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사례 공모전

사례 관리로 수급자·보호자 삶의 질을
개선해드립니다

한국형 사례 관리는 어르신의 신체 및 인지 기능 상태에 맞는 장기요양급여를 안내하고, 주거를 포함한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지역사회 단체 및 기관과 사례 회의를 진행하는 업무를 말합니다. 2020년 이용지원 강화사업 ‘사례 관리 우수 사례 공모전’ 심사 결과 총 49건의 응모작 중
최우수상 1명, 우수상 2명, 장려상 3명, 노력상에 6명을 선정했습니다. 최우수상에는 50만 원 상당, 우수상에는 30만 원 상당,
장려상과 노력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20만 원과 10만 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을 수여했습니다.

삶은 ‘혼자’가 아닌 ‘함께’
최우수상
노주영(부산북부지사)

월말이 다가오자 상담이 마무리되지 않은 명단을 조회하면서 조급한 생각이 들었다. 3월 초부터 미이용 상담을 위해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가족이나 지인의 연락처를 확보하려고 급여 계약 이력이 있던 기관에도 문의를 했으나 다른 연락처는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3월 26일 ‘상담 불가’ 처리를 했으나 개운하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딱 한 번만 더 해보자’라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고, 마침내 연결이 됐다. 전화를 받지 못한 이유가 청력이 좋지 않아 벨소리를 잘 듣지 못해서라고 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몸이 아파서 식사도 챙겨 먹지 못한다는 말에 추후 방문을 약속하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어르신을 만나기 위해 집으로 찾아갔다.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어 옆집에 사는 사람에게 물으니 외출한 것 같다고 했다. 하염없이 기다릴 수 없어 입구에 연락처와 메모를 남기고 사무실로 돌아와 연락을 기다렸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수차례 방문한 끝에 마침내 어르신을 만났다.
좁은 공간에 물건이 어지럽게 쌓여 있어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다리를 뻗을 공간도 없어 어르신은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최근에는 속이 좋지 않아 자주 구토를 한다고 했다. 먹다 남은 상한 음식이 비닐에 쌓인 걸 보니 짐작이 갔다.
인근 복지관 몇 곳에 연락해 밑반찬과 도시락 배달 등 지원 여부 및 지역사회 자원 연계 논의를 위해 사례 회의 날짜와 장소를 정했다. 그러나 현재의 환경에서는 방문 요양 서비스가 어려워 폐기물 정리가 우선이었다. 관할 행정복지센터에 문의해 수급자의 상황을 공유하고 사례 회의를 실시했다.
어지럽던 공간이 쓰레기와 물건을 정리하니 한결 쾌적해졌다. 이후 수시 상담을 통해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세탁기가 없어 매번 손세탁 또는 빨래방을 이용하는 데 비용 부담이 있다는 걸 파악하고, 2차 사례 회의를 거쳐 행정복지센터 예산으로 중고 세탁기를 지원했다. 도시락 배달 서비스 및 방문 요양을 통한 규칙적인 식사 도움으로 균형 잡힌 영양 관리가 가능해졌고, ‘삶은 혼자가 아닌 함께’를 체감할 수 있었다.
공단이 재가 수급자 중심의 케어 조정자 역할을 강화하고, 수급자 개별 욕구에 따른 적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케어 매니지먼트 운영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용 지원 강화 및 사례 회의 활성화가 꼭 필요하다. 이를 통해 어르신들이 그동안 살아온 집과 지역사회 안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진정한 재가 생활 지원(aging in place)이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행복 오케스트라
우수상
이정영(전주남부지사)

박○○ 님의 삶은 40대 때 청천벽력 같은 사고를 당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즐거운 마음으로 간 산행에서 추락 사고가 났고, 경추 손상으로 하반신 마비, 어깨 기능 상실 등 중증 척수장애를 입은 것이다. 사고 이후 20여 년간 누워서 지낸 박○○ 님의 삶은 물론 지극정성으로 간병하던 남편과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부터 이제 성인이 된 자녀까지 단란했던 가정은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이용 지원 상담을 위해 처음 방문한 날 박○○ 님은 우울한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20여 년을 누워 지내 엉덩이뼈가 드러날 정도로 둔부 욕창이 심해 여섯 차례의 수술을 하면서 도뇨관을 삽입한 상태였다. 배우자는 오랜 간병과 경제적 부담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요양병원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힘든 마음도 토로했다. 사례 회의를 통한 자원 연계로 지금 겪는 어려움을 덜어드리고, 남은 여생을 부부가 함께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공단의 취지를 진심을 담아 설명한 끝에 사례 회의에 동참하겠다는 승낙을 받았다.
사례 관리 1차 회의에서는 공단 내부 자원 연계를 통해 도움을 드리고자 했다. 기능 상태에 맞는 등급 변경을 통해 경제적 부담을 덜어드렸고, 10년 전 구입한 낡은 이동식 전동 리프트 교체에 필요한 해당 부서 전화번호와 리플릿을 안내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복지용구 중 자세 변환용구, 욕창 예방 매트리스 사용에 관한 정보도 안내했다. 더불어 오랜 간병으로 지친 보호자의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공단 가족 상담 지원 서비스 담당자와 연계해드렸다. 이 밖에도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와 연계해 운동치료사의 방문을 통한 적절한 운동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전주시노인복지병원 치매건강관리사업과 연계해 치매 건강관리와 기저귀‧물티슈 지원, 방문 간호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추가로 진행한 2차 사례 관리 회의에서는 지속적으로 지원받도록 지역사회와 교류하는 등 정보 교환 및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도움을 드렸다. 현직 종합병원 물리치료사의 일대일 방문 헬스케어 프로그램, 정보 메신저 담당자가 제공하는 척수 환자에게 꼭 필요한 맞춤형 정보 제공 등이다. 배우자도 고령이었기에 응급 상황 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콜택시제도를 안내해드렸다.
사례 관리를 통해 ‘동병상련’의 힘이 크다는 것을 절감했다. 우울감이 클 수밖에 없던 수급자는 같은 장애를 앓는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 직원과 장애를 입게 된 사고 경위, 극복하는 과정, 애로 사항 등을 나누며 웃음을 되찾았다. 몸과 마음이 지쳐 있던 남편도 두 차례의 사례 관리 회의를 거치면서 표정과 태도가 변해갔다. 척수장애인만의 고통을 나누고 공감하는 경험은 오래된 상처로 닫혀 있던 두 사람이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드는 귀한 열쇠가 되었다.
이 사례를 경험하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누구나 겪는 노년기에 단 한 명이라도 고립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와 연결하는 일이며, 보다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고귀한 일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