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실버매직드림팀 ‘행복해지는 마술을 보여드립니다’

춘천을 무대로 종횡무진 활약하는
실버매직드림팀의 마술사들을 만났다. 아이들에겐
해리포터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하며 그야말로
마술 같은 행복을 선사한다.
흰머리 성성한 실버
마술사라고 실력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그들의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

길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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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준형

인기와 실력 모두 갖춘 마술팀

춘천 시내 요양원과 어린이집을 주름잡는 실버매직드림팀 박현상(78세), 함풍근(77세), 김정희(73세) 세 마술사를 만났다. 평균 나이 77세의 마술사 15명이 속해 있는 실버매직드림팀은 춘천동부노인복지관의 마술 교육 프로그램에서 출발했다. 취미로 마술을 배우던 시니어들이 모처럼 익힌 자신들의 재능을 이웃과 함께 나누고자 봉사단을 만들었다. 그렇게 팀이 결성된 2015년부터 춘천에 위치한 어린이집, 요양원, 경로당 등에서 마술 공연을 선보이며 꾸준히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모든 팀원이 마술 자격증을 취득했고 지금까지 80회 이상 공연을 했을 정도로 높은 인기와 실력을 자랑한다. 박현상 씨는 2013년 처음 마술을 배우기 시작한 8년 차 마술사로 마술교육지도사 1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팀원을 교육하는 강사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 역시 처음 배울 땐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마술 순서를 외우는 것도 손을 자유자재로 쓰는 것도,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고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매일 4시간씩 5개월을 수강해야 하는 교육 과정이었는데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덕분에 실력을 많이 쌓았죠. 그 이후로도 꾸준히 공부해서 마술팀 강사도 하게 됐네요.”

프로급 공연 준비

5명씩 3개 조로 나누어 활동하는 실버매직드림팀은 상당히 체계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연 의뢰가 들어오면 어떤 마술을 선보일지 미리 리스트를 짜서 그 내용을 기록해둔다. 다음에 다시 방문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같은 곳에서 여러 번 의뢰가 들어오기도 해요. 그런데 한 번 봤던 마술은 아무래도 흥미가 떨어지잖아요. 특히 아이들은 기억력이 좋아서 오랜만에 가더라도 같은 걸 보여주면 ‘어, 저거 지난번에 한 건데’ 하면서 바로 알아채거든요.”

조를 편성해 순번을 정하고 공연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 팀장 역할이라고 박현상 씨가 설명했다. 어르신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술도 각기 달라서 공연 내용에도 차별을 둔다. 노인들은 물을 사라지게 하는 ‘아쿠아슬러시’나 스카프 마술을 좋아하는 반면, 아이들은 변신 마술이나 아기자기한 소품이 등장하는 마술을 좋아한다고 함풍근 씨가 덧붙였다.

“내가 할 줄 아는 거 죄다 늘어놓는 게 아니라 관객이 뭘 좋아하는지 먼저 생각하고 눈높이에 맞춰서 공연을 준비해요. 새로운 기술을 계속 배우고, 연습도 많이 해야 돼요.”

자신들의 마술을 찾아주는 관객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들의 성실함이야말로 사람들이 실버매직드림팀을 계속 찾는 이유일 것이다. 물론 가끔은 사소한 실수를 할 때도 있다. 김정희 씨는 실수를 하더라도 실망감을 안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스카프 속에서 꽃을 딱 꺼내야 하는 타이밍에 꽃이 안 나와서 당황한 적이 있어요. 관객은 어떤 상황인지 알아채지 못하지만 저는 식은땀이 나죠. 어떤 때는 관객에게 ‘나 혼자 힘으로는 잘 안 되니 여러분의 기를 보내달라’고 멘트를 치면서 위기를 모면하기도 해요.”

위기에 대처하며 관객의 호응까지 유도해내는 솜씨가 프로 마술사 못지않다.

마술사의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마술 도구.
마술 트릭은 철저하게 비밀이다.
마술사와 관객 모두가 행복한 마술

세 사람에게는 악기와 등산, 테니스 등 각자가 즐겨 하는 취미 생활이 따로 있지만 마술에는 빠져들 수밖에 없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바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김정희 씨는 배울 때는 미처 몰랐던 마술의 진짜 매력을 봉사를 다니면서 제대로 알게 됐다고 했다.

“처음 공연을 앞두고는 용기가 나질 않는 거예요. 과연 내가 하는 마술을 좋아해줄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근데 몇 번 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마술이란 게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지 혼자 하는 건 의미가 없잖아요. 환호하고 박수 치면서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저도 같이 행복해져요.”

함풍근 씨도 마술을 하면서 정말 오랜만에 즐거운 설렘과 마음의 두근거림을 느꼈다고 말했다.

“우리가 유치원에 가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왔다고 아이들이 처음엔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러다가 불이 들어오거나 입에서 로프가 나오는 것처럼 재밌는 마술을 보여주면 그때부터 난리가 나는 거죠. 신기해서 소리 지르고 박수 치는 걸 보면 어찌나 귀여운지요. 어느 날은 공연이 끝나고 같이 사진을 찍겠다고 모여들어서 기념 촬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

하루 종일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며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그의 얼굴에 생기가 넘쳤다.

마술의 매력에 푹 빠진 시니어들이 생각하는 마술의 또 다른 장점은 무엇일까. 건망증 때문에 병원에 간 적도 있었다는 김정희 씨는 치매 예방을 장점으로 꼽았다. 머리와 손을 많이 쓰다 보니 기억력이 좋아지고 에너지가 넘쳐 전보다 건강해졌다고 말이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마술만 한 것이 없다고 강력하게 추천했다.

보는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몇 번째 방문인지에 따라 공연 내용을 바꿔야 해요.
한 번 봤던 마술은 흥미가 떨어지잖아요.
항상 새로운 걸 배우고, 연습해야 한답니다.

더 큰 무대에서 마술을 하고 싶어

실버매직드림팀은 매주 목요일이면 다 함께 모여 박현상 팀장의 지도 아래 마술 연습을 하고 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나이를 이길 수 있는 건 오직 연습뿐이다.

“다들 나이가 있다 보니 한 번 익히는 것으론 부족해요. 잊어버리지 않게 반복 연습만이 살길이죠. 팀원들이 처음엔 행동도 느리고 화술도 부족했는데 연습과 공연을 할수록 자신감이 생겨서 스스로 즐기는 게 눈에 보이더군요. 80대 팀원도 있는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참 멋있어요.”

강사 역할까지 하는 박현상 씨에게도 꼭 배워보고 싶은 마술이 있다. 다름 아닌 변검과 옷 갈아입기 마술이다. 20가지 이상의 마술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김정희 씨는 무대 마술에 대한 꿈이 있다.

“우리는 주로 소도구를 가지고 마술을 하잖아요. 그런 마술을 주로 배우고요. 근데 하다 보니까 욕심이 나요. 무대에서 큰 장치가 필요한 마술을 멋지게 해보고 싶은 꿈이 생겼어요. 언젠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술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곧 자신들의 행복이라는 세 명의 마술사는 관객을 속일 수 있을 때까지 마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관객들을 멋지게 속여 넘기는 동시에 행복을 선사할 실버매직드림팀의 꿈과 도전을 응원한다.

마술의 매력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있어요.
마술을 보기 전에 무표정했던 사람도 마술을 보고 나면 웃음꽃이 피거든요.
사람들의 행복이 우리의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