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구례는 그야말로 꽃 잔치가 벌어진다.
전국 최대 산수유 군락지인 산수유 마을의 노란
산수유꽃, 천년 고찰 화엄사의 400년 넘게 핀
붉디붉은 홍매화꽃,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진강을 따라 하얗게 흐드러진 벚꽃까지!
구례의 봄은 온통 꽃 대궐이다.
봄꽃 자랑 좀 한다는 지역이라도, 구례군 앞에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색이면 색, 양이면 양, 종류면 종류 무엇 하나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노란 산수유꽃부터 보러 가보자. 우리나라 최대 산수유 군락지인 구례군 산동면은 노고단과 만복대 사이에 자리한 깊고 넓은 골짜기 마을이다. 잎이 피기 전 꽃을 먼저 피우는 산수유는 돌틈과 바위, 마을 어귀나 산등성이 등 어디든 뿌리를 내려 산동면 전체가 그야말로 산수유 천지다. 통칭해 ‘구례 산수유 마을’이라 부르지만, 만복대에서 흘러내리는 서시천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부락이 형성돼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낸다. 산수유 군락지의 중심은 반곡마을이다. 이 마을을 중심으로 서시천을 따라 ‘꽃담길’이라 부르는 덱 산책로가 연결돼 있다. 이름처럼 가장 꼭대기에 있는 상위마을에는 100년을 훌쩍 넘긴 산수유가 2만여 그루나 된다. 서시천을 가로지르는 평촌마을의 대음교는 야경이 유명하다. 지리산 성삼재와 만복대를 배경으로 평촌, 사포, 상관, 하위, 상위, 월계, 반곡, 대평마을과 길 건너 남원 방향의 현천, 달전 그리고 산수유 시목지가 있는 계척마을까지 이어져 일정 따라, 취향 따라 산수유꽃을 즐길 수 있다.
이번엔 눈부시게 하얀 벚꽃을 볼 차례다. 산수유꽃이 지는 3월 말이면 섬진강 변에 하얀 벚꽃이 만개한다. 구례군 논곡마을에서부터 섬진강 변을 따라 문척면, 간전면 남도대교를 돌아 토지면과 구례읍까지 국도로 이어지는 100리 벚꽃길이 새하얗게 펼쳐진다. 찻길, 발길 닿는 곳마다 벚꽃이 활짝 피어 꽃 터널을 이루는 이곳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구례읍 서시천체육공원에서부터 서시천 변 둑길을 따라 용방, 광의면을 거쳐 국도로 돌아오는 50리 벚꽃길은 사이사이 연분홍색 복사꽃(개복숭아)과 어우러져 환상적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또 문천면 동해마을부터 남도대교에 이르는 섬진강 벚꽃길은 조명 시설을 갖춰 야간에 드라이브를 하거나 섬진강 변을 따라 30년 된 벚나무 아래 덱 산책로를 조성해 트레킹을 하기도 좋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봄바람에 하얀 꽃잎이라도 날리면 그야말로 꽃비가 내리는 장관을 볼 수 있다.
군락지의 산수유꽃과 무리 지은 벚꽃과 달리 홀로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봄꽃이 있다. 구례 화엄사의 홍매화꽃이다. 화엄사 경내 국보 제67호이자 국내 최대 목조 건축물인 각황전(覺皇殿) 옆에 있다. 조선 숙종 때 각황전을 중건한 뒤 심었다니 수령이 400년가량 된다. 첩첩이 겹쳐진 꽃잎이 어찌나 빨간지 검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일까, 화엄사의 홍매화꽃은 ‘흑매’라고도 부른다. 게다가 각황전은 다른 건물과 달리 단청을 하지 않은 탓에 붉디붉은 홍매화꽃이 더욱 고혹적으로 다가온다. 일주문과 금강문, 천왕문을 차례로 지나 보제루(普濟樓)를 끼고 돌면 웅장한 화엄사의 가람 배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봄날 화엄사의 주인공은 홍매화꽃일 수밖에 없다. 일반 매화나무와는 격이 다른 기운을 뿜어내는 탓이다. 바라보기만 해도 정신이 혼미할 정도다. 이국적 꽃도 만날 수 있다. 지리산 치즈랜드에 가면 노란 수선화 꽃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구만제 수변을 끼고 아름답게 펼쳐진 젖소 방목지로, 각종 낙농 체험을 할 수 있다. 산수유 마을 인근에 위치한 데다 입장료도 없으니 꼭 들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