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트래블

깊고 깊은 가을에는
순천

그곳이 순천이라면 어느 계절인들 아름답지 않을까마는, 굳이 순서를 정하라면 가을 순천부터가 맞을 듯.
가을의 모든 풍광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넓은 황금빛 갈대 군락부터 단풍 곱게 물든 산사의 화려한 정취까지, 순천은 그렇게 시선 닿는 곳곳이 가을이다.

강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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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순천시 관광과

선암사 입구에서 계곡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무지개 모양 다리 승선교(보물 제400호)와 강선루를 만날 수 있다.
가을의 피날레, 순천만습지 갈대 군락

10월의 어느 날이라도 좋다. 지금 순천만에 가면 황금빛 갈대가 물결을 이룬 가을이 펼쳐진다. 바람 부는 방향에 따라 짙은 황금빛으로, 눈부신 은빛으로 시시각각 색을 바꾸는 갈대밭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순천만습지는 우리나라 최대 갈대 군락지다. 순천의 동천과 이사천의 합류 지점부터 순천만의 갯벌 앞부분까지 5.4km2 규모의 거대한 갈대 군락을 볼 수 있다. 갈대밭 사이로 난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마치 가을의 한가운데에 와 있는 듯하다. 순천만습지를 둘러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갈대 군락 사이 탐방로를 따라 걷거나 용산전망대에 올라 순천만을 감상하는 것이다. 특히 이곳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일몰과 철새가 떼 지어 날아오르는 광경은 2006년 한국관광공사 ‘최우수 경관 감상형지’로 선정될 만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순천만 생태 체험선을 타고 물길을 따라가며 둘러보는 이색적 방법도 있다. 국가정원을 관람한 뒤 순천만습지로 연결된 스카이큐브를 타고 바로 넘어갈 수도 있으니 기억해두자.

보기만 해도 힐링되는 세계 5대 연안 습지인 순천만은 우리나라 최대 갈대 군락지다.
500년 전 조선의 숨결을 간직한 낙안읍성 전경.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됐다.
10월의 순천만 국가정원에서는 코스모스부터 핑크뮬리까지 다양한 가을꽃을 만날 수 있다.
시간 여행자가 되어볼까?

가을 순천의 또 다른 볼거리는 바로 낙안읍성이다. 워낙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가을의 낙안읍성은 조금 다르다. 218채의 초가집과 마을 곳곳의 나무, 흙 대신 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성곽을 에워싼 논과 밭. 온통 노랗고, 빨갛고, 불그스름하다. 낙안읍성은 조선 시대 마을의 원형을 완벽하게 보전한 민속촌이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시간 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사적 제302호로 지정된 이곳은 1626년 낙안군수로 부임한 임경업 장군이 석성을 쌓은 덕분에 지금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었다. 지금도 성 안팎에서 98세대 228명의 주민이 농사를 지으며 아궁이에 불을 때 밥을 지어 먹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도 등재됐다.

트레킹으로 송광사에서 선암사까지

순천 조계산에는 유명한 고찰 두 곳이 있다. 바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선암사와 삼보(三寶) 사찰 중 승보(僧寶) 사찰로 유서 깊은 송광사다. 두 곳 모두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경치가 빼어난 것은 물론, 문화재로서 보존 가치가 높다. 조계산은 등산로가 험하지 않고 평탄한 길이 많아 어린아이와 동행해도 어렵지 않게 산을 넘을 수 있다. 여러 코스가 있는데, 그중 송광사에서 선암사로 이어지는 코스를 추천한다. 7km 정도로 3시간이면 충분히 오를 수 있다. 보조국사 지눌(知訥)을 비롯해 무려 열여섯 분의 국사(國師)를 배출한 송광사에서는 교과서에서나 보던 불교 문화재를, 선암사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지개 모양 다리로 꼽히는 승선교를 중심으로 둘러보자.

교과서에나 나오는 6000여 점의 불교 문화재를 보유한 송광사는 가족 동반 여행객의 필수 코스다.
“순천에 왔으면 맛을 봐야제?”
꼭 먹어봐야 할 순천의 대표 음식 5선
남도 밥상의 정갈함, 순천한상

순천한상은 순천을 대표하는 한정식을 일컫는 말이다. 농수산물이 풍부한 순천의 갖가지 재료로 만든 음식 하나하나가 맛있고 정갈하다.
풍성한 남도의 한 상 차림을 맛보고 싶다면 순천한상에 가보자.

식도락의 진수, 닭구이

빨갛게 달아오른 숯불에 노릇노릇 구워 먹는 닭고기 요리. 기름기가 쏙 빠진 담백한 닭고기에 불맛을 더해 환상적 감칠맛을 낸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 맛을 잊지 못해 순천을 다시 찾는 여행객도 많을 정도다.

놓쳐선 안 될 보양식, 짱뚱어탕

순천만에 펼쳐진 시커먼 갯벌에서 구멍을 파고 서식하는 짱뚱어는 훌륭한 식재료다.
짱뚱어탕은 짱뚱어를 삶은 국물에 갖가지 채소와 양념을 넣어 끓인 매운탕으로, 원기 회복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아 순천에서 먹어봐야 할 음식 중 첫손에 꼽을 정도다.

개운한 국물 맛, 국밥

순천의 돼지국밥은 국물 맛이 담백하고 개운하기로 유명하다. 구경을 다니다 지친 심신에 기분 좋은 온기를 불어넣는다.
돼지 살코기가 푸짐하게 들어 있어 허기를 달래기에도 좋다.

꼬막의 고장, 꼬막 정식

새콤달콤 사르르 녹는 꼬막은 순천에 온 여행객이라면 꼭 먹어야 할 필수 음식이다.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가짓수가 많은 반찬이 눈을 즐겁게 한다. 시각적으로 뛰어난 만큼 맛도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