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김

낯설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중2병

중학교 2학년 전후 사춘기 청소년이 흔히 겪는 혼란이나 불만 같은 심리적 상태를 속칭 ‘중2병’이라고 한다. 부모 입장에선 자녀와
갑자기 말이 통하지 않거나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명심하자.

강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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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자연스러운 정상 발달 단계

얼마나 심각하기에 “북한이 우리나라에 쳐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는 중2가 무서워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다 있을까. ‘중2병’이란 중학교 2학년 전후 사춘기 청소년이 흔히 겪는 혼란이나 불만과 같은 심리적 상태를 일컫는 말로 의학적 용어나 질환은 아니다. 1999년 일본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나는 아직 중2병에 걸려 있다”고 말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 아이들은 “몰라”, “알아서 할게”, “됐어” 같은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하며 신경질적이고 반항적인 면모로 부모를 당황시킨다. 그러나 이는 모든 아이가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정상적인 발달 특성이다. 요즘 청소년의 신체 발달은 예전보다 훨씬 일찍 이루어지는 반면 심리적 발달은 늦다. 중2병은 뇌 발달 속도가 미처 신체 발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문제다. 특히 충동 억제와 실행 기능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두엽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계획을 세우거나 충동을 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문제 행동을 보인다.

아이 대하는 부모 자세 중요해

중2병 시기를 건강하게 보내려면 부모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는 몸부림이 시작되는 시기인 만큼 부모도 자녀를 분리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무시나 부정, 비난이나 방임이 아닌 공감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청소년 자녀와 대화를 할 때는 어떤 말이든 가급적 짧게 끝내고, 아이의 관심사를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핵심은 아이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다. 경청은 이 시기 갈등을 해소하고 자녀와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다만 청소년기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사춘기의 반항이나 중2병으로 인한 일시적인 행동으로 치부하고 방치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 문제나 학교 부적응, 우울 증상 등의 원인이 ADHD 충동성과 주의력 결핍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