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목소리가 허락하는 그날까지 청춘합창단

KBS 2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을 통해
탄생한 청춘합창단! 종영 후 민간 합창단으로
재결성해 UN부터 카네기홀까지 전 세계를 무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제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시니어 합창단으로
거듭난 청춘합창단을 만났다.

강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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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다영

김상경 지휘자와 청춘합창단 단원들

지난달, 과천시민회관의 한 연습실에서 노래 연습이 한창인 청춘합창단을 만났다. 평일 제법 늦은 오후 시간이었는데도 연습실은 단원 50여 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름다운 노래의 선율에 단원들의 열정이 더해져 연습실은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KBS 2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을 통해 탄생한 청춘합창단은 당시 큰 화제를 모았는데, 프로그램이 종영한 후 재결성돼 올해로 활동 9년 차를 맞았다. 최연소 단원의 나이 53세, 최고령 단원의 나이 84세, 합창단 단원 평균연령 67세의 청춘합창단은 꿈의 무대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카네기홀부터 UN의 무대까지 섭렵하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시니어 합창단으로 맹활약 중이다.

노래하면 행복해요

청춘합창단의 왕성한 활동에는 권대욱 단장의 역할이 컸다. 재결성 당시 ‘3개월도 못 갈 것’이란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어놓았다. 아름다운 합창으로 끝나지 않고 거기에 꿈을 더하고 싶었다고 권 단장은 말했다. 시니어로서 역할이 있지 않냐면서 말이다.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단원들이 매주 화요일 오후에 모여 3시간씩 연습을 합니다. 거의 모든 단원이 하루도 안 빠지고 참석합니다. 대단한 열정이죠. 합창을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분도 계세요.”

청춘합창단의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권 단장은 단원들마다 각자의 삶에서 합창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래하는 노년의 삶은 뭐가 다를까. 단원들은 하나같이 노래하는 시간이 더없이 행복하고 즐겁다고 말했다.

“청춘합창단 원년 멤버예요. 용인 신갈에서 연습하러 오죠. 연습하러 오는 화요일이 제 일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에요. 팔십 넘은 할머니가 뭐 그렇게 할 일이 있겠냐 싶겠지만, 제게 가장 특별한 시간이 되어주죠.”

청춘합창단의 왕언니라는 84세 배용자 단원은 목소리가 허락하는 그날까지 노래하고 싶다고 했다.

청춘합창단 재결성의 주역 권대욱 단장
전국에서 모이는 청춘합창단 단원들의 연습은 공연을 방불케 한다.
UN 찍고, 평양까지

청춘합창단을 7년째 맡고 있는 지휘자 김상경은 청춘합창단 단원들만의 간절함과 절박함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한다.

“선곡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합창단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의 가사를 보면 내가 지나온 것처럼 세월을 다시 견디며 나아가겠다는 내용이에요. 이런 노래를 부를 때, 그 어느 합창단이 우리 합창단만큼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요.”

‘아리랑’ 한 곡을 부르더라도 청춘합창단이 부르면 관객이 눈시울을 붉힌다고, 김상경 지휘자는 경험을 전한다. 청춘합창단 단원들은 노래에 마음을 담는 힘이 있다면서 말이다.

자신의 인생이 청춘합창단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권대욱 단장은 UN이라는 꿈의 무대를 지나 평양 공연까지 꿈꾸고 있다. 평화를 노래하기에 자신들이 적격 아니겠냐고 한다.

“사라질 삶 말고, 살아가는 삶을 살아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존재의 이유가 있어야 하고요. 늙었다고 생각하면 비참하잖아요. 용기를 가지고 무언가에 도전하세요. 공부하고 준비하면 100세 시대에 마지막까지 청춘일 수 있어요!”

권대욱 단장은 아직 꿈을 찾지 못한 시니어들에게 도전하는 용기만으로도 감동이 있는 삶을 살기에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꿈이 있어 언제나 청춘인 청춘합창단의 다음이 기대된다.

청춘합창단 단원의 평균 연령은 67세.
그러나 노래가 있기에 그들은 언제나 청춘이다.