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차 아카데미에 들어서자 오감이 반응한다.
예쁘게 말린 100여 종의 꽃과 따뜻한 찻물 안에서
새롭게 피어나며 우러나는 향긋한 향기, 거기에
더해지는 맛까지.
한 잔을 마실 때마다 한 살씩
젊어진다는 명약이 있다면 바로 이런 꽃차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닐까.
한국꽃차문화아카데미(원장 송주연)는 꽃차를 배우는 곳이다. 송주연 원장이 남편의 당뇨와 혈압 등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을 계기로 약차에 관심을 갖다 꽃차를 만나게 된 것. 이곳 아카데미에는 꽃차를 배우고 즐기는 많은 시니어 회원들이 모여 삼삼오오 소모임을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왕래가 조심스럽던 어느 날 오후, 꽃차를 배우고 있는 고지윤·이정순·이유미 씨를 만났다. 저마다 꽃차를 배우는 이유는 달랐지만, 50대를 맞이하는 고민은 같았다. 예쁜 꽃차라면 제2의 인생이라고 말하는 인생의 후반기를 아름답게 가꾸어줄 거란 믿음도 함께 말이다.
“제가 꽃을 참 좋아해서 꽃차 만드는 게 정말 너무 행복해요.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앞으로 남은 인생은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겠다고 결심했지요.”
이유미 씨는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꽃차를 만나고 답을 얻었다. 꽃차 지도자를 목표로 하지만, 꽃을 키우고 꽃차를 예쁘게 우리는 귀농의 꿈도 꾼다. 그런 생각만으로도 일상이 활력 넘친다.
잘 말린 꽃차를 찻주전자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꽃잎이 회오리치며 물에 흠뻑 젖는다. 서서히 우러나는 빛깔은 꽃잎보다 영롱하다. 우선 눈으로 색을 감상하고, 향기를 즐기다가 맛을 음미하면 꽃차의 매력을 제대로 즐겼다고 할 수 있다.
“꽃차가 전부 맛이 좋다고 할 순 없어요. 그럴 땐 유자나 레몬청을 살짝 섞어 상큼한 꽃향기와 함께 즐기거나, 꽃잎을 블렌딩하기도 해요.”
이정순 씨는 꽃차 생김새만 보고 기대감을 품었다가 실망하는 사람이 많아 속상할 때도 있다며 초심자에겐 향과 맛 모두 좋은 목련꽃차를 추천한다. 비염이나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많이 찾는 목련꽃차는 특히 사랑받는 꽃차 중 하나다. 최근엔 루테인 성분이 많다고 알려진 마리골드의 인기가 높다. 이유미 씨는 꽃차의 진짜 장점은 카페인이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몇 년 전 갱년기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는 고지윤 씨. 자녀들이 장성한 후 집 안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우울한 기분에 휩싸였다.
“다들 바쁜데 나만 할 일이 없는 것 같아 참 서글펐어요. 그런데 꽃차에 빠져서 바쁘게 지내니 우울할 틈이 없더라고요. 꽃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대하다 보니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요. 집 안에 가득한 꽃향기를 좋아하는 가족들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요.”
꽃차를 만들며 느낀 꽃의 촉감과 향기는 고지윤 씨에게 어떤 약보다 뛰어난 치료제였다.
“꽃차를 만드는 모든 과정은 제 손끝에서 나와요. 한 송이 한 송이가 의미 있고 사랑스럽죠. 꽃이 많다는 게 집 안 풍경에 큰 영향을 주더군요. 식구들과 꽃 얘기로 대화도 많아지고요. 외로움과 우울함엔 꽃차가 최고예요.”
고지윤 씨는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시니어들에게 꽃차로 극복해보라고 조언한다.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차가 어두운 마음을 밝히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