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핫 스타

원년 멤버로 30주년 콘서트
여는 여행스케치
“여행스케치의 따뜻한 노래로
코로나 블루 이겨내요”

여행스케치의 노래는 시간을 뛰어넘는 타임머신 같다. 전주가 시작되면서부터 잊고 지낸 젊은 시절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순수한 그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머리 희끗희끗한 중년도 청춘으로 되돌리는 마법, 여행스케치 콘서트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강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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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충열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춘 요즘, 백신만큼 절실한 것이 위로일지 모른다. 삶이 무료하고 각박할 때 여행스케치의 노래는 그야말로 한줄기 위안이다.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원하는 대로만 살 수는 없지만/ 알 수 없는 내일이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야 두렵기는 해도/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노랫말을 흥얼거리다 보면 공감과 함께 묘하게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 상황이 같을 수는 없지만, 누구나 부대끼며 살고 조금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을 살아낸다. 여행스케치의 노래는 그렇게 위로를 건넨다.

완전체로 전하는 여행스케치의 하모니

꽃이 피면 지는 것이 순리인데, 여행스케치는 꽃봉오리 그대로 청춘의 시간에 머물러 있다. 청춘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노래한 세월이 어느덧 30년이다. 사랑하며 먹고사는 일상의 소중함을 여행스케치 특유의 감성과 위트로 풀어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별이 진다네’처럼 순수한 감성을 간직한 사람이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나 부대끼며 살다가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라고 깨달음을 얻게 되는 인생. 이런 사람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여행스케치는 단순한 그룹을 넘어 젊은 날의 상징이 되었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공연이 중단된 상황에서 공연의 대표주자인 여행스케치가 콘서트 소식을 전해왔다. 데뷔 30주년 콘서트(12월 18일, 울산 현대예술관)로 원년 멤버까지 모두 뭉쳐 남다른 의미를 더한다. 지난 6월부터 예정된 콘서트였지만, 코로나19로 한 차례 연기되면서 연말에 가까스로 진행하게 되었다. 콘서트에서는 배우 엄앵란과 함께 했던 <집밥> 발표 이후 5년 만에 ‘손끝무지개’라는 신곡 발표도 예정돼 팬들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한다.

“시간을 거슬러 모두 한마음으로 같은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죠. ‘여행스케치는 가수이기 이전에 가족’이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보컬 남준봉)

11명이라는 사상 최대 인원으로 출발한 여행스케치는 5~6명의 혼성 그룹으로 활동하다가 2003년부터 리더인 루카(조병석)와 보컬 남준봉의 2인 체제로 활동 중이다. 과거 혼성 그룹에 대한 아쉬움이 있던 팬이라면 이번 콘서트에서 갈증을 풀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건강보험의 위력을 체감할 수 있었죠.
매일 먹는 집밥처럼 우리의 일상을 지켜주는 건강보험에 감사합니다.

‘테스형의’ know yourself는 인간관계를 푸는 열쇠

여행스케치는 11명에서 2명의 멤버로 자리 잡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왔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들고 나면서 인간관계에 남다른 깨달음도 얻었다.

“나훈아 선배님 덕분에 친숙해진 소크라테스 형. 그 테스 형이 말한 ‘know yourself(네 자신을 알라)’를 떠올려요. 내가 나를 안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거든요. 나를 안다는 것은 나를 둘러싼 환경도 같이 인지한다는 것이기에 그 중심을 잘 잡고 있으면 때로 엉키더라도 결국 물 흐르듯 스르르 풀리게 되더라고요.” (리더 루카)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한 구분,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내 욕심에 대한 분별. 이런 것을 판단할 수 있게 되면서 사람 사이의 문제도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단다.

“내 꼬라지를 아니까 결과도 빤히 보이고 그런 거죠. 예전에는 난리 날 일도 이제는 그것대로 흘러가다가 말겠지 하고 체념하게 돼요. 그러면서 지내온 시간이 벌써 30년이네요.” (보컬 남준봉)

마지막까지 남은 두 사람이라 성향이 비슷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성격부터 음식 취향까지 판이하게 다르다. 하지만 성격 다른 부부가 해로하듯, 둘은 서로의 차이를 보완하며 여행스케치를 지금까지 이끌어올 수 있었다. 혼성도 매력이 있지만 만담 못지않은 루카와 남준봉의 티키타카(tiqui-taca) 케미는 또 다른 매력이다.

“다름을 인정하면서 아름다운 동행을 하고 있어요. 예전 멤버들과 함께한 시간도 소중하죠. 지나고 보니 그 시절에 있었던 불협화음 또한 청춘이었고 어울림의 미학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리더 루카)

위기의 순간에 절감한 건강보험의 혜택

중년을 지나는 입장에서 건강에 대한 생각은 절실하다. 특히 리더인 루카는 생사를 오가는 교통사고를 두 번이나 겪으며 조병석이라는 본명 대신 예명인 루카를 사용하고 있다.

‘병석에 그만 누워 있자’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사고 후유증으로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려 옛 기억들이 많이 사라졌지만, 그는 “이 정도의 굴곡 없는 인생이 어디 있느냐”며 쿨하게 넘긴다. 2009년 첫 번째 교통사고 이후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지내왔는데, 2017년에 또 한 번 교통사고가 나서 하반신 마비의 위험도 겪었다. 목에 박힌 4개의 철심은 그날의 훈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카는 모든 일에 감사하단다.

“살려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교통사고처럼 큰일을 겪을 때마다 병원에서 체감하는 건강보험 혜택에도 감사하죠.”

그런 루카를 보던 남준봉은 “죽다 살아났는데, 뭐든 고맙겠지”라며 시크하게 반응한다. 큰 사고 없이 무난하게 지낸 남준봉은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나라 건강보험 체계에 감탄했다고 한다.

“파푸아뉴기니에 사는 동창이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호주까지 가서 치료를 받았대요. 입원하고 치료받는 데 4000만 원 가까이 깨졌다고 하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는 검사도 무료고, 치료도 다 해주잖아요. 동창 얘기를 듣고 나니 새삼 ‘대한민국 최고!’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루카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국가건강검진 또한 고마운 제도라고 말한다.

“특히 부모님 세대를 챙겨주는 것에 감사하고 싶어요. 부모님 건강은 자식인 저희가 챙겨야 하는데, 사는 게 바빠서 놓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럴 때 국가에서 나이에 맞춰 꼼꼼하게 챙겨주니까 안심이 되죠.” (리더 루카)

보잘것없는 일상이 모여 역사가 된다

여행스케치라는 이름을 두고 “너희는 평생 스케치만 하고, 본그림은 안 그리냐”라고 비아냥대는 사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루카는 “우리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스케치 위에 잘 채색하고, 본 그림을 더 잘 그릴 수 있도록 평생 기본에 충실할 생각이다”라고 대답해왔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런 철학 때문인지 여행스케치의 노래는 언제 들어도 친근하고 편안하다. 충격과 파격이 미덕인 연예계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여행스케치만의 고유한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특별 요리보다 집밥에 가깝고, 화려한 이벤트보다 평범한 일상 같은 느낌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작고 사소한 것에 대한 고마움은 실제 일상에서도 이어졌다. 가수 이전에 남편이고 아버지인 두 사람은 가족을 위해 일상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저희가 남들 쉬는 주말에 더 바쁘고, 휴가지에서도 사람들을 즐겁게 해줘야 하니까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가 쉽지 않아요. 남편들은 이런 걸 만회하기 위해 뭔가 큰 이벤트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내가 원하는 건 작고 사소한 것이었어요. 서로에 대한 관심, 따뜻한 말 한마디 같은 것이죠. 이런 것들이 일상에서 이루어진다면 큰 이벤트 없이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요.” (보컬 남준봉)

한 설문 조사에서는 아내가 뽑은 남편의 멋진 행동 1위로 ‘음식물 쓰레기 버려주기’가 꼽히기도 했다. 사소하더라도 서로를 보듬고 위해주는 일은 언제나 멋지다. 이런 별것 아닌 일상이 모여 인생을 이루고, 수많은 인생이 모여 역사가 된다. 여행스케치의 역사는 이렇게 쓰여졌다. 그렇기에 그들의 노래하는 청춘은 영원히 지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단단한 일상의 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