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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직접 경험한 4인 4색,
건강보험 리포트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상황에 직접 맞선 사람들이 있다.
감염자 수가 폭발하던 대구의 선별진료소에서, 확진자를 치료하는 병원에서, 또 세계 외신들에 한국 상황을 전하면서 분투한 이들이다.
그리고 실제로 코로나19에 감염돼 두려움에 떨며 치료를 받은 확진자까지, 현장에서 건강보험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코로나19 확진받고 완치 후,치료제 개발 위해 혈장까지 기부한 온천교회 김창연 씨
“진짜 치료비 1원도 안 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때는 부산 지역에서 감염자가 거의 나오지 않던 초창기였다. 확진이라는 소식을 들었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당시는 생활치료센터도 없을 때라 부산의료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너무 아파서 한두 시간 자다 깨다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매일같이 해열제를 때려 붓다시피 하는 데다 피검사에, 엑스레이에, CT까지 찍고 수액을 맞았다. 25일가량 입원해 있었는데, 퇴원할 때는 치료비를 1원도 내지 않았다. 사실 치료비에 대해서는 입원할 때 건강보험과 정부에서 지원해준다고 설명을 자세히 들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나라에서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가 이런 거구나 싶었다. 심지어 퇴원할 때, 보건소 직원이 집까지 차로 데려다주었다. 두꺼운 방호복에 고글까지 써서 앞이 잘 안 보이는 탓에 내 팔의 혈관을 찾느라 고생하면서도 오히려 나를 격려해주던 의료진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경험한 나라와 의료진의 고마움에 나는 완치 후 치료제 개발을 위해 혈장을 기부했다.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럽에 한국의 성공적인 방역 소식을 전한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
“국내외 모든 외국인이 한국의 건강보험제도에 대해 잘 알게 되었죠.”

나는 10여 년 전 한국에 와서야 내가 당뇨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탈리아 남부에 비해 소득 수준이 높은 북부 지역에서 왔음에도 한국의 병원은 이탈리아와 비교해서 의료 수준이 높고 빠르며, 의료진도 친절했다. 이번 코로나19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때도, 단 한 번도 고국인 이탈리아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거나 겁을 먹은 적이 없다. 또 통계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오히려 유럽에 코로나19 감염이 유행하면서 한국의 성공적인 방역에 대한 소식을 이탈리아 방송에 전하느라 바빴다. 특히 한국에선 어떻게 동선 공개와 문자 알림이 가능한지, 또 그 어떤 록다운(봉쇄)도 없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한국의 건강보험제도와 수준 높은 공공 병원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신천지발 감염이 잦아들다 이태원에서 다시 터졌을 때, 이태원에 사는 많은 나의 외국인 친구들도 검사를 받았는데, 하나같이 한국의 검사 시스템과 건강보험제도에 대해 빠르고 좋다는 말을 많이 했다. 이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이 의무화됐다.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를 경험하면서 장점을 알게 될 것 같다.

수진자 조회 시스템으로 요양병원을 안전하게 지켜낸 구로 미소들병원 윤영복 이사장
“공단의 수진자 조회 시스템으로 요양병원은 안전할 수 있었어요.”

수진자 조회 시스템은 외래 환자 및 입원 환자의 정보를 원무과에서 입력하면 환자의 정보가 바로 뜨도록 만든 것으로,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말 유용했다. 신규 환자가 방문하면 이 환자가 해외여행을 다녀왔는지, 위험 시설이나 인물과 접촉했는지 병원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수진자 조회 시스템을 통해 이 같은 정보가 바로바로 확인되니 병원을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었다. 더욱이 의심 증상이 조금만 있어도 본인부담금 없이 무료로 검사를 해주니 의사나 환자, 간병사들도 부담이 없었다. 특히 간병사 검사가 무료인 게 주효했다. 요양병원은 수시로 많은 간병사들이 오가며 근무한다. 신규 간병사가 병원에 올 경우, 병원에서는 코로나19검사 지시서를 발급해준다. 이 지시서를 가지고 집 근처 보건소에 가면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우리 병원도 얼마 전 이 절차를 거쳐 한 신규 근무 예정 간병사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만약 공단의 수진자 조회 시스템과 간병사 무료 검사제도가 없었다면, 우리 요양병원도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대구 선별진료소로 가장 먼저 지원해, 청와대 ‘숨어 있는 우리들의 영웅 1번’ 선정된 공단 권봉기 과장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의 신뢰, 현장에서 피부로 느꼈습니다.”

많은 사람이 대구 선별진료소 희망 봉사에 지원한 이유를 묻지만, 내 답은 매번 하나다. 공단 직원으로서 당연히 가야 할 곳에 가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나는 3월 2일부터 대구 선별진료소 근무를 시작했는데, 당시는 신천지 교인들의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던 시점이었다. 나중에 내가 일한 선별진료소에서도 확진자가 300여 명이나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조금 위험했을 수도 있었겠구나 싶긴 했다. 하지만 그런 일말의 두려움마저 없애준 것이 바로 국민들의 응원이었다. 선별진료소에서 만난 국민 중에는 두꺼운 방호복을 입은 내가 공단 직원인지도 모를 텐데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최고’라는 말을 감사의 인사로 건네는 분이 정말 많았다. 또 평소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면 건강보험료가 비싸니 어쩌니 하는 말을 하곤 했는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이런 말이 사라졌다. 대신 고맙다, 최고다, 잘 돼 있다 같은 말들을 더 많이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