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트래블

맑고 고운 숨을 한가득, 국가산림문화자산 솔바람 숲의 고장,
서천

바람이라도 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요즘이다.
그래도 아직 사람 모이는 곳은 부담스럽다.
이럴 땐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된 솔바람 숲도
있고, 속이 탁 트이는 금강하굿둑의 갈대밭도 있고,
붉디붉은 꽃을 피운 동백나무 군락지도 있는 서천이
좋다.
맑고 고운 숨을 한가득 담을 수 있다.

강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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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천군청

솔내음 물씬 풍기는 전국 최대 곰솔림
4500여 종의 동식물이 살아 숨 쉬는 국립생태원

좀 걷고 싶다면 서천 장항읍 송림마을의 솔바람 숲으로 가보자. 숲도 나무도 꽃도 다 있는 데다 바다와 백사장, 일출에 일몰까지 종합 세트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뿐이랴. 숲은 27ha 규모의 우리나라 최대 곰솔(해송)림으로 올해 1월 산림청 심사를 거쳐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됐다. 국가산림문화자산은 생태적·예술적·역사적·학술적 보존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토지나 숲, 나무, 건축물 등을 엄정한 심사를 거쳐 지정해 관리, 보존하는 제도다. 해변에 자리한 솔바람 숲은 앞바다와 1km가 넘는 백사장을 두고 긴 띠를 이룬다.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으로 조성한 해송은 모두 평균 수령이 50년 이상이다. 솔바람 숲의 가치가 짐작되고도 남는다. 곧게 뻗은 소나무가 울창한 솔바람 숲을 걷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몸과 마음이 씻기는 청량감을 만끽할 수 있다. 해변에 있다지만, 솔바람 숲으로 들어오면 바닷바람은 어느새 솔바람이 되어 진한 솔내음을 물씬 풍긴다. 마른 솔잎을 밟으며 천천히 걷는 느낌은 두고두고 몸이 기억할 포근함이다. 무엇보다 솔바람 숲의 노을은 아름답기로 정평이 났다. 황금빛 물결이 일렁이는 잔잔한 바다와 그 사이를 오가는 고깃배의 실루엣이 소나무 사이로 반짝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기벌포 해전 전망대는 송림삼림욕장에 위치해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연계해 관람할 수 있다.
숲 정상에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중층 누각 동백정이 있다.
보랏빛 맥문동 꽃부터 새하얀 벚꽃까지

솔바람 숲의 아름다움은 계속된다. 특히 보랏빛 맥문동 꽃밭을 빼놓을 수 없다. 솔바람 숲 해송 아래 맥문동을 빽빽하게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사철 푸른 맥문동이지만 보랏빛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늦은 봄부터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이번엔 백사장으로 나가보자. 솔바람 숲 앞 백사장은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해 산책하기 좋다. 또 해변은 방파제나 접안 시설이 없고, 식당이나 위락 시설도 없어 고즈넉한 분위기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어촌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윽하다. 게다가 백사장의 모래는 고려 시대 정2품 벼슬을 지낸 두영철이 유배를 왔다가 모래찜질을 해서 건강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질이 좋아 모래찜질을 하러 오는 이도 많다. 인근에는 스카이 워크와 국립해양생물원관이 자리해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다. 이번엔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금강하굿둑으로 가보자. 그래도 봄나들이인데, 벚꽃놀이를 건너뛰긴 아쉽지 않은가. 금강 하굿둑은 우리나라 4대 강 중 하나인 금강이 충청도를 휘돌아 서해바다에 이르는 곳으로 철새의 낙원이다. 서천군은 이곳을 시설 개선 사업을 통해 새로운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솔바람 숲은 전국 최대 맥문동 군락지다.
맥문동 꽃이 만개한 솔바람 숲 전경
붉은 동백꽃과 봄 주꾸미로 완성하는 봄나들이

금강하굿둑 관광지에는 거대한 풍차가 힘차게 돌아가고, 풍차 뒤로는 사진 찍기 좋은 트릭 아트가 있다. 관광지 안에는 놀이동산도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 좋다. 특히 하굿둑 도로 가로수 양옆에 늘어선 벚나무는 봄나들이의 흥을 한껏 돋운다. 풍차를 중심으로 야경도 볼만해 요즘 서천 관광의 백미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4월의 서천에서 마량리 동백나무 숲을 빼놓을 수 없다.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된 이 숲은 수령 500년의 동백나무 8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룬다. 서천은 1월부터 꽃을 피우는 동백꽃의 북방한계선에 속해 4월이면 동백꽃이 절정을 이룬다. 진초록 잎사귀 사이로 붉디붉은 속살을 드러낸 동백꽃의 아름다움은 또 다른 봄을 느끼게 해준다. 동백나무 숲 언덕마루에 중층 누각의 동백정이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해바다는 쪽빛이라 할 만큼 유난히 맑다. 동백나무 숲 인근에는 매년 주꾸미 축제를 펼치는 마량포구가 있다. 비록 올해는 주꾸미 축제가 취소되었지만, 여전히 마량포구에는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배마다 주꾸미가 한가득이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알이 가득 밴 서천의 봄 주꾸미는 별미를 넘어 보양식이다. 특히 제철 주꾸미로만 즐길 수 있는 주꾸미 샤부샤부를 추천한다. 살짝 데친 싱싱한 주꾸미의 감칠맛은 어지러울 정도다. 마지막으로 주꾸미를 데친 육수에 라면 사리를 넣어 먹으면 그 또한 별미다. 4월엔 자연과 힐링, 미식이 있는 서천이다.

4월까지 붉은 동백꽃을볼 수 있는 마량 동백나무 숲
야경도 멋진 금강하굿둑 관광지의 거대한 풍차
마량포구는 요즘 주꾸미가 제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