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트래블

빛으로 영글어 숲으로 피어난 수국의 땅, 해남

6월의 해남은 수국이다. 땅끝 해남 두륜산 서쪽 골짜기, 달마산을 비켜선 곳.
사계절 꽃이 핀다는 포레스트(4est) 수목원에는 7천여 송이 수국이 흐드러지게 펴 여름을 알린다.
어디 수국뿐이랴. 해가 뜨고 지는 땅끝마을에는 변화무쌍한 멋과 맛이 항시 대기 중이다.

정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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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해남군청, 포레스트 수목원

백두대간의 시작이자 끝인 땅끝전망대와 땅끝탑
시작과 끝을 품다
포레스트 수목원에는 7000주의 다채로운 수국을 만나볼 수 있다.

‘땅끝’이라는 두 글자 때문일까. ‘해남’하면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해남 여행의 시작은 끝을 향한 출발이다. 여행의 묘미중 하나는 여정의 끝을 미리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 봄이 끝나고 여름이 막 시작되는 해남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갈두산 사자봉 땅끝은 한반도 최남단이다. ‘땅끝’이라는 상징성 하나만으로도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부러 발품을 팔아 해남을 찾는다.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땅끝에 당도했다면 지고 있는 여장부터 내려놓고 바다 앞에 서자. 일몰이 시작하기 최소 30분 전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땅끝전망대 땅끝탑 앞은 시야를 가로막는 것이 없어 노을이 붉게 번지다 바다가 해를 삼키는 순간까지 온전히 감상하기 좋은 포인트다. 변화무쌍한 날씨 탓에 일출과 일몰은 운이 따라줘야 여행 중 만날 수 있다. 주저하는 이에게 자연은 제 모습을 다 드러내지 않고, 기다려 주는 법이 없으니, 쾌청한 날 바다 앞에 섰다면 마음껏 일몰을 감상한 뒤 땅거미를 뒤로 하고 다시 길을 나서보길.
해남의 땅끝 해안길은 국토순례길의 시작과 끝을, 일출과 일몰을 모두 품고 있다.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나무 덱이 깔린 해안 숲길은 왼쪽으로 남도의 쪽빛바다를 품고 걷는 길이다. 한반도의 맨 마지막이자 처음 길로 특히, 땅끝 맴섬 앞- 사구미 해변- 땅끝 조각공원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드라이브코스로도 백미다. 바다로 내달리는 해안도로를 따라 육지로부터 장쾌하게 뻗어나간 백두대간을 벗 삼아 달려보자. 색다른 해남의 속살과 조우할 수 있을 것이다.

신비의 바닷길이라 부르는 대섬의 일몰
백두대간의 시작이자 끝인 땅끝전망대와 땅끝탑
과거와 현재, 시간을 트다

땅끝 마을에서 해남의 수려한 자연풍광을 만끽했다면, 역사가 깃든 해남의 이야기를 들여다 보자. 오랜 역사와 전통을 품고 있는 사찰과 유적지는 여정을 풍성하게 살찌우고, 시간을 거슬러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신비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해남에는 조선의 문신(文臣)이자, 국문학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고산 윤선도(1587-1671) 선생의 사랑채, 녹우당이 있다. 600년 전통을 이어온 해남윤씨 어초은파의 종가 고택인 녹우당은 우리나라 최고의 명당자리 중의 하나로도 알려진 곳으로, 녹우(綠雨)는 ‘늦봄과 초여름 사이 잎이 우거질 때 내리는 비’를 뜻한다. 녹우당을 지키는 수령 500년이 넘는 은행나무와 짙게 녹음이 우거진 천연기념물 제241호의 비자나무숲은 여행의 적절한 쉼표가 되어줄 것이다.
녹우당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했다면, 다도해를 발아래 둘 수 있는 두륜산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8개의 산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져 절경을 이루는 두륜산은 사찰, 유적지 등이 많은 대흥사와 함께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경승지이다. 산자수려한 수목이 사계절 내내 울창한 터널을 이루고, 정상에서는 다도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으니 본격적인 더위가 오기 전 신선놀음을 해봄직 하다.
산행코스가 험하지 않아 2~3시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도 있다. 두륜산 케이블카는 천년고찰 해남 대흥사를 비롯하여 녹우당, 우항리 공룡화석지, 우수영 명랑대첩지, 땅끝 마을 등을 연계하는 관광코스로 8분간 해남을 ‘미리보기’ 할 수 있다.

600년 전통의 해남 윤씨 종가고택과 녹우당
1908년에 세워져 등록문화재(379호)로 가치를 인정받은 해남 구 목포구 등대
기다리며 숲으로 피다

‘이보다 더 좋은 계절이 있으랴’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때다. 땀을 훔칠 만큼 덥지도, 옷깃을 여밀 만큼 춥지도 않은 ‘딱’ 적당한 바람이 부는 날씨. 예년 같으면 전국에서 크고 작은 축제들로 떠들썩할 테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취소와 연기로 움츠러든 추세다. 6월의 해남에는 그 씁쓸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줄 ‘기다림’이 있다. 황산리 봉동골짜기에 위치한 포레스트 수목원에서 열리는 ‘땅끝수국축제’다.
6월부터 7월까지 열리는 수국축제에 무려 200개 품종, 7000주의 다채로운 여름꽃 수국을 만날 수 있다. 개화 기간이 길어 빛을 한껏 품고, 탐스럽게 영근 해남의 산수국이 숲을 이룬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꽃은 제 시간에 맞춰 피었으나, 쉬이 걸음을 떼고, 훌쩍 여행을 떠나는 것에 신중을 기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이 좋은 계절이, 코끝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그저 보내기가 못내 아쉽기도 하다. 더군다나 2020년은 해남 방문의 해. 기다리는 이도, 찾아가는 이도 모두의 움츠러든 마음이 수국처럼 화사하게 만개하는 날을 조심스레 그려보는 건 어떨지.

떠나기 전 필수 체크! 여행자안전수칙

코스로 맛보는 닭요리 앉은 자리에서 닭 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가슴살을 저며 낸 육회와 매콤한 닭불고기, 깔끔한 닭죽까지. 제대로 키운 시골 닭을 써 잡내는 없고 맛은 있다. 취향대로 골라 먹는 재미는 덤!

백년 장인의 손맛 떡갈비 햄버거 패티처럼 둥근 떡갈비가 아니다. 고기의 육질과 육즙을 본래의 형태로 최대한 살려 한 입 깨무는 순간, 고기가 부드럽게 몽그라지며 육즙이 달콤한 양념과 함께 입 안 가득 감칠맛이 돈다!

밥과 김에 싸먹는 삼치회 아는 사람만 먹는 별미 중 별미! 두툼하게 썰어낸 삼치회를 뜨거운 밥과 파 양념장을 곁들여 김에 싸먹는 게 포인트다. 겨울이 제철이나 여름에도 급랭 삼치를 참치처럼 즐길 수 있다.

미리부터 보양, 황칠오리백숙 오리 자체가 보양식이다. 오리고기에는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면역력을 강화시켜 주는 효능이 있다. 여기에 항암, 항산화에 약효가 있다는 해남 황칠이 더해지니 오리백숙 한 그릇으로 보양까지 챙겨보자.

보리향기 가득한 쌈밥 갓 지은 보리밥에 입맛 따라 나물을 골라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더해 쓱쓱 비벼 채소쌈을 싸먹으면 일품. 해남에서 직접 재배한 산지농산물로 조리하니 속까지 편한 웰빙밥상이다.

정성가득 푸짐한 한상차림 해남은 산이 높고 깊으며, 서해와 남해 바다를 끼고 있어 식재료가 풍부해 한정식이 인기다. 청정바다의 싱싱한 해산물부터 제철을 맞은 산해진미가 한 상 가득 차려지니 임금 수라상이 부럽지 않다.

혀에 착 감기는 한우 해남 생고기와 육회는 잡내 없이 촉촉한 육질과 감칠맛,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해남 대표 한우 산지인 해남군 등지에서 자란 특등급 쇠고기를 사용해 한번 맛보면 또 찾게 되는 신선함이 매력이다.

자연의 맛 그대로 산채정식 두륜산, 달마산, 금강골, 만대산 등 산 좋고 물 좋은 해남은 예로부터 산나물이 유명했다. 두륜산 자락에서 자생하는 다양한 채소와 약초로 차려낸 산채정식은 소박하면서도 건강한 밥상으로 향에 취하고, 맛에 반하는 웰빙밥상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