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느끼는 어려움은 신체적인 것과 경제적인 것 외에 심리적 부분에도 기인합니다. 과도한 불안은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들어 면역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지금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심리방역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심리방역은 감염 위기 상황에서 효과적인 위기 의사소통과 고위험군에 대한 정신 건강 서비스를 통해 감염병으로 인한 마음의 고통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과정입니다.

누구나 감염병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외부적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불안, 공포, 짜증 등은 지극히 정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안에는 순기능도 있습니다. 불안은 우리를 주의 깊게 행동하게 함으로써 위험에서 보호하기도 합니다. 불안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자주 씻는 행동을 해서 건강을 지키는 것이 그런 예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불안 자체에 대해 걱정하기보다는 불안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잘 대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간의 걱정, 불안, 짜증, 우울, 외로움, 무료함이나 수면의 어려움, 신체적 긴장은 스트레스 반응입니다. 불안은 두근거림, 두통, 소화불량, 불면증 같은 신체적 긴장 반응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전염병에 대해 어느 정도 불안과 긴장은 타당한 반응입니다. 하지만 과도한 두려움과 공포감에 압도되어 불면증이 오랜 기간 지속되는 경우, 정신적 증상이 4주 이상 이어져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 술이나 약물 사용이 늘어났다면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불안을 느끼면 자신의 그런 마음을 남에게 투사하기 쉽습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 타인에 대한 혐오는 감염 위험이 있는 사람을 숨게 만들어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특정인과 집단에 대한 인신공격과 신상 노출은 2차 피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의 적은 감염병일 뿐 병에 걸린 사람이 아닙니다.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불필요하게 같은 편에 상처를 주는 행동은 삼가야겠지요.

감염에 대한 불안은 끊임없이 정보를 추구하게 합니다. 그러나 불확실한 정보는 오히려 불안과 스트레스를 가중하고,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만듭니다. 정보에 우선순위를 두어 질병관리본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집중하되 SNS와 뉴스는 시간을 정해놓고 보면서 반복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신종 전염병에 대한 축적된 자료가 없어 많은 것이 불확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불확실함과 내가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스스로 통제 가능한 활동으로 주의를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활동에 제약이 따르는 요즘은 일상생활의 리듬이 흐트러지기 쉽습니다. 일정한 시간에 식사하고, 가벼운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서 활력을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일정한 수면 시간은 정신 건강을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긍정적 감정과 행동은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나 자신을 위한 긍정적 활동뿐 아니라 남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격리환자와 그 가족들의 힘든 감정을 함께 나누는 등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건 어떨까요? 감염병은 주기가 있어 지역사회 감염 단계를 지나면 언젠가는 종식됩니다. 희망을 품고 끝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다 같이 힘을 모은다면 이 위기를 조금 더 빨리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