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핫 스타

신문선의 문화 예찬“좋은 그림 한 점은 정신 건강에
특급 처방이 됩니다”

“골이에요, 골!”이라고 외치는 신문선 해설위원의
축구 중계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맛깔난 중계로 경기에 재미를 더하던 그가 인생
후반전, 와우갤러리 명예 관장으로 돌아왔다.

강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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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충렬

신문선

홍익대 정문과 마주해 최고의 상권으로 꼽히는 곳에 자리한 와우갤러리. 2019년 9월 개관한 이후 하루 평균 60~70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는 곳이다. 80평 규모의 갤러리는 그림을 통해 작가와 문화, 철학을 논하고 대중과 문화의 향기를 나누는 놀이터를 목표로 한다. 최근에는 국내의 실력 있는 작가를 발굴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술계의 손흥민을 찾다’ 전시 기획을 통해 대중에게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곳에서 화랑의 주인이자 명지대 기록정보대학원 교수인 신문선 명예 관장을 만났다.

신문선 인생의 팔 할은 그림

신문선 교수는 축구 선수 출신 해설위원으로 오랫동안 활약했고 축구 행정가로도 일했다. 축구로만 채워졌을 것 같은 그의 인생에서 미술이라는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오랜 지인들은 그가 축구만큼이나 그림에 애정을 쏟아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축구 선수로 활약할 때도 미술 전시 관람을 빼놓지 않았고, 인사동 고미술품을 구경하는 재미에도 빠져 살았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해설로 외국에 갈 때도 틈나는 대로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았다. 학생 때는 그림 구입을 생각지도 못했지만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마음에 드는 그림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여유가 있어서 작품을 산 것은 아니었다.

“강의료를 받아 사기도 하고, 용돈을 털어서 사기도 했죠. 몇 년 전 권순철 그림 한 점을 살 때도 교사로 30년 일한 아내의 퇴직금을 갖다 썼다”고 말했다. 모은 그림을 한 점도 팔지 않은 것은 그렇게 각각의 사연이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집에서 힐링하려면 거실에 그림 한 점은 걸려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신문선 교수에게 그림은 단순한 문화를 넘어 힐링 그 자체다.

“운동선수는 신체 접촉과 경쟁이 기본이기 때문에 폭력성이 잠재의식에 존재해요. 축구 해설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동적인 부분을 정적인 문화로 잡아줘야 해요.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시고, 그림을 보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이 필요하죠.”

문화 애호가인 그는 홍대 인근에 제대로 된 미술관이 없는 것이 안타까웠고, 고민 끝에 직접 갤러리를 오픈했다. 상권으로 변질된 홍대에 문화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옹달샘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었다. 적자는 예견된 일이었지만, 느린 소의 걸음처럼 천 리를 내다보며 준비했다.

“축구랑 미술도 똑같아요. 세계적인 작가가 나오려면 작가들이 뛰어놀 운동장이 있어야 합니다. 그림은 단순한 예술 놀음이 아니라 경제적인 가치로도 뛰어납니다. 스포츠를 굴뚝 없는 산업이라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슈퍼스타 마라도나도 벌써 잊혔잖아요. 축구 선수의 연한은 100년도 안 되지만, 1800년대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지금도 논하고, 수백억 원의 가치가 인정되잖아요. 이것이 그림의 힘이죠.”

건강은 생활의 기본이며, 행복의 조건입니다.
건강을 위해서 저는 걷기를 추천합니다. 걷기는 몸의 근육과 생각을 키워주는 좋은 운동이거든요.

걷기로 완성하는 예순의 건강관리

신문선 교수는 철저한 건강관리를 생활의 기본으로 한다. 축구 중계를 할 때도 “해설은 입으로 하는 게 아니라 발로 하는 것”이라며 직접 뛰며 취재를 하고 90분 동안 강한 목소리와 강한 심장을 갖추기 위해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물론 국가대표 출신 축구 선수라 기본부터 남다르긴 하다. 하지만 그의 운동법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걷기. 더 정확하게는 빠르게 걷는 속보다. 신문선 교수는 “운동이 밥”이라고 말하며 “걷기는 생활의 기본이 된다”고 강조한다.

“하루 7km씩 속보를 합니다. 달리는 건 무릎 관절에 좋지 않지만 속보는 무리가 없습니다. 속보는 심장에도 적절한 자극이 되고 근지구력, 근파워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걸으면서 하루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운동입니다.”

실제로 걷기 운동은 다양한 효과가 있다. 우선 다리근육을 단련하며 관절 기능을 좋게 해 골밀도를 높일 수 있다.

“걷기는 자신의 세계로 들어가는 이동 수단과도 같습니다. 걷다 보면 오감이 열리며 능동적인 명상으로 빠져들게 되죠.” 신문선 교수가 건강관리에 신경 쓰는 것은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기도 하다. 고2 때 중풍으로 쓰러진 아버지가 병상에 13년 동안 누워 계셨던 것이다. 축구 선수로 뛰면서도 아버지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병간호를 한 기억 때문에 ‘가장이 쓰러지면 가족 모두에게 재앙’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 명이 아프면 가족 모두가 괴로워요. 옛날에는 온전히 가정에서 감당해야 했지만, 요즘은 건강보험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가 많아 훨씬 좋아진 것 같습니다.”

신문선
대중에게 받은 사랑, 문화로 돌려주고파

축구 중흥기에 해설가로 더없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한국과 스위스의 경기. 한국의 패배로 이어진 알렉산더 프라이의 득점 상황에서 오프사이드 오심 논란이 있었을 때 신문선 교수는 축구 전문가의 시각으로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해설했다. 이후 그에 대한 국내 여론이 크게 악화됐고, 결국 마이크를 내려놓아야 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비난 속에 요동쳤던 마음을 문화생활로 다잡았다. 그때 가장 큰 위로를 준 것이 권순철 작가의 그림이었다. 재불 화가로 한국인의 얼굴과 혼을 그리는 그의 그림에 마음이 일렁였다.

“강한 붓 터치로 표현한 일그러지고 거친 얼굴이 나를 닮았더라고요. 가만히 그림을 들여다보니 신기하게도 힐링이 됐어요.”

전 국민적인 비난을 받는 그에게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소신을 지킬 수 있었냐?”라고 묻자 그는 “주변의 평가에 크게 신경 쓰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나는 정의를 위해 살았는가, 옳은 행동을 하며 살았는가,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한 뒤 스스로 답할 수 있으면 된다”라고 말한다.

신문선 교수는 인생 후반전에 들어선 지금, 해설가로 받았던 사랑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예순이 넘으면서 과연 무엇을 하고 살까에 대한 고민이 깊었어요. 그에 대한 첫 번째 답이 와우갤러리 오픈이었습니다. 문화적 욕구를 갖고 있는 분들이 홍대 언덕에 있는 작은 미술관에 와서 그림을 보고 간다면 큰 보람을 느낄 것 같습니다.”

그림에 대한 그의 열정은 와우갤러리로 그치지 않는다. 와우갤러리로 홍대 문화를 변화시키고 상수동 근방에 ‘신문선 미술관’을 개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재일 교포였던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유동룡)이 제주도에 미술관을 준비하듯, 생전에 상수동 언덕에 푸른 소나무가 있는 붉은 벽돌집 미술관을 만드는 꿈을 이루려 한다. 신문선의 꿈에 격려의 박수가 필요한 이유다. 그가 만든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작가들이 앞으로 더 많아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