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트렌드

잠자는 두뇌를 말랑말랑하게 깨워라!하하 호호 웃으며 젊어지는
일석삼조의 보드게임

보드게임이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나이 든 사람들도 충분히 보드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보드게임을 꾸준히 하면 치매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손을 많이 움직여 두뇌를 자극하기 때문.
노년층의 여가 문화로 부상하는 보드게임으로 일상에 새로운 자극을 주는 건 어떨까?

강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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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고령자치매작업치료학회, 한국보드게임산업협회

승경도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4~8명이 참여해 윤목을 던져 나온 알 수에 따라 놀이판에서 말을 옮기는 조선시대 게임이다. 유학부터 영의정과 봉조하까지 조선의 관직이 모두 적혀 있는데, 최고 직책에 이르면 이긴다. 이순신 장군도 즐겼다는 이 게임은 조선시대 보드게임이라 할 수 있다.
보드게임은 게임판, 카드, 주사위, 나무토막 등의 도구를 이용해 규칙에 따라 승패를 가르는 게 기본이다. 오늘날 다양한 보드게임이 있지만, 상대방의 카드를 기억하고 승리를 목표로 고민하고 판단해 전략을 세우는 과정은 유사하다. 게임 하는 과정에서 카드를 바꾸고 주사위를 던지며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신체와 머리를 모두 자극하는 탓에 두뇌는 쉴 틈이 없다.
젊은이들의 놀이 문화로 인식되고 있지만 미국, 유럽 등에서는 노년층에 보드게임을 추천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도 노인복지관, 주민센터, 평생교육원 등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고, 전문 인력인 보드게임 지도사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보드게임은 규칙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이 핵심. 게임 과정에서 손을 많이 사용하며 지속적으로 기억을 되새기기 때문에 전두엽을 자극하고 기억력과 인지능력 향상을 돕는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르신들에게도 안성맞춤 놀이인 셈이다.

기억력·민첩성·문제 해결 능력 쑥쑥, 치매 예방까지

보드게임이 어르신들에게 좋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고령자치매작업치료학회의 ‘보드게임의 인지 치료적 접근에 대한 체계적 고찰’에 따르면 보드게임에 인지기능 개선뿐 아니라 일상생활 활동 증진, 자아실현 향상, 심리적 역량 강화, 사회적 문제 해결력 제고 등의 다양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손의 기능과 보드게임 수행도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타나며, 보드게임이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하고 손을 많이 사용할 수 있는 작업치료 도구라고 분석했다.
해외에서 연구도 활발하다. 영국 에든버러대학 연구팀이 7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기억력, 문제 해결 능력, 사고 속도, 일반적인 사고 능력을 관찰했는데, 보드게임 등을 자주 하는 사람의 기억력과 사고 속도가 하지 않는 사람보다 천천히 떨어졌으며, IQ 감소 폭도 적었다. 이 밖에도 보드게임을 즐기는 어르신들의 치매 발병 위험이 낮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다. 알록달록한 카드와 말을 두고 치열한 머리싸움을 벌이다 보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건 물론, 자신감도 높아진다. 여럿이 모여 게임을 하는 동안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고, 게임을 즐기며 웃고 떠들다 보면 노년기 우울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화투·카드 등에 질렸다면 새로운 기분으로 보드게임을 접해보면 어떨까? 손주들과의 거리감도 좁혀 인기 만점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 수 있다.

초보자를 위한 보드게임 best 4

젠가(난이도 ★☆☆) 반듯하게 쌓인 나무 블록. 한 층에 최소 3개씩 격자로 쌓여 있는 블록을 차례대로 돌아가며 조심스레 하나씩 빼는 간단한 게임이다. 전체가 무너지지 않게 안전한 블록을 빼내는 게 관건. 블록을 빼낼수록 공백이 늘어가는데 전체 블록을 무너뜨리는 사람이 진다. 간단한 벌칙을 정해두고 하면 심장이 쫄깃쫄깃한 긴장감이 배가될 것이다.

쿼리도(난이도 ★★☆) 보드게임 중 중·장년의 진입 장벽이 낮은 편에 속한다. 체스나 바둑과 유사한 개념인데 각자의 게임 말을 먼저 상대편으로 이동시키면 이기는 것이다. 규칙은 아주 간단하지만 단순한 게임에 비해 게임 자체는 쉽지 않다. 두 명이 게임 말과 10개의 장애물을 가지고 자신의 말을 움직이거나 장애물을 놓아 상대 진로를 방해하면 된다. 이동할지, 막을지를 결정하는 치밀한 전략이 요구되는 게임이다.

루미큐브(난이도 ★★☆)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하는 보드게임으로 알려진 루미큐브는 마작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다른 색의 숫자 타일 여러 개를 조합해 자신의 차례에 내려놓으면 된다. 가령 2, 3, 4처럼 순서대로 내려놓거나 다른 색을 가진 5, 5, 5와 같이 조합을 없애는 식이다. 어떤 조합으로 전체 타일을 없앨지를 게임이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조합이 맞을 때마다 내려놓는 쾌감이 쏠쏠하다.

스플렌더(난이도 ★★★) 치열한 속도감이 일품인 스플렌더는 2004년 출시 이후 짧은 기간에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 보석 상인들의 무역을 테마로, 참가자는 점수를 얻기 위해 카드와 타일을 모으고 보석 토큰을 구매한다. 15점을 먼저 획득하거나 마지막에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사람이 승리한다. 동일한 기회에 가장 효율적으로 점수를 쌓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