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겪는 어지럼증은경증부터 중증까지 원인과 증상이 천차만별이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빈혈이나 귀에 돌이 생긴 ‘이석증’이 아닐 수도 있기에 무엇보다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어지럼증은 성인의 20%가 1년에 한 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대개 어지럼증을 빈혈과 연관 지어 생각하지만, 빈혈은 어지럼증의 원인 중 하나다. 어지럼증은 빙빙 도는 느낌부터 핑 도는 느낌, 머리가 어질어질한 느낌까지 증상이 다양해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심한 어지럼증이라도 심각한 질환이 아닐 수 있고, 가벼운 어지럼증이라도 중추성 신경계 이상처럼 수술이나 집중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어 정확한 감별 진단이 중요하다.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대표적 기관은 귀(말초성), 뇌(중추성), 심장, 눈 등이 있다. 어지럼증은 원인에 따라 크게 중추성 신경계 질환과 말초성 전정기관장애로 구분한다.
말초성 전정질환에는 이석증,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 미로염(내이염), 진주종, 외림프 누공 등이 있다. 급성 회전성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대부분은 말초성 전정질환으로, 그중에서도 이석증이 가장 흔하다. 속귀에 문제가 생긴 경우 어지럼증 외에도 청력 감소, 이명, 귀의 충만감 같은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중추성 전정기능장애로 어지럼증을 동반하는 경우 전정편두통, 소뇌동맥이 막히거나 터지는 뇌졸중, 뇌기저동맥 폐색, 척추동맥 박리 등이 있다. 중추성 원인에 의한 어지럼증은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중추성 어지럼증은 말초성과 달리 두통, 의식 변화, 어눌한 말투, 사지 감각 저하·마비, 힘 빠짐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어지럼증과 함께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한다.
이 밖에도 움직이지 않고 오래 서 있는 자세, 과호흡, 감정적 스트레스에 의한 실신성 어지럼증, 운동 전달·균형을 담당하는 고유 수용체 감각, 소뇌 등에 이상이 생겼을 때 발생하는 평형장애에 의한 어지럼증이 있다. 어지럼증 환자 10명 중 5~6명은 말초성 전정질환, 1명은 중추성 전정질환, 1.5명은 정신과적 문제로 인해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어지럼증 환자 10명 중 1~3명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과거 뇌졸중을 앓았거나 고혈압·당뇨 등 뇌졸중 위험이 높은 만성질환 환자는 반드시 전문의에게 진료받아야 한다. 위험 요인이 없는 젊은 층은 귀와 연관된 질환이거나 생리적 실신성 어지럼증이 원인인 경우가 많으므로 누워서 안정을 취하거나, 수분을 충분히 섭취한 뒤 증상이 호전되기를 기다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증상의 빈도가 잦고 심하면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뇌졸중 등 중추성 어지럼증의 경우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으나 이석증‧전정신경염 등 귀로 인한 어지럼증은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하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귀로 인한 어지럼증 중 갑작스러운 난청을 동반하는 미로염은 돌발성 난청을 회복하기 위해 신속한 고용량 스테로이드제 처방이 필요하다. 어지럼증과 함께 갑작스러운 청력 저하가 발생했는데 수개월 후 어지럼증은 좋아졌지만 난청이 지속되어 내원한 경우, 난청에 대한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된다.
이석증은 특발성, 즉 특별한 원인이 없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두부 외상, 노화 그리고 최근 비타민 D 결핍, 골감소증 및 골다공증이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석증은 특별한 치료 없이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이석증 치료는 머리를 돌리면서 시행하는 두위변환 안진검사를 통해 특정 반고리관의 이석증이 확인되면 떨어진 이석을 제자리로 정복하는 이석정복술을 시행하고, 어지럼증이 심한 경우 어지럼증을 완화하기 위한 약물을 처방한다. 하지만 두위변환 안진검사에서 특이 소견은 없고 증상만 있는 경우, 갑작스러운 자세 변화를 피하고 안정을 취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이석증의 경우 원인 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다만 이석증이 자주 재발한다면 갑작스러운 자세 변화나 머리의 물리적 충격을 피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 될 수 있다. 두위나 자세 변화 시 어지럼증을 느낄 때는 갑작스러운 자세 변화를 피하고 안정을 취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호전되기도 한다. 어지럼증이 반복되면서 이충만감, 이명, 난청을 동반하는 메니에르병의 경우 고염식 또는 스트레스가 유발 요인이므로 이를 피해야 한다.
어지럼증을 느끼면 대부분 이비인후과에 가야 할지 신경과에 가야 할지 고민한다. 두통, 의식 변화, 어눌한 말투, 사지 감각 저하‧마비, 힘 빠짐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면 빨리 신경과에 가야 하고, 다른 증상 없이 빙빙 도는 어지럼증만 있을 경우 이비인후과로 가면 된다. 그런데 빙빙 도는 어지럼증에 난청, 이충만감, 이명 등 청력 증상을 동반하면 난청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신속한 스테로이드제 처방이 필요하므로 가까운 이비인후과에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