼이아길 명소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기이한 바위들이 가득한 장군목에도 꼭 들러보자. 길이 212km가 넘는 섬진강에서도 경치가 가장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용궐산과 무량산 사이의 산세가 장군 대좌형 명당이어서 장군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수만 년 동안 물결이 다듬어 만든 독특한 모습에 신비한 기운이 서려 있고, 계절별로 독특한 모습을 연출해 장관을 이룬다.
사진을 찍기 좋은 명소다.
누가 뭐래도 순창의 마무리는 역시 고추장이다. 순창 고추장은 태조 이성계가 무학대사를 만나러 순창군 만일사를 찾아가던 중 어느 농가에 들러 고추장을 곁들인 맛있는 점심을 먹고 환궁한 후 그 맛을 잊지 못해 진상하도록 명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유명하다. 임금에게 진상하던 순창 고추장은 순창의 맑은 물과 발효에 알맞은 기후, 전통 방법을 전수해온 장인의 손맛 등이 어우러져 순창만의 맛과 색, 향기를 가진다.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에 가면 순창 고추장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순창 고추장의 명성과 전통 제조 비법을 이어가기 위해 1997년에 생겨난 곳으로 장류연구소, 장류박물관, 장류체험관, 발효 소스 토굴 등이 모두 이곳에 자리 잡고 있어 고추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직접 담가볼 수 있다. 가문의 비법대로 고추장을 담그는 명인들의 한옥 마당에 가득한 장항아리가 장관이다.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면서 맛을 보고, 마음에 드는 집에서 고추장을 직접 구입할 수 있다.
상을 가득 채우는 순창 한정식의 중심에는 항상 순창 고추장에 버무린 돼지불고기가 있다. 특히 돼지고기를 숯불에 석쇠로 굽는 게 특징인데, 고추장의 감칠맛에 불 맛까지 더해져 입맛을 당긴다.
비빔밥 하면 대부분 전주를 떠올리지만, 순창 고추장으로 비빈 순창 비빔밥도 별미다. 돌솥비빔밥, 열무비빔밥에 비빔국수까지 이름난 집도 여러 곳이다. 순창의 제철 채소와 나물에 순창 고추장을 한 숟가락 넣고 쓱쓱 비빈 밥 한 술에 풋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왜 순창, 순창 하는지 알 수 있다.
순창 전통 장아찌는 더덕, 무, 도라지, 오이, 마늘, 깻잎 등 다양한 재료를 소금에 절인 후 재래식 간장과 된장에 넣었다 꺼낸 다음, 수차례 고추장을 바꿔가면서 12~36개월 동안 숙성시킨다. 우리 선조들이 즐기던 그 맛 그대로 재현한 것으로 풍미가 남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