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국민건강보험의 재발견위기의 순간에 국민을 지키는 힘,
확인하셨나요?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국제보건 위기는 복지제도의 핵심이랄 수 있는 건강보험제도와 그 속에서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공공의료시스템이 각국의 명암을 갈랐다.
400여 조합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통합한 지 20년, 위기의 순간에 강한 저력을 보여주며 다시금 재평가 받고 있다.

강은진

자료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진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경영지원실 기록사진전), 한경D/B, 박충렬

K-건강보험이 입증한 성공적인 K 방역

지난 5월 30일에 방영한 KBS 시사 프로그램 <시사기획 창>(286회)에서 한국리서치를 통해 조사한 ‘코로나19 한국 사회 인식조사’ 결과가 일부 공개되었다.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신뢰도에 대한 조사 내용이었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였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연말만 해도, 우리나라 복지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50%를 채 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감염병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사회복지에 대한 신뢰가 큰 폭으로 상승했을 뿐 아니라, 건강보험에 대한 신뢰도는 90%를 육박했다.
한국리서치 정한울 여론분석 전문위원은 “2000년대 초반 조사 업무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의 긍정적 평가”라며,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건강보험의 시스템이나 시설, 관련 사항이 기민하게 작동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는 건강보험에 대한 신뢰를 재발견하는 과정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국제 보건 위기 속에서 성공적으로 방역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K-방역이라는 차원이 다른 한류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역대 최고”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분석 전문위원)

Q KBS와 공동으로 ‘코로나19 한국 사회 인식조사’를 실시하고, <시사기획 창>에도 출연해 조사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다. 인식조사를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A 시작은 <시사인>과 선거 평가를 하면서 코로나19가 선거에 미친 영향에 초점을 두고 조사했고, 그 이후에 KBS와 <시사인>이 공동으로 기획해서 한국 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에 초점을 두고 조사했다.

Q 어떤 문항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A 이번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이끌었던 공단이나 질병관리본부, 정부와 청와대까지 신뢰도를 측정하는 문항을 넣었는데, 건강보험에 대한 평가는 내가 조사 업무를 한 이래 역대 최고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Q 방송을 보니,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90%에 육박하더라. 정 위원님께서는 개인적으로 건강보험이 어떤 역할을 했다고 보나.
A 한 개인이 감염되면 다니는 직장뿐 아니라 지역사회 자체를 마비시키니까, 본인의 건강과 함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까 봐 걱정할 뿐, 그 누구도 치료비 걱정은 하지 않았다. 건강보험이 없었다면 실제 확진받은 분들은 중증이 아니더라도 평균 500만 원가량의 치료비 때문에 급하게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 된다. 사실 이런 감염병은 건강과 생명도 위협하지만, 저소득층으로서는 경제적 문제까지 더해지는 이중고에 노출되는 거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건강보험이 사회의 안전망으로 자리를 잡았음을 알았다.

Q KBS <시사기획 창> 프로그램에 출연해 코로나19 상황을 진단하는 분야별 전문가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셨다.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나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가.
A 방송을 통해서 나도 건강보험 통·폐합이 굉장히 중요했음을 알았다. 이해관계가 상충해서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이것도 하나의 재발견이랄 수 있다. 만약 통·폐합되지 않고 여전히 수백 개의 크고 작은 조합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면, 의료보험의 질과 계층 간 불평등이 있었을 거고, 보험의 취약계층이 확진자가 되었을 때 전염병 관리과 방역, 경제적 타격까지 큰 문제가 되었을 거다.

각국의 명암 가른 코로나19 치료비

결국은 병원비 이야기다. K-방역의 기본 원칙은 ‘조기 검사, 조기 추적, 조기 치료’다. 그런데 만약 돈이 없어서 검사를 받지 못하거나 진단을 거부하고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돈이 없어 검사와 치료를 받지 못한 확진자가 추적을 피해 온 사방을 돌아다니기라도 하면 공동체의 건강은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린다. 이런 상황이라면 확진자 추적 또한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복지제도가 잘 갖춰지지 않은 여러 나라의 사례를 통해 이미 우리는 이런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했다. 소위 말하는 선진국도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의료체계가 부실하게 운영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기도 했다. 비교적 복지제도가 발달했다는 유럽마저 초기 방역에 실패하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이 방역에 성공할 수 있었던 여러 요인 중 첫째로 건강보험제도를 꼽았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치료 비용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80%, 정부에서 20%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병원비 0원이 의미하는 것

우리나라는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치료비가 진단비 16만 원을 포함해 평균 500만 원가량 된다. 물론 증상에 따라 비용은 차이가 난다. 음압병상을 이용하는 중증환자의 경우 치료비는 수천만 원에 이르기도 한다. 하지만 진단비부터 치료비까지 사실상 무료라서 진단비나 치료비 때문에 검사를 포기하거나 치료비를 피해 도망다니는 사람은 없다. 이 사실은 여러 확진자들이 완치 후 자신이 낸 병원비 내역을 SNS에 올려 직접 확인해주고 있다.
반면 미국은 우리나라와 정반대다. 의료보험이 필수가 아니다. 국민의 8.5%는 건강보험이 아예 없다. <시사기획 창> 방송을 보면, 보험이 없는 사람이 코로나19로 일주일 정도 입원치료를 받으면 우리나라 돈으로 9000만 원 넘게 내야한다고 나온다. 지난 5월,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두 달간 입원해 10억 원대의 폭탄 청구서를 받은 미국의 한 70대 남성의 사례가 우리나라 뉴스에도 대거 소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KBS <시사기획>에 출연했던 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방송을 통해 “건강보험 덕분에 국민들 입장에서는 감염병 상황에서 예방과 치료에 경제적인 부분을 전혀 걱정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국가가 훌륭한 역할을 해줬고, 나는 국가 덕분에 안심할 수 있었다는 느낌을 경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기국제1 생활치료센터 첫 완치 퇴소 외국인 환자가
남기고 간 감사 서신과 기부금
김용익 이사장은 답신을 보내 기부자의 완치를 축하하고 다른 환자를 위한 기부에 감사를 표했다.
2011. 01. 25. 4대사회보험 징수통합 시행 기념식 , 2008. 06. 30.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전면시행, 2001. 06. 29. 건강보험통합1주년 기념 세미나 개최, 2015. 09. 04. 원주신사옥 공사현장방문, 2019. 06. 27. 전국민 건강보험 시행 30주년 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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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통합된 건강보험이었다

사실 건강보험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유일무이한 제도가 아니다. 유럽이나 미국 등 다른 선진국들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건강보험제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통합된 하나의 건강보험인가를 따져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특히 미국이 그렇다. 미국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적보험이 없어 민간보험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하지만 민간보험은 지역과 직장, 직업 등에 따라 세부 보장에 많은 차이가 있다. 보험이 있어도 보장성이 적어 간단한 치료나 입원에 수천 만 원씩 내야하는 식이다. 이번 코로나19라는 집단 감염 사태에서 이처럼 보험 가입 여부와 보장성 범위에 따라 치료비가 천차만별로 차이가 나면서, 많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방역 실패의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1963년 제정된 의료보험법을 시작으로 1977년 500인 이상 사업장에 의료보험을 최초로 실시하고,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 의료보험과 농어촌지역 지역의료보험, 그리고 1989년 도시지역에 대해서도 지역의료보험을 확대·실시하면서 ‘전 국민 의료보험’을 실현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과 직장 등 무려 400여 개의 조합으로 쪼개져 운영되었다. 이후 2000년 7월에야 비로소 지역과 직장의료보험을 통합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는 단일보험자 체계가 완성했다. 이로써 모든 국민이 동일한 시스템에서 공정하고 평등한 의료보장을 받을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또 치료중심의 의료보험에서 예방 중심의 건강보험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며 보다 진화해갔다. 국민건강보험 43년, 통합공단 20년의 역사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건강보험제도의 소중함을 확인시켰다.

국민 신뢰가 만든 K-건강보험의 가치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 직면하면서 많은 사람이 건강한 삶을 위한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한국과 미국만 비교해도 알 수 있다. 사실 20년 전, 건강보험으로 통합되지 못했다면 한국도 코로나19 상황에서 성공적인 방역을 장담할 수 없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사태를 겪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이 건강보험의 재발견이라고 말한다. 보건 위기 상황에서 건강보험이라는 제도가 어떻게 위력을 발휘하는지 분명히 확인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이전부터 많은 나라들이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아세안 10개국, 한·중·일 정상과 화상으로 만났다.
코리아 타임즈는 코로나19 상황 속 K-건강보험의 중요성과
K-방역에 대해 집중조명했다.

건강보험과 장기요양제도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업무를 맡고 있는 공단 글로벌협력실 강상백 실장은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12년 만에 전 국민 의료보장 확대, 소득에 비례한 보험료 부과와 동등한 급여 혜택의 제공, 정보통신 기술(ICT)에 기반한 신속한 정보처리 등 많은 부분에서 세계가 이미 부러워하고 있었다”면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그동안 선진국 제도를 배우고 따라가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이제는 한국의 건강보험제도가 세계표준을 선도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건강보험은 무엇보다도 국민의 큰 신뢰가 바탕이 됐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적극 참여하며, 더운 날씨에도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섰지만 누구 한 사람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힘든 의료진을 걱정하며 기꺼이 참아냈다. K-방역과 K-건강보험이 세계에 우뚝 설 수 있는 건 이런 국민의 수준 높은 의식이 있기에 가능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출범 20주년 특별기고
코로나19 극복의 일등공신, 건강보험

이계민 ifsPOST 편집인, 한국경제신문 주필, 경제학 박사, <한국의 사회보험, 그 험란한 역정> 집필 책임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국가별 의료보험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코로나19 극복의 일등공신은 의료인들의 헌신과 봉사지만 그 밑바탕에는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 정착이 버팀목으로 작용했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국내에서는 건강보험제도의 도입이 어느 정부에서 이뤄졌느냐를 놓고 설왕설래하기도 했다. 사실 오늘의 건강보험 제도는 박정희 정부 시절에 탄생했지만, 튼실한 열매로 키워낸 것은 어느 한 정부의 작품이 아니라 역대 모든 정부가 험난한 역경을 극복하면서 하나씩 일군 축적의 결과물이다.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망신을 당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 아닌가 싶다. 환자 발생 수나 사망자 수뿐 아니라 서민들의 의료 혜택에서도 후진적인 면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건강보험제도의 미비로 저소득층은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른 사람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민영화 정책을 채택한 미국은 건강보험 역시 국가가 아닌 개별 기업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건강보험 가입도 까다로울 뿐 아니라 보험료도 비싸 저소득층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미국 국민의 15% 정도는 의료보장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니 코로나19의 만연은 필연의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최고 부자 나라 미국이 왜 이런 열악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 원래 미국은 자유주의와 개인주의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나라인 만큼 의료보험도 국가보다는 민간이 운영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 많았고,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사회보장법’을 제정할 때 이 같은 민영화 논리를 앞세운 의사들의 반대로 건강보험 도입이 좌절된 바 있다. 우리나라 또한 건강보험제도가 전 국민 건강보험으로 정착하기까지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건강보험 통합뿐 아니라 의약분업으로 인한 재정 파탄까지 말이다. 어찌 됐든 국민건강보험이 자리를 잡으면서 지금은 세계에 내놓을 만한 제도로 정착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 극복의 일등공신으로서 역할을 확실히 각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