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가이드

회춘의 과일, 복분자

마냥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맘때, 우리 몸은 기온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나른해지곤 한다. 흔히들 “체력이 달린다”고 표현하니,
해법은 기력 보충이다. 때마다 보약 못지않은 효능을 지닌 음식이 바로 제철 과일인데, 6월은 ‘복분자’다. 산지 고창에서 열리는 복분자 축제를 ‘6020’이라고 하는데,
‘제철인 6월에 60대가 복분자를 먹고 20대 기운으로 회춘한다’는 의미다. 세월을 되돌릴 만큼 기력을 더한다는 복분자의 위력이 궁금하다.

강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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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복분자
복분자 먹고 소변 누면 요강이 뒤집힌다?

복분자의 효능은 이름의 유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을 먹으면 강렬한 소변 줄기에 요강이 뒤집힌다고 해 붙은 이름 ‘복분자’이니 말이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한 남성이 길을 헤매다 배고픔에 못 이겨 덜 익은 산딸기를 허겁지겁 먹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그가 소변을 보는데 소변 줄기 힘이 너무 세어 오줌 항아리가 뒤집어지더란다. 뒤집어진다는 뜻의 ‘복()’과 항아리인 ‘분()’, 아들인 ‘자()’를 합친 복분자라는 이름의 등장은 그때부터다. 조선 시대 왕 경종도 빈뇨 증상을 치료하고 정력을 강화하고자 복분자를 마셨다니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과일이다.
음력 5월에 익은 열매가 검붉은색을 띤다고 해 오표자(烏藨子), 대맥매(大麥莓), 삽전표(揷田藨), 재앙표(栽秧藨)라고도 부른다. 생김새는 작은 알갱이가 촘촘히 모여 덩어리를 이룬 형태로 산딸기와 흡사하다. 그래서인지 정설 속 남성이 산딸기로 오인해 복분자를 먹었다는 대목에 신뢰가 간다. 아무튼 복분자 생김새를 더 설명해보면 바깥면은 황록색 또는 옅은 갈색을 띠고, 끝 쪽은 둥근 원형을 이루며 꽃받침의 중심부는 함몰돼 있다. 익을수록 붉은색에서 검붉은색으로 변한다.

남성에게만 좋다? 여성한테도 좋은 복분자

복분자는 남성에게 좋은 식품으로 유명하지만 실은 여성 건강에도 좋다. 함유 성분인 피토에스트로겐(phytoestrogen)은 여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갱년기 증상 완화 효과가 있다. 비타민 C도 다량 들어 있어 콜라겐 생성을 돕고, 기미를 유발하는 멜라닌 색소도 억제한다. 검은색을 띠는 안토시아닌(anthocyanin)은 체내 활성산소를 억제해 노화를 예방하며, 망막에 있는 로돕신(빛을 감지하는 색소 일종)의 재합성을 촉진함으로써 안질환 발병을 막는다. 안토시아닌은 베리류에 유난히 풍부한데, 복분자가 아로니아 다음으로 많다. 남성에게 유익한 이유는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을 생성하는 물질을 함유했기 때문이다. 이는 스태미나 증진에 좋을뿐더러 전립선 건강에도 탁월하다. 실제로 국내 한 연구에서 쥐를 대상으로 5주 동안 복분자 추출물을 투여한 결과 남성호르몬의 양이 16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 아니라 복분자 칼로리는 100g당 53kcal로 낮은 편에 속하고, 지방 함량도 적어 다이어트 중 간식거리로도 제격이다. 베타카로틴, 비타민 A, 비타민 B1·B2, 철분 등도 들어 있으니 피로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더욱 권장할 만하다.

복분자
열이 많은 사람은 주의해야

건강식품이라고 해서 모두에게 좋을 수는 없다. 복분자 섭취 또한 주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우선, 평소 소변을 잘 보지 못하는 사람이 복분자를 먹으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열이 많아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 사람, 입술이 말라 자주 트고 식욕이 없는 사람,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사람, 피곤하면 방광염이 발생하는 사람,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복분자 섭취를 삼가야 한다. 복분자는 따뜻한 성질을 지녀 열이 많은 사람에겐 설사나 복통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량의 복분자를 한꺼번에 먹으면 혈당이 급격하게 오를 수 있으니 당뇨병 환자도 조심해야 한다.
구입할 땐 완전히 검게 변하기 전 검붉은색 생과를 고르자. 익은 정도에 따라 항산화 물질 함량이 4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잘 익되 무르지 않고 단단한 것인지도 살펴야 한다. 복분자 같은 산딸기류는 쉽게 무르는 특성이 있기 때문. 채취해서 그냥 두면 2~3일, 저온 저장해도 1~2주 지나면 금방 부패한다.

복분자 즐기는 법

‘주’로 먹기 되도록 제철에 난 복분자를 고른 뒤 씻어 급랭한다. 그다음 설탕과 급랭한 복분자를 1:1 비율로 섞고 상온의 그늘진 곳에 하루 동안 보관한다. 이렇게 하루 발효를 마치면 담금주를 붓는데 이때 복분자 100g당 담금주 100ml로 하는 것이 좋다. 조금 더 진한 복분자주를 원할 경우 1:1.5의 비율을 추천한다. 보통 3개월 이상 발효시킨 뒤 복분자 과실을 건져내고 마시면 된다.

‘즙’으로 먹기 복분자를 으깨 솥에 붓고 약한 불에서 천천히 끓인다. 눌어붙지 않도록 큰 주걱으로 느리게 젓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팔팔 끓이거나 오래 끓일 필요도 없다. 계속 젓다 보면 복분자가 뭉개져 물 위로 뜨기 시작할 텐데, 이것을 삼베 자루에 넣고 즙을 짜면 끝이다. 보름 안에 먹을 양은 냉장고에, 이후에 먹을 양은 냉동 보관한다.

‘장어’와 함께 먹기 장어의 찬 성질과 복분자의 따뜻한 성질이 조화를 이루는 덕에 동시에 섭취하면 자양 강장 효과가 배가된다. 또 장어에 부족한 비타민 C를 복분자가 채워주고, 장어의 비타민 A 작용을 활발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