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먹과 붓으로 일군 또 하나의 인생 서예 동호회 소현제

은은한 먹물 향기로 가득한 서실에서 서예 동호회 ‘소현제’의 주역들을 만났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국전을 비롯한 여러 대회에서 입선하며 당당히 실력을 인정받은 서예인들이다.
글씨에 마음이 담긴다고 믿는 이들을 사로잡은 붓글씨의 매력은 무엇일까.

길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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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다영

(왼쪽부터) 최성수, 김종태, 박윤우 님
작품 욕심 깨운 전시회 경험

주민센터 서예교실에서 시작한 소현제는 꾸준히 전시회를 개최하며 실력 있는 회원들을 배출하고 있다. 이들을 이끄는 스승 김종태(79세) 씨는 국제 전시는 물론 애틀랜타 올림픽 문화사절단으로 참가했을 만큼 국내외에서 큰 활약을 보여준 명장이다. 소현제라는 이름을 지은 이도 김종태 선생으로 최근까지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

“작을 소에 언덕 현 자를 썼어요. 멀고 험한 서예의 길이지만 우리는 취미 동호회니 작은 언덕 위에 올라간다는 생각으로 욕심 없이 시작해보자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지요.”

그저 작은 언덕을 목표 삼아 출발했지만 크고 작은 대회에서 수많은 회원이 입선한 것은 물론 초대 작가도 상당수 탄생했다. 박윤우(83세) 씨 역시 여러 대회에서 차근차근 상을 수상하며 해동서예학회 서예문인화대전에서 대상의 영광까지 안은 실력자다.

“취미로 시작한 지는 10년째인데 소현제를 만난 5년 전부터 많은 발전을 이룬 거 같아요. 소현제 전시회에 참여하며 작품에 대한 욕심이 생겨서 열심히 쓰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네요.”

붓글씨에 마음 담아내

초대 작가이자 현역 약사로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최성수(65세) 씨는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싶어 서예를 시작했다고 한다.

“계속 일을 해오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취미를 가지고 싶었어요. 붓글씨 쓰는 데 나쁜 말 쓰는 사람은 없잖아요. 항상 좋은 글을 가까이하고, 그걸 종이에 써내려가며 자기 수련을 하다 보면 내면이 긍정적인 기운으로 가득 차는 게 느껴져요.”

서예는 붓으로 하는 말이라는 박윤우 씨도 길을 다니다가 좋은 문구가 보이면 사진을 찍어놨다가 꼭 글씨로 써본다. 보고 읽는 데서 끝내지 않고 한 자 한 자 쓰다 보면 그 뜻이 마음에 절절히 와닿는다고 한다. 긍정적이고 좋은 생각이 몸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런 마음을 담아 쓴 글씨를 선물할 때 큰 기쁨을 느낀다는 세 사람은 주변 사람과 좋은 기운을 나눌 수 있는 것도 서예의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내일은 오늘보다 좋은 글씨 쓰고파

올해 예정됐던 소현제 전시회가 무산되고 강의도 취소됐지만 세 사람은 매일같이 붓글씨 쓰기에 여념이 없다. 붓글씨는 손이 아닌 몸 전체로 쓰는 것이라는 김종태 씨는 굵고 가는 선을 자유자재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서예 하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도 총기 넘치고 정신이 또렷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좋은 글씨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박윤우 씨는 한자에 이어 한글 서예에 도전 중이다.

“매일 꾸준히 써야 글씨에 떨림이 없어요. 그동안 쓴 것들을 늘어놓고 보면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눈에 보이니 연습을 게을리할 수 없지요. 한자와 한글은 또 달라서 새롭게 배우는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서예를 진심으로 대하는 세 사람의 마음이 담긴 까닭일까. 그들의 글씨에서는 온기가 느껴진다.

김종태 선생이 건강보험 통합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휘호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